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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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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대화
몇 주 만에 도서실에 들리는 마음이 서먹하다. 마음도 서먹하지만 도서실 분위기도 서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 책들을 이곳저곳에 쌓아놓고 분류하기에 여념이 없어 책장에는 책들이 비어있었다. 다시 나오려 할 때 하얀 표지의 잘 장정된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들에게’란 제목을 단 책은 우아한 원피스를 차려 입은 아름다운 처녀가 순진한 시골 청년에게 도발적인 몸짓으로 말을 청하는 듯하였다.
도발하는 자는 응징하는 것이 세상사이니 응징하려면 상대를 알아야하고 알려면 그 책을 보아야 하는 법, 얼른 꺼내어 작가가 누구인가를 먼저 살펴보았다. 그 도발자는 시오노 나나미.
시오노 나나미라면 일본인일 것 같은 느낌,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아서 대충 책장을 넘겨보니 아련히 기억이 되살아난다. 바로 로마인 이야기를 쓴 작가가 아닌가.
도대체 남자들에게 무슨 말을 선언하려고 ‘남자들에게’란 제목을 달았을까 생각하며 목차를 본다.
오십 가지의 경우를 스타일, 매력, 관계, 본능 혹은 관능, 언어 혹은 사유로 나누어 쓴 그녀의 체험과 상상 그리고 일상을 그린 수필은 남자들만을 위한 글이 아닌 여자들도 충분히 읽을 만한 글이었다.
오히려 글의 내용으로 보아 여자들이 읽으면 좋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남자들에게 고하는 도발적인 이유가 이탈리아의 고도로 발달된 패션으로 유혹하자는 의도가 아닌가.
유혹에 넘어가거나 말거나 한 여성이 남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예의이리라.
‘남자의 표본에 관한 연구’에서는 남자의 존재를 멋 부리는 것으로 분류를 한다.
네 가지 분류 중에 나의 타입은 마지막 천연기념물에 속할지 읽어보니 그것도 아니다.
의복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해당이 되나 자기 일에 자신을 갖고 있다니 천만의 말씀, 나나미의 분류에서는 나의 스타일은 없는 것이다.
다음 장으로 넘기니 쓰인 것은 매력이다. 남자의 매력을 목덜미에 있다했다. 여자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를 일. 목덜미에서 늠름함을 보았다면 천만의 말씀. 늠름함이란 힘에서 나오는 것, 힘은 바로 건강한 다리에서 나오지 않는가.
칼 루이스를 완벽의 몸매를 가진 사나이로 평가하여 파워의 폭발력을 보았다면 그것은 잘 발달한 허벅지 근육에서 나오는 것이지 밋밋한 목덜미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목은 오로지 생각하는 머리를 지탱하는 장식품이요, 우리의 눈이 사물을 보기위해 방향을 바꿔주는 링크 역할을 하는 것이라 적당한 굵기를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당신이 그토록 찬미하는 그리스의 조각 중 어떤 작품이 목에 힘을 강조하였는가, 오히려 한쪽 다리를 내밀고 그 다리에 힘을 모은 곳에서 울퉁불퉁하게 패인 곳에 육체의 미가 솟아나지 않은가.
사람의 육체적 미는 그렇다 치고 그대가 찬미하는 마키아벨리의 매력에 대하여 알아보자.
나: 마키아벨리가 추남이라면서?
나나미: 貧相이지 키도 작고, 그러나 나는 추남이든 빈상이든 개의치 않아
나: 그럼 빈상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나?
나나미: 노블이란 평가 기준에 따르면 마키아벨리는 그 평가가 흡족한 사람 이지
나: 노블의 의미는?
나나미: 귀족적이라고 해석하면 그 의미가 고정되므로 그냥 노블이라고 쓰지 만, 혹시나 남자의 가치판단 기준에 노블이란 평가 기준이 있다면, 마키아벨리는 그 평가에 흡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나: 그런 사람이 현재 주위에 있나?
나나미: 물론 내 주위에는 이런 노블한 사람이 의외로 많아.
나: 누군가?
나나미: 너의 주위에도 많이 있을 것이야. 그런 사람을 가려낼 줄 아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얼마만큼 멋있는 요소가 있는지에 달려 있어.
