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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주세요
작성자 : 윤용혁
작성일 : 2007.09.28 15:01
조회수 : 1,392
본문
어릴 적 어머니는 산골 집에 어쩌다 들르는 보따리장사 아주머니에게 콩 됫박을 퍼 주고 쫄쫄이 바지를 사 주셨어요. 가는 두 다리에 쫄쫄이 바지를 입고 위에는 스펀지 재질에 헐렁한 외투를 걸치면 가을 들판의 허수아비가 따로 없었죠. 월요일 조회 시간에 상을 받으러 구령대에 오르면 종종거리는 두 다리가 너무 귀여워 교무주임이신 아버지는 혼자 빙그레 미소를 머금으셨답니다. 하필이면 여자애들이 스타킹처럼 잘 입는 쫄쫄이 바지를 어머니는 남자인 나에게 굳이 잘 사주셨을까요? 아직도 그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있답니다. 제가 무지 싫어하는 스타일의 옷이었거든요. 다리가 졸려 불편하고 가려울 때 긁기가 너무 어려우며 특히 엉덩이를 먹어 자주 끄집어 내야하는 번거로움과 고무줄 놀이하는 여자애들이 즐겨 입는 옷이라 특히 그랬나 봅니다. 물론 스타킹은 신어 본 적이 있어요. 모를 내는 날, 모쟁이가 되어 동네 어른들이 저의 논에 모심기 할 때 뒤에서 볏짚으로 묶은 모단을 부지런히 날라야만 했어요. 그런데 스타킹을 안 신으면 어느새 거머리가 달라붙어 제 여린 살에서 배가 터지도록 피를 빨고 있었지요. 너무 놀라 논두렁으로 뛰어 올라 마른 흙을 이용해 그 징그러운 놈을 떼어 냈죠. 피가 하염없이 주르르 흐르더군요. 잘 먹지도 못했는데 제 종아리에서 선혈이 낭자 했어요. 그러면 어머니가 개흙을 비벼 상처를 감싸주고 올이 풀려 누나가 매니큐어로 덧칠해 사용하던 구멍 난 스타킹을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날 신겨 주신 거죠. 종달새는 어린 나를 놀리 듯 꼬리를 쫑긋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답니다. 지난 봄 약사회에서 1박2일의 임원 수련회를 연수원에서 가진 적이 있어요. 그런데 착각하여 집사람의 배드민턴 때 즐겨 입는 쫄 바지를 가져가 야간 프로그램에 입고 참여 했다가 앞이 불룩하여 창피해 혼난 적이 있어요. 그래도 그 쫄쫄이 바지는 승마 시 아주 유용했어요. 다른 남자회원들은 바지가 말려 올라가 허벅지 살을 꼬집어 고생했으나 스팬 기능의 제 것은 아주 편리했지요. 그간 비가 내려 새로 산 MTB용 복장을 못하였으나 오늘은 빨간 색이 주를 이룬 스포츠 티를 입고 자전거로 출근하였는데 얼마 전 산악자전거 전문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 드릴게요. 여주인이 저에게 산악자전거용 스팬 쫄 바지를 권해주는 거예요. 멋모르고 입으니 엉덩이에는 두터운 패드가 달려있고 앞은 정말 민망하더군요. 아무리 강화 뻔돌이라 하지만 그것만은 차마 못 입겠더군요. 여주인은 옷을 팔기위한 상술인지 날씬하다며 너무 멋있다는 거예요. 그러나 호두까기 인형의 남자 발레리나도 아닌데 정말 용기가 안 나더군요. 정중히 거절을 했지요. 제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밖에서 두 아주머니가 낄낄거리며 마구 웃더군요. 한 아주머니는 서너 시간을 고민하다 그래도 용기 내어 구입했다는 군요. 배불뚝이 분들도 잘 입는데 왜 못 입느냐면서요. 자기들은 멋있을 줄 모르나 퇴근 시 그 옷을 입고 한창 배드민턴 레슨 중인 집사람에게 짠하고 나타나면 저는 거의 사망이에요. 아니 맞아 죽지요.ㅎㅎㅎㅎㅎ 결국 윗도리와 패드 형 속옷만을 샀답니다. 오늘아침 출근하는 저를 보고 여직원이 노란색 헬맷과 노란 줄무늬가 들어 간 빨간색 상의가 잘 매치되어 너무 멋있다는 군요. 에누리해서 들어야겠지요? 편리를 위해서 언젠가는 쫄쫄이 바지를 입긴 입어야 하는데 고민입니다. 여러분,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보따李 거머李 쫄쫄李 뻔돌李...우리 오얏李家라서 친근감 갑니다..언제 쫄면 벙개한번 합세..강화보따리장사 아주머니는 울엄니같은 생각납니다..ㅋㅋ
윤용혁님의 댓글
ㅎㅎㅎ 환성 형님, 오얏이에 친근감을 주는군요? 형님 어머니의 스뎅그릇을 이고 강화 갑곳리 더리미까지 추운 겨울날 오셨다는 말씀에 눈물이 납니다. 고생하신 어머니, 마음이 아픕니다.
윤인문(74회)님의 댓글
강화사람을 뻔돌이..뻔순이라 부르는 유래를 알고보면 강화도의 친척을 둔 김포사람들이 만든 얘기라 하네요..겨울에 강화사람들이 서울,인천 등 외지에 나왔다가 눈이 많이와 집에 못가게 되면 김포 친척집에 기거하는데 겨울을 나고 집에 돌아간다해 눈치도 없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하네요..ㅎㅎㅎ..맞는 얘기인지???
李聖鉉님의 댓글
김포만 인천으로 편입시키면 다 되는건데.......
윤용혁님의 댓글
ㅎㅎㅎ 인문형님, 겨울이 나야 강화에 가는 그 분들 대단하죠? 그건 뻔뻔한 것이 아니라
염치 문제이군요. 저 고1때 강화 뻔뻔이라고 부천놈이 그러는 바람에 주먹싸움 잘 했는데요. ㅎㅎㅎ 다 지나간 일이군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윤용혁님의 댓글
맞습니다. 성현형님, 김포도 인천에 편입시키면 뻔 소리가 안 나오지요. ㅎㅎㅎ
추석 명절 잘 보내셨죠? 듬직한 형님.
임한술님의 댓글
mtb자전거보니 동기 엄준용부부가 생각나네요..
윤용혁님의 댓글
한술후배, 어제 수고 많았네. 주말 잘 보내시게.
오윤제님의 댓글
아하! 뺀돌이 유래가 그러하군요. 강화 친구에게 뺀뺀이라고 그냥 노리면서도 뻔뻔한 구석 전혀 없드니만... 요즈음은 눈도 덜 오고 길도 잘 닦아져서 그 소리 사라지겠네요.
봉원대님의 댓글
선배님!! 앞이 불룩한건 남자들만의 특권(?)입니다. 마음껏 과시하시는건 어떨까요?? 아자!! 아자!! 화이팅!!!! 용기를 드립니다.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용기!!
윤용혁님의 댓글
윤제형님, 길 좋으니 사려졌으면 해요.ㅎㅎㅎ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윤용혁님의 댓글
원대 후배님, 잘 보내는지요? 고맙소이다. 용기를 백배 불어주니 감사할 뿐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