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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김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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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김수철
남진 나훈아의 열풍이 지난 자리에 슬며시 나타난 가수들은 송창식과 윤형주였다. 다리를 흔들지도 않고 흐느끼지도 않으면서 기타를 메고 우리 곁을 슬며시 그들은 닦아왔다.
김세환은 길가에 앉아 웃음 짓고 이장희는 동전 넣으며 외칠 때 서유석이 가는 세월 한탄하며 박인희가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속삭일 때 우리는 덩달아 웃음 짓기도 하였고 외치기도 하였으며 한탄하고 속삭이기도 하였다.
밤을 잊으려 듣는 노래가 자장가가 되어 꾸벅꾸벅 눈을 감으면서도 틀어 놓은 라디오 소리,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끄고 부리나케 학교를 향하던 그 시절의 노래들이다.
어느덧 성년이 되어 세칭 통기타로 불리는 포크 송을 잊어버릴 즈음 기타를 걸러 메고 겅중겅중 뛰며 노래 부르는 청년이 등장하였으니 그가 바로 작은 거인 김수철이었다.
몸짓이 우스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시절 그 노래가 “젊은 그대”였던가.
신나고 재미있고 경쾌하여 따라 부르기도 좋았다.
그저 그런 가수가 어찌하여 “한 곡 적중 했군” 하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작은 거인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우연하게 찾아왔다.
무심코 돌린 교육방송에서 김수철이 인터뷰하는 것을 시청한 후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겸손하였지만 당당하였고 그 작은 몸에는 열정이 가득 차 있었다.
대중이 따라주지 않는 것에 대한 작은 거인의 대답은 자신의 노래가 어딘가 잘못이 있으니 따르지 않는 것을 대중에게 무슨 불만이 있겠느냐고 어눌하게 말하고 있다.
서태지가 ‘난 알아요.’라는 노래를 들고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랩보다 5년이나 앞서 랩이라는 것을 불렀는데 대중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것에 대한 말이다.
남들보다 너무 빠르면 대중에게 스밀 틈이 없으니 반걸음쯤 앞서 나가야 하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고 겸연쩍어 하였다.
김수철이란 가수가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저런 당당하고 굽힘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갑자기 퍼진다.
“인기는 바람이다. 바람을 잡지마라. 꿈은 고래를 잡는 것인데 지금은 진행 중이니 언젠가 잡을지도 모르지만......” 하는 모습에서는 인생을 달관한 모습처럼 보게 한다.
그렇지 인생은 꿈이지, 꿈이고말고.
보이는 무지개를 찾아 나섰으나 가도 가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 그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한 움큼의 물방울인 것을 알면서도 그 허망을 잡으려는 무수한 사람들, 그 중에 김수철도 있고 오윤제도 있는 것이다.
전통 민요가 하고 싶어 십여 년을 배운 끝에 내놓은 민요 앨범은 삼백여장을 팔리고 말아 한숨 쉴 때 남은 판은 다시 회수해서 다른 판 찍을 재료로 사용하겠다는 제작자의 말에 허탈한 웃음만 지었다는 말에서 자신의 아들이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의 아버지의 심정을 읽는다.
아마 여기서 포기했다면 작은 거인 김수철은 그저 그런 가수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 아픈 상처를 가슴속에 묻어두고 다시 돌아왔기에 그의 음악이 힘을 받는 것이다.
88올림픽 전야제의 마지막 무대음악을 작곡하여 웅장하게 울리며 한국음악을 세계에 알리더니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스스로 감독까지 겸하여 작곡한 음악이 화려하게 상암경기장을 퍼져나갈 때의 환희. 그것은 언제나 잊지 못할 감동의 멜로디로, 유려한 리듬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영화음악으로도 그가 참여한 음악은 상당한 것 같다.
고래사냥을 비롯해서 태백산맥이나 축제 그리고 서편제등 이십여 편의 영화 배경음악을 작곡하였다하니 대단한 파워의 소유자다.
서편제의 배경음악은 여느 음악과 달라서 작곡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동편제의 古拙性을 극복한 기교파의 加工과 기교와 수식으로 소리를 만드는 것”이라서 서편제는 “가늘고 여성스러운 한스러운 소리”라고 한다.
배경음악에도 그런 성질의 음악이 깔렸는지 나는 알 수 없으니 우리 음악에 대한 상식적인 소양이 없음을 한탄할 수밖에 도리 없지 않는가.
그래서 작은 거인 김수철이 우러러 보이며 우러러 보이는 김수철 앞에서 나는 또 왜소해진다.
요즈음 임권택 감독과 함께 천년학의 영화음악을 준비 한다 하던데 이 영화로 자신이 작곡한 ‘축제’의 축배를 들 것인지 고배를 들 것인지 자못 기대가 되어 영화가 상영될 날을 기다린다.
지금 김수철에 대하여 글을 쓰고 있지만 그를 자세히 모르니 그가 작곡하였다는 기타산조를 한번 들어보면서 다시 김수철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댓글목록 0
윤인문님의 댓글
제가 좋아했던 7080세대 인기가수 이름이 다나오는군요..윤제형님이 음악을 이렇게 좋아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잘 안부르신던데..ㅋㅋ
김태희(101)님의 댓글
노래 부르다가 영화 음악에 빠진 유명한 사람들이 있지요.반젤리스나 마크 노플러.<br>
우리나라도 영화배우나 감독들이 유수의 영화제에서 이름을 날리는데<br>
이제 영화음악쪽에서도 뭔가 터뜨릴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br>
아카데미 영화주제가상에 코리아 수철 김~~ ....그도 그런꿈 정도는 꾸고 있겠지요?
김태희(101)님의 댓글
요즘, 외출인지 가출인지 ..아님 탈출인지(?)...몇몇 분들이 뜸하시네요.<br>
저도 밤시간까지 밖에서 보내느라 시간에 쪼달려 뜸했구요..(앞으로도 2주일은..)<br>
게시판권태기 극복에 무슨 약물이 좋을지... 뭐,,,극약처방이면 어떻습니까..먹구 다 같이 죽지 뭐..ㅋㅋ
지민구님의 댓글
지금도 작은 거인 김수철 1,2집 LP판 가지고 있는 데...정말 싱어롱 라이터중 최고죠...개인적으론 날아라 슈퍼보드 메인송 치키치키차카 초코가 젤 좋던 데..^^
윤용혁님의 댓글
작은거인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들으며 젊게 살렵니다. 매사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오윤제님의 댓글
음악을 좋아 하는 것이 아니라. 김수철의 당당함에 반해 추적하다 보니 줍게 되는군요.
권태기는 뭐 약이 있겠어요. 외로우면 다시 찾을 테지요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요즘, 외출인지 가출인지 ..아님 탈출인지(?)...몇몇 분들이 뜸하시네요. ===> 집나간 몇몇 분 인사동에서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빨리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타학교 홈피에서만 활동하시는 분 찾으면 후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