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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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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마도 거의 끝나간다고 합니다.
때때로 비를 보면서 감상에 젖기도 하는 즐거움 하나를 빼아기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될 테니까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아
야겠지요.
자주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것인데 그게 잘 안되는군요.
바쁘게 사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때때로 마음 한 켠이.......
휴가를 잘 보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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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우 곤
“아! 피곤한 심장의 고동이 멈추기까지는 그 무엇도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없다. ‘카토’(주1 참조)는 여든이 되어서야 희랍어를 배웠고, ‘소포클레스’(주2 참조)가 그의 훌륭한 비극 ‘오이디푸스’를 쓴 것이라든지 ‘시모니데스’(주3 참조)가 그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시상을 받은 것도 모두 여든이 넘어서의 일이다.”
이는 19세기 유명한 미국 시인이었던 ‘H.W 롱펠로우 (1807 – 1882년)’의 말이다. 위에 열거된 인물들은 한결같이 죽는 날까지 세월을 아끼며 결코 밑지지 않는 값 있는 삶을 위해 전력투구 한 이들이었다. 즉,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도전을 서슴지 않았고, 큰 그릇이 되기 위해 오랜 세월을 참고 기다리며 자신이 가진 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에 애썼다. 다시 말하면 유한한 인생을 부단한 노력을 통하여 값지게 살다 간 이들이기에 그들의 명성이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 않나 싶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가히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엄연한 자연의 이법이다. 이는 그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가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수명이 50년이든 100년이든 상관없이 사람은 목숨이 떨어지는 그날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자면 일생 사는 동안 삶의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을 찾아낼 의무가 따른다. 그것이 바로 저마다 지향해야 할 삶의 목표인 것이다.
목표가 없는 삶은 노도 닻도 잃은 채 정처 없이 떠가는 한 척의 조각배와 다름없다. 그저 우왕좌왕하다 무의미하게 세월만 낭비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람의 생활 방식은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가 좌우한다. 그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가치와 평가도 달라지는 것이다.
일단 목표가 세워졌다고 해도 삶을 흔들림 없이 지탱하는 근간인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 한 가지의 실천일지라도 백 마디나 천 마디의 말보다는 낫다. 때로는 여러 가지 난관과 곤경에 처할 때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주저앉지 않고 돌파하겠다는 굳은 각오다. 오히려 억센 풀처럼 눈이나 비바람에도 의연히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질 때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알게 모르게 느껴지거나 찾아 들지 않겠는가.
따라서 값 있는 삶이란 하늘의 뜻에 순종하며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확고부동한 어떤 신념에 기초한 삶이야말로 단 하루를 살아도 자신답게 사는 길을 찾는 것이 될 뿐더러 그것은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보물을 얻는 것과 동일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정치계에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라 불리는 ‘L’이라는 인물이 있다. 나는 그의 이름난 들어도 소름이 쪽 끼치고 구토마저 느낄 정도로 그를 천박한 인간의 전형으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그가 살아온 인생이라곤 고작 자기 일신만의 영달을 위해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색깔을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하며 따뜻한 아랫목이나 양지로만 찾아 떠돌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변신의 귀재였다 아니할 수 없다.
마치 이 장의 떡이 큰지 저 장의 떡이 큰지 시궁쥐처럼 고개를 기웃거리며 뻔질나게 간에 붙고 쓸개에 붙었다 하던 그. 뇟보(주4 참조)나 가즈러운(주5 참조) 작자란 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이 나라 정치를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들 중에 그도 한몫 거들었다고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까닭인즉 그에겐 민의(民意)을 바탕으로 한 그만의 정치 철학과 주관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고 보면 그를 정치인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시정잡배 같은 감바리 내지는 사기꾼의 전형이라고 보아야 옳겠다.
이와 같은 사람들이 어찌 그 한 사람뿐이랴. 요즈음 위정자들의 식언이나 말의 실수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제 한 말이 다르고 오늘 하는 말이 다르다. 그러고서도 뻔뻔스럽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이로 말미암아 정국은 풍전등화처럼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언젠가는 그들의 정치 생명도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외면당하여 더더욱 짧아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득 ‘칼.힐티’의 ‘가난한 밤의 산책’ 중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의 생애 최고의 날이란 자기의 역사적인 사명, 즉 신이 이 지상에서 그를 쓰려고 하는 목적을 분명히 알게 되고, 또 여태까지 인도되어 온 모든 길이 그곳으로 통한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다.”
