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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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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마을
양구에다 땅을 장만하여 채소 몇 가지 심어 먹다가 조그만 집 마음 고생하며 마련하였다기에 찾아간 날은 여름의 막바지 처서가 지난 바로 다음날이다.
큰맘 먹고 출발한 날은 공교롭게도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들과 또 바쁜 일이 생겨 참석치 못하는 피치 못할 사람이 생긴다.
한 달 전 부터 날짜를 잡고 함께 들러 보자고 한 약속이지만 못 갈 사람들은 언제나 생긴다.
미안한 마음으로 출발한 사람은 열 한명 두물머리를 지나 서종의 수능리에 들러 하루를 잔다.
작년에 한번 들러 바라만 보다온 집. 부러움 속에 축하하던 그때의 그 집에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소나무 향기가 남아있다.
기둥과 벽에서 스며나는 미미한 소나무향기를 맡으며 몇 시간의 눈을 붙이고, 아침에 뜬 눈은 힘없는 붕어의 눈처럼 껌벅거리고 있다.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여행길, 나는 초행이라 눈은 졸리어도 강을 바라본다.
북한에 수해가 들어 그런지 어제 본 두물머리에서 흐르는 한강 지류의 물들은 황토 빛이더니 소양강물은 푸르다. 푸른 물이 가득하여 마음도 편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은 낯설어도 어디서 본 듯한 산이요 길이다.
중턱 어디쯤에 올라왔을 때 고도를 500미터라 표기했다.
500미터라면 강원도 어디에나 이런 산들은 지천이라 이름을 명기하지 않았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길에 마련한 휴게소는 오봉산휴게소라 하였으니 여기가 오봉산임을 안다.
많이 듣던 이름, 봉우리가 다섯이면 오봉산이요 여덟이면 팔봉산이라 부르니 이곳의 봉우리는 다섯이리라. 그 산봉우리를 모두 지나려니 사람은 신이 나나 차는 지친다.
소양강의 발원지를 모두 돌고 돌아가는 길은 힘겹고 멀다는 느낌 그 느낌을 덜어 주는 것은 소양강의 푸른 물과 울창한 삼림 그리고 구름이다.
거의 다 내려올 즈음 공사하는 터널은 국내 최대의 터널이란다.
이름 하여 장대터널 장대처럼 길어서 장대터널인지 壯大하다 하여서 장대터널인지는 몰라도 長大한 터널이 조만간 탄생하는가 보다.
지나는 길에 천문대가 설치되었다하여 찾아간 발길.
점심시간도 제법 남아 있어 들러본다.
대낮이라 별들을 관찰하지는 못하겠지만 친구가 실내 장식을 하였다기에 보고픈 생각에 찾은 시간은 너무 이르다.
아직 시간이 이르니 문을 열지 않는다.
들어간들 무슨 별을 볼 것인가. 이 구름 낀 한낮에........
잘 꾸며진 주위를 돌며 살핀다. 이름 하여 국토정중앙천문대, 서성이며 본 것은 양구가 우리나라의 정중앙이라는 것이다.
천문대 앞에 조각하여 장식한 한반도 지도가 있고 양구는 그 중심 배꼽이란다. 양구의 위치가 동쪽으로 치우쳐있기에 어찌 양구가 정중앙인가 물으니 해양을 포함해 마라도까지 합쳐 따질 때 양구가 국토의 중앙이 된다고 양구 물 일찍 먹어본 친구가 대답을 한다.
우리 국토의 중심을 양구가 선점한 느낌이 들어 또 다른 지역에서 배꼽은 우리 지역이라 주장할 것이라는 느낌이 감지된다.
주인 없는 것은 먼저 선점하는 자의 것이라지만 우리 국토의 중심은 측정하면 밝혀지는 이치인데 서로가 관점이 다르니 해결할 실마리는 없는 것이다.
돌아와 검색을 하니 실제로 양구를 비롯하여 철원과 충주 포천이 정중앙은 자기들이라 주장을 하고 있다.
충주는 옛 지명이 中原과 中州라는 것을 내세워 중앙은 충주라 하였다.
우리나라의 정중앙은 섬을 제외한 한반도 육지의 4개 극지점을 기준으로 할 때 강원도 회양군 현리 인근이라는 의견도 있으며 풍수지리학자는 태극적인 위치로 봐서는 화악산으로 본다고 하였다.
딱히 정확한 것이 아니라면 먼저 주은 사람이 임자, 학설도 법칙도 하늘의 별과 땅의 식물도 먼저 말하거나 본 자에게 이름을 주는 것이니 이것 또한 먼저 주장한 양구의 차지 아닌가.
산세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천문대는 별을 보는 곳이라 아직은 해 밝은 대낮이니 별을 볼 수 없는 것이므로 문이 닫혀 있으나 열려 있으나 별을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친구의 솜씨를 곁에 두고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우리는 나라의 중심 배꼽마을에서 점심으로 막국수를 먹는다.
막걸리 한잔에 먹는 막국수는 특별하다. 고추장 양념을 알맞게 넣어 가져온 것에 기름을 넣고 식초를 넣고 겨자를 입맛대로 적당히 넣고 잘 비벼 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더구나 즉석에서 국수를 빼어 기다리게 하는 시간도 맛에 일조를 하는가보다. 시장함도 찬이라 하지 않던가. 기다리는 시간 감자전 과 도토리묵으로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기다리는 즐거움도 있다.
