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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산행기 하일라이트-감동이었네.
본문
두 눈을 의심한다. 반대창가에 앉은 친구들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야! 학철이다. 정희도 왔네. 모자 쓴.... 맞다. 형남이다." "근데 형남이 도사가?" "도 닦나?" 펼쳐든 친구들의 두 손에 두 눈을 의심케 하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중약78 동기회 벗이여! 어서 오라." 순간 마음이 울컥한다. 신선한 충격이 머리를 강타한다. 고향바다친구의 마음을 가슴으로 읽는 순간이다. 아!!! 학철아, 그립고 그리웠던 친구야. 이렇게 나와 준건 만이라도 고마운데 환영 현수막을 내걸다니... 내 평생 이런 환대는 처음 받아본다. "학철아!" "용혁아!" 정말 이 친구. 허허허허. 뜨거운 포옹을 한다. "몸도 아픈데 ...고맙다. 정말 오느라 수고 많았다." "형남아! 너 나 알지? 하나도 안변했어." "어, 용혁아! 하하." "일학년 때 너랑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누님이 인천에 사셨지?" "정희씨, 안녕." "안녕하세요." 정희 친구는 30년 만에 처음 봐도 사진에서 본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운 눈매, 살포시 웃는 모습이 넘 아름답다. 보조개가 쌩긋 웃는다. 친구들과 반가운 해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모두 가슴으로 뜨거운 정을 나누고 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고 기쁘다.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나보다. 우릴 내려준 리무진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학철이는 단단한 체구에 무전기를 들고 오늘 행사에 간단한 소개를 한다. 친구들의 눈썰매를 위해 볏짚까지 마련한 아주 섬세하고 자상한 맏형 같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친구들은 시끌벅적 배낭을 챙기고 귀마개 등으로 바람막이를 철저히 한다. 산행에 노련한 순박한 영준이는 볏짚을 배낭에다 꾸린다. 친구들의 엉덩이를 보호하려는 배려다. 물론 하나밖에 없는 밑천을 염두에 둔 솔선수범이다. 눈을 들어 보니 풍차가 위용을 자랑하며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빙빙 그리고 아주 천천히 허공을 휘젓는다. "몸도 풀고 발목도 돌리고. 자. 가자!" 선자령을 향한 힘찬 출발이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머뭇거릴 수는 없다. "선두는 내가 맡는다. 후미는 영준이가 맡아라." 통솔력 있는 학철이의 다로 끝나는 강릉 지방의 억양이 너무나 정겹다. 구 대관령 북쪽 휴게소(해발 832 미터)에서 통신 중계소를 경유 항공통제소를 옆에 끼고 선자령의 중간 지점인 새봉에 도착하여 다시 1,157미터 선자령에 가면된다. 온 산이 눈밭이다. 바람소리는 퉁소를 불 듯 귓전을 스친다. 눈이 쌓인 깊은 곳은 허벅지까지 빠진다. 민규는 정말 사진을 찍는 의무를 다한다. 중간 중간 친구들의 행복한 표정을 렌즈에 담느라 눈밭을 헤맨다. K-2 매장에서 산 12 발이 달린 아이젠이 신고 싶어 낑낑거리다 본대와 멀어지니 보폭을 빨리하나 친구들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등산하면 그래도 날렸는데 왜 이러지? 독감의 여파이리라. 여자 친구들의 보디가드는 물 건너간다. 뽀드득 밟는 눈 발자국 소리가 너나 잘해라 하는 것 같다. 새봉에서 내려다본 동해는 손을 뻗으면 만져질 듯 파노라마로 눈앞에 펼쳐진다. 그 광경에 숨이 멈출 듯 경이롭다. "학철이네 집은 어디지?" "저기 다다." 대답도 유머러스하다. 해향선생, 경주김씨 33대 왕손, 왕으로부터 녹봉을 많이 받았을 조상님들... 정성껏 준비한 시를 꺼내들어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산상에서 시 낭송은 처음이다. 어디선가 바람결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 집사람이다. 아침에 한말 "제발 잘난 척 좀 하지 말라고..." "지가 아나? 뭘 하는지?" 다시 출발. 등산 붐이 불긴 불었다. 인산인해를 이룬 등산로는 멀리서 보면 개미군단이다. 일순간 입구를 봉쇄하면 어찌될까? 짓궂은 생각도 해본다. 백두대간 선자령, 큰 돌에 새겨진 문구가 크게 눈에 들어온다. 부산하게 단체 사진을 찍는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꺼낸다. 유선이는 친구들을 위해 전을 부쳐 아주 맛스럽게 가져왔다. 안식이는 장가를 잘 간 것 같다. 선옥씨가 유부초밥에 각종 먹음직스런 음식을 보기도 좋게 꾸려왔다. 복덩이여. 익히 그 손맛을 인천 친구들은 대부분 다 안다. 영준이가 돌린 50도의 술을 거푸 세잔을 마신다. “헉!” 핑하니 독한 술이라 기침까지 나온다. 