나: 마키아벨리는 어떤 사람인가?
나나미: 역사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기를 변화시키고 적응하는 사람이지.
나: 한비자를 아는가?
나나미: 알지.
나: 마키아벨리와 비교해 달라.
나나미: 시공을 달리한 사람이지만 엇비슷한 삶을 살았지, 친구가 달랐다는 것만 빼고는.
나: 무슨 의미지?
나나미: 마키아벨리는 마음먹은 것을 솔직히 말하거나 쓰지 않은 면에서 한 비자와 같은 심정을 가졌지 그러나 그의 말을 잠꼬대처럼 여기며 그 저 이해해준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나: 한비자의 친구 이사와의 비교로구먼
나나미: 그렇지, 그는 함부로 말함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말을 받아들여질까 항상 근심하였지.
나: 고대의 역사를 말 할 때 동서양을 구분한다면 서는 로마, 동은 중국 일진대 중국의 인물을 이야기 하지 왜 로마인들을 추적했나?
나나미: 글쎄, 나는 시저에 매력을 느껴 그를 사랑하다 이리 되었지
나: 사마천은 사기를 쓰기 위하여 궁형을 당하는 수모를 당하며 목숨을 부지했다는데 당신은 로마인에 대하여 기록할 의무감이 있나.
나나미: 작가는 가장 쓰고 싶은 주제를 선택해서 쓰는 것이지 동서양을 구분 하고 국가를 구분하는 것은 아니지.
나: 그렇군. 그럼 당신의 가정은 어떤가?
나나미: 가정 문제를 내놓고 싶지 않아. 그러면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나: 동양사상을 가진 서양여인라면 좋았겠는데 서양사상을 가진 동양여 인이라서 드라이한 느낌이 들어 .
나나미: 그런가. ‘거짓말에 관하여’를 대충 읽었군.
나는 끝부분의 ‘거짓말에 관하여’ 부분을 다시 읽어본다.
거짓말이란 진실을 말해서는 실현 불가능한 경우에 효력을 발휘하는, 인간성의 깊은 통찰에 바탕을 둔 고등한 기술이라 했다.
“어떤 여자에게도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다.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라는 말이다. 진실을 말할 필요가 없을 때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라는 여자의 센스가 물씬 풍기는 말들이 있다.
편집자가 거절하는 말로 “자네는 남자들을 경탄하게 할 작품을 쓸 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가 될 걸세”라는 칭찬의 거짓말도 되새겨 들었던 그녀이니 오히려 그것을 하나의 쓸 테마로 삼아 속으로 흐뭇해하며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감탄해 마지않았다 하니 기실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지혜가 충만한 것 같기도 하다.
여자들이란 대개 사랑 자체를 위하여 사랑하지만 남자들은 사랑을 통하여 또 다른 무엇을 원하는 것이다. 그것이 출세이건 권력이건 명예이건 간에.
그러면 분명 윈저공 사랑의 로맨스를 들이 댈 것이다. 이 책에도 왕관이냐 사랑이냐를 견주며 엉거주춤하던 황태자의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말이다.
“직업은 삶의 보람, 자식은 나의 생명, 그럼 남편은?”이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한 것은 “남편은 의지할 곳”이라 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남편이라는 실권 없는 남자라도 여자에게는 필요한가 보다.
그러면 자식은 생명일까, 분명 나의 분신도 생명이지 그러나 그것은 짐,짐,짐, 등에 철석 붙어있는 짐이야, 어쩔 수 없이 세상 다할 때까지 지고 가야하는 짐이야 나나미 내말이 틀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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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성(70회)님의 댓글
형님은 나나나나나美를 쓰셨지만 ...저는 도우美를 쐈습니다..
신명철님의 댓글
오늘 가게에 형수님 다녀가셨습니다.^^* 대접이 변변치 못해서 죄송했다고 전해주십시요.
윤용혁님의 댓글
로마인의 이야기를 쓴 작가 시오미 나나미의 좋은 책을 읽으시고 독후감을 주셨군요?
도서실을 찾으시는 형님의 여유와 문화의 향기가 전해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저도 서점에 가본지가 오래군요..인터넷이 발달하다보니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 의지하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