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선자령 산행기-3, 멋진 친구들.
본문
"퍼뜩 인나라. 요즘 아그들 말 잘 안듣제? 수원이 니 학교 때도 그렇게 맬 안 듣더니... 하이." 갑현 총무가 채근을 한다. 화이브 오브 킹, 킹카 오인방 중에 민규랑 제 일인자 자리를 다투는 수원이가 계면쩍은 듯 마지못해 일어선다. 훤칠하고 세월이 빗겨간 충청도 양반다운 잘 생긴 친구... "내가 미친놈이 아닌 가 했다. 꼭두새벽에 혼자 터미널로 향하는데 내가 지금 어디가나 했어. 난 교육자 집안에 태어나 자랐고 아버지도 교장선생님이셨고 누나도 매형도 다... 애가 둘인데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좀 늦게 결혼했어. 애들을 근 3년 호주에 유학을 시켰지.-지난 11월 모임에서 듣기로는 그 애들이 보고 싶어 일 년에 8번을 갔다한다. 애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른 것 같다.- 약사가 선생보다는 더 돈을 버는 것 같은데 늘 생각이 아침에 나와 밤 11시까지 죽어라 일하고 이게 아니다 싶어 이번에 승헌이랑 유럽여행을 한 2개월 같이 가려한다. 승헌이가 준비와 여행정보를 많이 아는 것 같아. 안식이도 온다기에 오늘 왔고..." 공주고교 선후배의 정이 이렇게도 깊고 애절한지... "이상이여." 한마디를 툭 던져도 유머러스하다. 겉은 그래도 얼마나 속이 깊고 매사 섬세하고 꼼꼼한 형이라고 안식이는 강변한다. 맞다. 게보린. 순간 생각했다. 하느님은 참 공평하지 않으시다고... 같은 교장선생님의 자식으로 수원이는 훤칠하니 멋진데다 인상도 좋은데 필자는 왜 무녀리로 태어났는지...구수하니 말도 잘해. 우리 집안도 용팔이만 작다. 다들 쭉쭉 빵빵인데 어려서 어머이가 아프셔서 젖을 못물려 포물선을 그렸다. 하긴 집사람이 가끔 말하기를 "용팔이는 이 얼굴에 키라도 컸으면 많은 여자 울렸지. 많은 여자를... 하느님이 공평하신거야." 지천명에 들어서니 잘 생긴 놈이나 못 생긴 놈이나 다행히 평준화를 기대해도 아직 아닌 것 같다. 여친들의 표정을 보니...
수원이는 오매불망 그리던 친구 유선이에게 마이크를 전한다. 유선이네 시계는 30년전에 멈춰 섰나보다. 세월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하나도 안 변한 모습에 주름하나 없다. 마이크 울렁증이 있다며 극구 사양하나 갑현총무의 카리스마에 통할리 없다. 난 26살,24살 먹은 아들과 딸을 두고 있어. 유선이는 참 귀엽다. 모로서서 말하는 코가 넘 예쁘다. "저 질문있는데요? 코 수술 했어요? 아뇨?" 동기회의 재무를 똑소리가 나게 잘 보고 동기들의 아침을 분명 못 먹었을 거라는 생각에 그 무거운 인절미를 가져온 센스있는 큣한 여성이다. 민규는 장가를 잘 들었다. 옆에 있던 안식이에게 마이클 넘긴다. 탤런트 킴, 팽팽한 피부, 오지를 닮은 잘 생긴 코, 새로 산 빨간 자켓에 털모자가 넘 잘 어울린다. 선옥씨가 밤새 피부 마사지와 사랑을 나누어 주었는지 오늘따라 더 환하고 예쁜 얼굴이다. "난 1남 2녀를 두었어. 위로 딸, 날 꼭 빼닮은 나보다 키가 훨씬 큰 고 3아들, 그리고 막내 딸. 집사람은 부평에서 군 시절에 만났어. 상관인 소령의 소개로... 교편생활을 근 4년 하다 나 때문에 그만 두었어. 한미약품 학술부에 있을 때 공장에 있는 광욱이도 만났고..." "안식아, 너는 키가 큰데 네 딸은 왜 작냐?" 딸의 강의를 맡고 있는 심 교수 상수의 느닷없는 질문이다. "응, 울 엄니가 작으셨어. 156. 그래도 가슴과 엉덩이는 아주 좋아. 그거는 잘할 것 같아. 애는 순풍순풍 잘 날 것 같아." 