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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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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부른다. 구름에 솟은 산이 햇빛도 따스하고 바람도 시원해 즐거워라. 하이킹. 이 마음 산마음 랄랄랄라 랄랄라~ 산에서 살리라. 산에서 살리라.~
선자령을 생각하니 동요가 떠 올라 마음은 이미 선자령에 가 있다. 겨울 등반에 문외한인 나는 그제 등산용품점에서 아주 생소한 스패치와 아이젠을 샀다. 어릴 적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들떠 발목에도 차 보고 송곳니를 닮아 뾰죽뾰죽한 아이젠을 신기해 하니 집사람이 한마디 거들었다. "강화도령, 장가들어 용되었지?" 잠시 속마음을 들켜 부끄러워 슬그머니 용품들을 내려 놓았다.
오늘아침 일찍 일어나 그간 찌든 등산복과 바람막이를 세제풀어 빨래를 하는 모습을 바삐 학교에 출근하던 집사람이 보더니 빙그레 웃는다. "용팔이 신났구만 신났어. 빨래까지 다 하고..." 등산을 자주 안가기에 대신 자전거를 탈 때만 입었어도 땀으로 범벅되어 손수 세탁을 하는건데 신났다니 그 말이 맞을런지 모르겠다.
선자령, 해발 1,157미터의 백두대간의 준령, 그리운 친구들과 동행하는 동심의 산행,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처럼 나는 관동지방을 사랑한다. "봄봄", "동백꽃"의 김유정이 태어난 곳, 목가적이고 향토적인 색채로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아 영향을 가장 많이 준 그 분의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곳이기에 더욱 좋다. 수년간 젊은 날의 하계봉사로 땀흘려 바친 제 2의 고향인 강원도... 대관령,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편서풍이 불어와 산마루와 충돌하니 아파 구름도 울고 가고 산 넘어는 푄현상으로 건조하다고 누누히 듣던 선생님의 말씀이 새삼 떠 올라 마음이 아련하다. 백설이 내려 별빛을 수 놓아 무수히 반짝이는 설경, 동해의 푸른 물결 넘실되어 가슴이 확트이는 아름다운 바다 그리고 강릉 경포대, 오죽헌...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슴을 활짝열고 진정 마음으로 동기들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고향바다 친구가 있기에 어서 달려가고 싶다. 배드민턴 클럽의 척사대회와 자체 대회도 마다하고 리무진에 몸을 싣는 나를 상상해 보라. 여행은 목적지의 즐거움도 있지만 준비와 함께가는 여정이 행복이리라.
친구들이여! 인생이 별것인가? 매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면 그만이지. 선자령이 부른다. 비료부대들고 엉덩방아 찌면서 어이 가자. 그리운 친구가 있는 그곳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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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74회)님의 댓글
그래서 선자령 D-DAY 날짜만 기다리는군..용혁후배의 순수성은 알아줘야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