내가 이 말을 접하기는 30대 후반 무렵이었다. 그것은 흡사 어둠 속에서 헤매는 나에게 광명의 빛처럼 다가왔다. 그랬다. 나 역시 그 이전까지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즉, 그날이 그날인 듯한 생활에 길들여져 있었다. 눈물과 절망의 계곡을 넘으면서도 삶의 의미를 굳이 알려고 하거나 캐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세월 낭비였다.
자기의 역사적 사명. 나는 이 말을 값 있는 삶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 무엇이 과연 값 있는 삶일까 하고 곰곰이 헤아렸다. 그러던 중 선택한 게 바로 지금 걷고 있는 문학의 길이었던 것이다.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문학을 나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하니 마치 광활한 모래밭에서 금싸라기를 주운 듯 쾌재를 불렀다.
하여 직장생활 하는 틈틈이 시간을 아껴가며 내 스스로가 선택한 문학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결단코 자갈밭이나 가시덤불 속에 떨어진 씨가 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말이다. 그것은 일종의 나 혼자만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기에 나날이 맞이하는 아침이 새로웠다. 마치 내가 새로 태어나는 기분을 맛보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이 말을 이해하게 된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또 남과 더불어 살려는 방법을 찾기에 열중하기 시작한 것도 문학이 내게 던진 메시지였다고 확신한다. 만일 ‘칼.힐티’의 이 말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나는 지금도 아마 어중이떠중이 같은 삶에서 헤어나지 못했으리라.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다만 가는 길이 비록 순탄치 않을지라도 결코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련다. 한갓 물방울일지라도 계속 떨어지면 돌에 구멍을 낸다는 ‘수적석천(水適石穿)’이나 한결 같은 마음으로 노력하면 하늘도 감동시킨다는 ‘일념통천(一念通天)’이라는 말도 있지 아니한가.
오늘도 나는 허락된 시간을 아끼며 살려고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다. ‘H.W 롱펠로우’의 말처럼 죽는 날까지 진정 내가 나답게 살았노라고 자신 있게 말을 남기기 위해서. 아니, 자기의 역사적 사명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기에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에 열과 성을 다하려는 것이다. 비록 용렬한 재주밖에 없지만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니겠는가.
(2004년 3월)
l 주1: 카토 (Cato, Marcus Porcius, BC 234 ~ BC 149)
-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며 장군, 문인.
l 주2: 소포클레스 (Sophocles, BC 496 ~ BC 406)
-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의 한 사람.
l 주3: 시모니데스 (BC 556? ~ BC 468?)
- 고대 그리스의 서정 시인.
l 주4: 사람됨이 천하고 더러운 자.
주5: 아무것도 없으면서 온갖 것을 다 가진 체하며 뻐기는 태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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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74회)님의 댓글
오랜만일세..우곤이..그동안 바빴나보이..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져야만 값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인데..좋은 얘기일세..그런데 주위 환경적 조건때문에 신념대로 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
윤인문님의 댓글
Reflections Of My Life / Marmalade <EMBED src=http://211.32.32.184/Upload/blt/T11060711002/attach/reflection%20of%20my%20life.asx width=300 height=47 autostart="true" volume="0" loop="-1">
윤인문님의 댓글
The changing of sunlight to moonlight Reflections of my life Oh, how they fill my eyes The greetings of people in trouble Reflections of my life Oh, how they fill my eyes..
윤인문님의 댓글
강렬한 태양 빛에서 은은한 달빛으로 변해 가는 내 인생을 반추해 봅니다.<br> 아, 내가 지나온 삶의 조각들이 눈에 선합니다. <br>어려운 시절에 서로 격려해 주던 사람들 내 인생을 돌아보면<br> 아, 내가 지나온 삶의 조각들이 눈에 선합니다
오윤제님의 댓글
작가들의 사명이 잠수함의 토끼 역활이라면 정치인은 쟁기끼는 소이어야 할텐데 콩받에 앉아 있는 형국입니다. 주어진 일을 따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배짱도 편하고 좋습니다.
박남호(87)님의 댓글
잃어버린 초상화에 열리는 값있는삶 역시 오버랩됩니다. 시장잡배가 되지 않도록 가진 시간 소중히 열어 가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