식도가 찌르르하다. 배들이 차니 너도나도 비료포대 들고 눈썰매다. 필수교양 체육학 수강이다. 78년 남자동기들은 동대문 실내 수영장에 일주일에 한번 씩 10번 체육학 강의대신 수영을 배우러갔다. 덕성여대 여학생들의 쭉쭉 뻗은 다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피가 끓는 나이에 그건 차라리 고문이었다. 수영은 안하고 물 밑으로 인어의 아랫도리를 감상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굳이 누구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재준이는 수영은 안하고 목욕탕 비 아낀다고 때를 불려 북북 밀어냈다. 에이... 경을 칠... 가끔 화장실 가기 싫다고 몸을 부르르 떨며 그 자리에서 진저리를 쳤다. 막상 마지막 시간에 시험을 보는데 중심을 잃고 물매미가 되어 가까스로 학점을 땄다. 때만 밀었으니 그것도 다행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모두 다 옛일이다. 안식이는 신났다. 8번을 벌써 탔단다. 학점은 A 마이너스. 착지가 조금 불안하고 발을 들어 올린다고 엉덩이에 붙어있는 화장실을 카메라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시켜서 감점이다. 민규, 재시험이다. 몸이 육중해 눈이 푹 꺼져 중간에 멈춰 선다. 다시 멋지게 타니 A 플러스. 재 수강자도 나오고 재시험 명단에 들어가지 못하는 친구들도 속출한다. 정희는 강릉에 오래 산 덕에 다소곳이 잘 탄다. 올 A. 형남이는 평창에서 질리도록 탔는지 안탄다. 희억이 탈락, 옆으로 빙그르 돌았다. 순교도 신났다. 학점에 무관심이다. 필련이는 우아하게 탄다. 그래서 벌점이다. A 마이너스. 수원이는 아까부터 민규를 벼랑으로 밀어 버리라는데 유선이에게 눈독을 들인다. 유선이는 단번에 A 플러스. 평점은 엿장수 맘 내키는 대로다. 학점에 항의하는 친구는 한명도 없고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다. 저쪽에서 영준이랑 필련이가 연인처럼 단둘이 사진촬영에 임한다. 순교가 한마디 거든다. 아마추어는 낮에 공개적으로 작업에 들어간다고. 프로는 밤이란다. 하산 길, 갑자기 병일이가 비틀거린다. 허벅지에 쥐가 난다. 유도 5단의 접골도 맞추던 실력으로 눈밭에 벌러덩 뉘여 스트래칭을 해 준다. 위에서 내려찍으니 병일이가 속삭인다. "자세 나오네." "오잉! 무슨 자세? 이성만을 좋아하는데... 컴잉 아웃은 아니여! 친구." 반정에서 꺾어진다. 하산 길은 봅스레이 코스다. 안식이가 지겹도록 탄 신식 눈썰매용 눈꽃 축제에서 나눠준 비닐을 빌려준다. 신나게 탄다. 어릴 적 산골 냉편에서 양말과 바짓가랑이를 구워먹으며 타던 실력을 발휘하다 그만 정희를 넘어뜨린다. "미안해. 고운 정희야." 순교는 용팔이가 가져온 마대자루에 엉덩이를 붙이다 "용혁아, 너 브레이크를 가져왔니? "전혀 안 미끄러져?" 잘못 가져온 것이다.
강릉으로 향하는 차안에서의 해향 고향바다 친구의 강릉시 문화 소개는 전문가의 경지를 넘는다. 적절한 언어구사와 해박한 지식, 그리고 유머, "그 건에 대해서 시장이 전화를 안했다." " 강릉시 인구는 23만 3894명인데 어제 후배가 하나 더 낳아 23만 3895명이다." 수치를 구체적으로 대면 전문가들도 쏙 끌려온단다. 향토사학자이자 문화해설가인 친구가 자랑스럽다. 목소리의 톤과 단단한 어깨는 신뢰감마저 준다. "학철아, 서울 가자." 그리워하는 상수의 멋진 제안이다. 강문에 펼쳐진 푸짐한 횟상... 태영이와 채권이가 반긴다. 중년의 멋진 신사, 태영이. 신실한 믿음의 낙산에서 온 짙은 눈썹의 소유자, 푸근한 인상의 채권이... "채권아, 용대처럼 너도 밤의 황태자지? 쎄지? 눈썹은 못 속인다. 친구." 술잔이 난무하고 주거니 받거니 동해 바다가 춤춘다. 우정이 끓어 넘쳐 넘실대는 파도다. 멀리 푸른 바다 갈매기가 환영사를 끼륵끼륵 읽어준다. 진수성찬의 밥상에는 정이 넘친다. 이야기에 팔려 젓가락질의 속도가 늦다. 많이 남는다. 사랑과 함께. 그간의 밀렸던 그리고 못 나눈 정이 수두룩하게 반찬이 되어 쏟아진다. |
댓글목록 0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선자령 산행 정말 감동적 이었겠습니다..근데 중약 78동기회면 78학번들인가? 인고 76회면 77학번이 맞는데..ㅎㅎㅎ
윤용혁님의 댓글
ㅎㅎㅎ
인문형님, 긴글을 읽어 주시고 다른 분들은 눈팅만 하는 가운데 일일이 댓글 다시느라
수고 하셨어요. 뜻한 바가 있어 78학번이 좋더군요.형님. ㅎㅎㅎ
윤휘철님의 댓글
"친구들아, 선자령 정말 잘 왔지?" 거기에는 산이 있고 꿈에 그리던
친구가 있노라고... " 친구라는 말은 항상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지요 용혁아우 글 잘 보았네
차안수님의 댓글
용혁 선배님 글을 읽으니 선자령 한번 가고 싶네요.
윤용혁님의 댓글
윤브라더즈의 맏형님이 심사숙고하신 댓글을 올려주시니 감개무량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듬직한 큰형님.
윤용혁님의 댓글
안수후배,잘 지내지? 듬직한 후배를 그려보네. 잘 지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