뜨앗! 그거는 잘할 것 같다니? 아빠로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차안이 뒤집어졌다. 필련이는 뒤로 넘어간다. "아이를 잘 날 것 같다는 말이겠지? 하하하하하하하." 순박하고 진솔하고 가식 없는 안식이의 성품을 본다. 키가 좀 작으면 어떠랴. 탤런트 김태희랑 키가 똑 같구나하고 잠시 생각한다. 약대에 다니는 딸은 예쁘고 똑똑하기만 한데... 슬금슬금 안식이가 다가온다. "여 약사들의 마음을 죄다 뒤흔들어 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쏙 집으로 가버리는 울 윤 총무."오잉! 아닌데... "여러분 반갑습니다. 6개월을 여러분과 같이 공부를 했으나 4년간 같이 한 것처럼 공백을 메우려 해. "횡설수설. "부평에서 약국을 하고..". 누군 약국을 안 하나? 딸아이 하나... 영국에서 발렌타인 데이에 딸아이가 초콜렛을 보내왔어. 또 한 번 울컥." 이 말은 왜 해. 바보 아니야 ? 글은 쓰나 말주변은 별로다. 차라리 이렇게 말해야지. "난 인천의 명문 인천고 문과를 졸업했으며 276점의 예비고사 성적을 받고 형 때문에 대 중앙대 약대에 당당히 입학한 용팔이다. 한미약품, 유한양행에서 사장을 하려다 고작 3년 만에 퇴사, 50일 만에 집사람을 만나 첫 눈에 반해 전격 결혼한 사람입니다." "에이, 노래나 할께. 산새들이 정답게 울고 계곡에는 맑은 물소리~ 그곳에다 우리 집을 짓고~ 행복하게 우리 살아요.~ 그대가 항상 내 곁에 있어 정다운 얘기 주고받으며 언제라도 우물우물..." 노래를 까먹는다. 집사람이 분명 아침에 나올 때 잘난 척 좀 하지 말라 했는데... 철지나고 구멍 난 청계천 용팔이 시리즈로 대충 위기를 모면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차안에 펭귄이 왔다 갔다 하고... "썰렁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얼른 필련이 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공교롭게도 오늘따라 내 옆자리다. 민규가 아까 유선이랑 이야기하고 가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바람에 빼앗길 뻔 했다. 그래도 많은 대화를 못 나누어 아쉽다. 필련이는 기억 못하나 영어랩 시간에 주고니 받거니 노래로 화답하던 친구였는데... "금천구 독산동에서 옥숙이랑 2층4층 동업을 하고 부환이 형이랑 잘 살고 있다아~" 얼굴이 고우니 무슨 말을 해도 예쁘다. 고스란히 옛 미모를 고이 간직한 친구가 고맙데이. 군에 가기 전 재준이 에게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고 필련이를 보호하라고 부탁을 했건만 이눔아는 제멋대로 살고 결국부탁한 일만 가슴에 남아 메아리친다. 하긴 사나이답게 난 "네가 좋다."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새겨서야 어찌... 이룰 수 없는 사랑이고 연분은 따로 있었나보다. 그래도 부환이형이랑 깨가 쏟아지게 잘 살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언제나 행복을 빌어줘야지. 울진 큰 애기답게 화끈하게 말을 맺는다. "울 회장님!"
희억이, 송파구 사령관, 큰 키에 볼살이 보기좋게 붙은 전직 4학년 과대표... 경상도 사나이답게 과묵하면서도 정이 참 많은 친구... 중년의 멋진 신사다. 산행이 추울 것 같아 내복까지 껴 입었더니 공중에 붕붕 뜬 느낌이란다. 매사에 신중하며 진지한 친구다.