점심을 마치고 출발한 길은 반시간 쯤 걸려 마을을 빠지니 또 다시 산을 오른다. 포장길을 떠나 그 위로 나타난 좁다란 길로 들어설 때 차도 언덕을 오르기가 힘든가 보다. 모두 내리니 간신히 오르는 차 이윽고 도착한 그곳, 심중산골에 산새와 풀벌레만이 울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두 팔 벌려 두 사람이 마주하면 될 성 싶은 밤나무 한그루가 주렁주렁 밤송이를 달고 반가이 맞이한다.
그 위에 지어진 그림 같은 집이 나오기까지 애쓴 흔적이 역력하게 보인다. 듬직한 바위로 축대를 놓고 계단도 만들었다. 아무 곳을 파더라도 나온다는 듬직한 돌들은 모두가 둥글다. 물에 깎인 세월이 보인다.
바위가 둥글둥글 하다 하였더니 옛날의 계곡 위치는 이곳이었는데 그쪽으로 계곡이 이동하였다고 들은 이야기를 한다. 계곡의 위치가 이 지경이 되었다면 흐른 세월은 얼마나 되었을까.
이백의 磨斧爲針이란 일화를 들은 일이 생각난다. 이백이 청년시절 학문을 연마하다 싫증을 느껴 산을 내려오던 길에 도끼를 갈고 있는 할머니가 있어 무엇을 하려 도끼를 갈고 있느냐 물었더니 바늘을 만들려 갈고 있다는 대답을 듣고 다시 학문에 정진하고자 산으로 되돌아갔다 한다. 갈고 또 갈면 도끼도 어느새 바늘이 되는 법, 계곡도 변하고 변하여 이리된 것 세월 따라 미미하게 변화시키는 자연의 무한한 시간의 거대한 힘을 본다.
이곳은 산의 중간 그리고 조그만 분지, 그렇다면 이곳도 배꼽이라 말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잘생긴 늠름한 밤나무 함께 있으니 臍栗齋(제율재)라 불러도 좋을듯하여 속으로 불러본다. 여기는 배꼽마을 밤나무 집인 것이다.
흐르는 물 시원하다기에 들어간 물속에서 흐르는 구름을 본다. 그 구름 미쳐 한 봉우리를 넘기도 전에 뼈까지 스미는 차가움이 있다. 그 차가움은 재빨리 물에서 나오게 하여 옷을 입힌다. 한순간 더위를 말끔하게 씻었다지만 물에서 나온 몸은 금방 더위를 다시 느낀다.
산중이라 해는 금방 떨어져 저녁이 되니 준비한 나뭇가지에 불을 지핀다. 모닥불 속에 감자와 고구마를 싸서 드문드문 넣는다.
몇몇은 모닥불에서 그때의 추억을 그리고 몇몇은 잠으로 추억을 더듬는다.
나는 고단함에 더위도 모르고 잠들었는데 쓸쓸한 기운이 눈을 뜨게 한다. 눈이 뜬 시각은 네 시가 채 안되었다. 일어나 창문을 닫아주고 모닥불 피우던 곳으로 간다.
모닥불에 놀던 친구들은 언제 들어갔는지 잘 익은 감자와 고구마가 그대로 있다.
한 알을 주워 먹는 고구마의 맛. 너무 맛있어 통째로 입에 넣을 수밖에 없다. 목이 메어 달려간 수돗가에서 물 한 모금을 먹고 문득 본 하늘, 그 하늘을 본 순간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 어릴 때 본 별들이 지금 이곳에 모두 모여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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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문님의 댓글
그래서 양구스탄랜드라구 하는군요..ㅎㅎ..우즈베키스탄..뉴질랜드..못지않은 아주 정겹고 풍요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차안수님의 댓글
2005년도에 가본 양구는 청정 지역이더군요, 도심과 멀기도 하지만 분단국가이기에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금강산 가는 길에 있는 두타연은 아직도 군부대의 통제를 받아 들어 갈수 있어 무척 깨끗합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1탄속초 가르킬교선배(67) 2탄7연계곡 회초리선배(69) 3탄양구스파너 인문회장님 추진할겁니까?
이환성(70회)님의 댓글
4탄 딱따구李 찜질방(70)도 함께요..
윤용혁님의 댓글
자연이 살아 숨쉬는 양구의 밤은 정말 아름다웠군요? 양구스탄랜드지요?
반짝이는 별, 모닥불과 함께하는 달콤한 고구마와 강원도 감자, 막국수...
멋진 형님의 여름휴가셨군요.
오윤제님의 댓글
배꼽에서 봐서 그런지 새벽 하늘의 별 정말 멋있었습니다. 언제 그런 별들을 볼지....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또다시 소름끼치도록 반짝이는 신변잡기방 기원합니다..70회도 새로 신고했으니..인천도 배꼽산이 있습니다..제가 전주서 20개월있다 인천발령받고 반짝이듯 좋아했는데..그제 울산서는 발령받곤 그저 덤덤했답니다..
거시기님의 댓글
진작 발령 받았으면 숭의벌의 향연 함께 보았으리 그 찬란한 희열 보지 않아쓰면 모르리
거시기님의 댓글
않아쓰면을 아니하면으로 정정 술 취 했나 봅니다.
오윤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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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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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암호 aa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