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궁! 따! 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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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부터 약사회 풍물놀이 동호회에 가입하여 배드민턴을 대충 세 게임 밤 10시.
어릴 적 동네 어른들이 정월 대보름날등 풍악을 울리며 집집마다 돌면서 각 집안의 악귀를 쫓고 안녕과 행운을 빌어 줄 때 참 신기하고 재밌어 졸졸 따라 다녔지요. 징의 울림에 귀가 먹먹해도 꽹과리 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나더군요. 아주머니들은 막걸리와 안주를 상에 내와 접대를 하였어요.
그간 잊고 살았지요. 지천명에 접어드니 우리의 전통가락에 눈을 뜨고 싶었어요. 주위의 권고도 있고 또 더 늦기전에 해보고 싶었구요. 잘 배워 신명나게 놀면 스트레스해소에 그만 일것 같더군요. 약사회 풍물놀이에 감명도 받았구요.
난생처음 접한 사물놀이랍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쇠(꽹과리),징,장고,북등은 풍물놀이의 가장 기본적인 악기죠? 사물의 리듬을 보다 치밀하고 정교하게, 그리고 보다 계획적이며 체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 전통 민속의 장단을 극단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하여 신명나게하는 놀이랍니다. 느리다 빨라지고 강약이 조화롭게 어울려 연주되는 우리 고유의 민속음악이지요.
그제 처음 동료약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초보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선생님이 아주 엄하다는 거에요. 수업 시 토를 달면 절대로 안된다는 군요. 막상 만나뵈니 잘 생기고 부드러운 인상의 중년 분이시더군요. 장고부터 배우래요. 전에는 남사스러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인도 되었어요. 세상에 쉬운 것이 없더군요. 남들 연주하는 것을 볼 때 저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큰 오산이었어요. 왼손에 궁을 잡고 오른 손으로 채를 잡았는데 왜 이리 어색한지요. 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몇분도 지나지 않아 다리가 저리고 무릎은 쑤시고 배드민턴 운동을 그리했는데도 유연성이 없어 아주 자세가 불안하더군요. 궁하고 칠 때 몸이 내려가고 따하며 오른 손 채를 칠 때 상체를 자연스레 세워야 하는데 도대체 이게 잘 안되는거예요. 남들과 반대로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폼을 생각하니 채는 정 중앙이 아닌 장고의 여기저기 이상한 곳을 때리고 있었던거지요. 남들의 소리에 몰랐어요.ㅎㅎㅎ "궁!따!궁!따! 궁! 따따! 궁 따!" 궁따를 동시에 쳤을 때가 덩이래요.덩따궁! ㅋㅋㅋ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같이 배우던 여약사님이 옆방으로 황급히 달려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잠시 후 "으하하하하하!" 하는 웃음 소리가 나더군요. 야밤에 들리는 아름다운 처녀귀신의 웃음소리 같기도 했어요.ㅎㅎㅎ 내가 치는 모습이 너무 재밌고 우스워 엄한 선생님 앞에서 감히 웃을 수는 없기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옆방에 가서 터트린 것인지 혹시 모르겠어요. 아니면 급히 핸폰을 받다 상대방이 웃겼는지도 몰라요. 그 여약사님은 쇠도 잘 칠 것 같데요. 선생님이 잠시 시켜보더니 인정했어요. 그리고 이전 공연 시 몰입된 자세로 징을 리드미칼하게 얼마나 잘 치던지요.
"에궁!" 절대로 쉬운 것은 없어요. 초보자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군요. 집에 돌아와 집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더니 "윤 뻣뻣이 어디 가우?"하네요. 그래도 사물놀이를 잘 배워 창과 함께 언젠가 여러분들 앞에서 멋지게 부를 날이 있겠지요? 상고머리도 돌리고요. 아버지가 아시면 윤문가의 체통을 구긴다고 심기불편하실까요? 다 이해 하시겠지요. 그리고 응원도 부탁해요. 절대로 포기하지 않게요. 그래도 초보자치고는 소리는 크게 난데요. 배드민턴을 오래쳐서 그런지 손목의 스냅이 좋은가봐요. 희망이 보이지요? 다음 주 목요일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
댓글목록 0
오윤제(69회)님의 댓글
징 소리가 은은히 들려옵니다.꽹가라의 자갈자갈한 소리와 함께, 그러면 북소리 장구소리 바람에 실려 요란해 지네요
윤용혁님의 댓글
윤제형님, 즐거운 주말되세요.
이동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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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혁님의 댓글
역시 동열형이시군요. 고유의 장단이 멋지게 울립니다. 감사해요.형.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용혁후배가 테니스..배드민턴..싸이클..이젠 굿거리 장단까지..윤씨 집안에 남자 팔방미인이 탄생했구려..부럽습니다..ㅎㅎㅎ
윤용혁님의 댓글
임눈형님, 감사합니다. 어제 저녁 형님의 막내처제를 제 인고동기와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딸아이가 아직 어리며 귀엽더군요.즐거운 시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