병일이, 이 친구도 동안으로 세월이 못찾아 젊은 오빠다. 이번 산행을 위해 거금 70만원을 투자해 모든 장비를 개비한 친구. 웃는 모습이 선하다. 마음이 선하니 얼굴에 온화한 표정이 깃들어 있다. 상수, 컨디션도 안 좋은 상태로 친구들이 좋아 쫓아 나선 친구, 산에서 혹시 친구들에게 짐이 될까 염려하던 인상이 참 너그럽고 좋은 키 큰 교수님, "우리 애 둘은 아빠를 닮아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삼수, 삼수 육수를 한다. 자기들이 좋다니 그렇게 두고 본다. 체력이 않되 군대를 안 가기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카이스트에 가게 되고 가톨릭 의대에서 해부생리 화학을 전공하여 모교에서 김창종 교수님과 병태생리를 가르친다." 정말 소탈하고 어찌 보면 손 교수님을 닮은 그리고 후배제자들이 제일 존경하고 따르는 인기교수다. 허여멀건 영준이가 앞에 서자 갑자기 필련이의 눈이 더욱 커진다. "키가 몇이에요?" "178." 앞에 사회를 보는 갑현이는 어찌하라고 그런 질문을 던지나? "걷기 운동이 제일 좋은 것 같아. 먼 길을 걸어서 출퇴근 해.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아주 좋아. 아들과 걸으며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 일어날 일을 이야기하면 얼마나 좋은데..." 작년에 아들을 서울 법대에 입학시킨 자식농사도 제대로 지은 친구, 걷기의 미학을 이미 통달한 멋진 친구다. 마라톤도 열심히 하고 감기기운에도 불구하고 산행에 나선 친구, 등산복을 만 오천 원에 구입할 정도로 알뜰한 쇼퍼이자 검소한 친구... 마이크가 순교에게로 넘어간다. 구수한 사투리의 톤이 아주 정겹게 다가온다. 제대하고 갈 자리가 없어 제약회사 가나다라 순 중 먼저 눈에 들어온 국제약품에 전화를 건기라. 나 중대약대를 나와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뽑아달라꼬... 오라카데. 25년 간 근무했지. 오너가 사장자리를 맡아달라는 것도 능력을 이유로 마다하고 부사장까지 했어. 후배를 위해 자리를 내 주었지. 아니 쫓겨 난거야. 하하하." 호방한 멋진 친구. 집사람이 약국을 하는데 오는 걸 싫어해. 난 말이야. 갈 곳이 없어. 하루 눈 뜨면 오늘 뭐할까?... 순간 친구들의 마음이 짠하다. 전에는 잘 몰랐는데 약국 하는 친구들이 가장 숭고한 일을 한다고 생각해. 박카스와 영양제를 주고 싶은데... 법인카드도 없어. 오라는 사람도 없고... 진솔한 고백에 잠시 숙연해진다. 우린 친구가 외로워할 때 뭘 했는가? 손님에게 짜증은 안 냈는지.... "3월부터 동광제약으로 가게 돼. 다 해봤는데 전무자리는 못해봤어." 동기들은 힘찬 박수를 친다. "짝짝짝짝짝." 세월의 흔적과 영욕을 훤한 이마에 담고 있는 순교.
갑자기 앞 차창이 가려진다. 듬직하고 잘 생긴 킹카 민규회장이 앞을 가린다. 테니스와 조기 축구로 다져진 육중한 몸매... 총무의 회장인사로 대신하련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앞으로 달려나온다. "대부도에 조그만 땅을 준비해 테니스장도 만들고 주말이면 텃밭도 가꾸고 차근차근 준비중이야. "멋진 친구다. 유선이랑 넘 잘 어울리는 부부다. 이런 대목에서 유선이도 민규에게 시집을 잘 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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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74회)님의 댓글
오랜간만에 글을 나누어 읽어 보았네..오랜만에 만나는 동창들만큼 정겨운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 형님,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시간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