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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랑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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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랑 그리기
유월의 첫 주말의 날씨는 맑았다.
하늘은 파랗고 산들은 푸름으로 접어드는 초여름의 따듯한 오후 문학경기장을 둘러본다.
녹색 잎사귀 위로 하얗게 피어난 것이 아름다웠다.
꽃잎인지 나뭇잎인지 분간할 수 없도록 함께 섞인 잎과 꽃잎 화려하지 않고 수수해서 나의 눈길을 끌고 있다.
흰 색깔이 따듯한 날씨를 식혀주는 것 같아 무심코 나무 앞으로 다가간다.
아이들이 공원광장은 물론 나무 그늘 사이사이로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확성기에서는 동요가 즐겁게 흘러나온다.
어린이를 위한 이웃사랑 그림그리기 대회가 열린 모양이다
호기심에서 그림 그리고 있는 어린이들 사이로 들어가 한가로이 둘러본다. 이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 여러 사람들을 밑그림으로 그려놓고 열심히 색칠하는 아이, 그림 그리는 것보다도 장난하기에 바쁜 아이, 돌난간에 엎드려서 자유롭게 그리는 아이, 머리를 마주대고 다정하게 그리는 아이, 캔버스에 놓고 제법 화가 흉내를 내고 그리는 아이, 아이 그림에 살짝 덧칠해 주는 엄마, 아이가 그리는 것을 열심히 바라보는 엄마, 그 옆에서 세상모르게 낮잠을 자는 아빠도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사랑이란 모습을 찾아 자기 눈에 들어온 사랑을 도화지에 열심히 그리고 있다.
“詩는 見者의 것”이라 했는데 그림 또한 보는 자의 것이리라.
이웃사랑을 어린이들은 어떻게 보일까?
또 눈으로 본 사랑의 세상을 어떻게 그림으로 그릴까?
나도 어린이가 되어 사랑이 무엇인가를 그려본다.
이웃 사랑이라 했으니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초점을 맞추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라면 분명 따듯할 테고 깨끗할 것이며 친절하고 부드러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또 정답고 아름다운 것들이 사랑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니 사람을 그린다면 웃고 있는 모습일 테고 웃고 있다면 그 옆에 한사람 아니 두세 사람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웃던지 상대방이 웃던지 아니면 모두 웃고 있을 것이다.
웃음이 있는 곳에 사랑이 오고 사랑이 스미는 곳에 행복이 오는 것이리라.
어린이들이 손잡고 함께 놀며 합창하는 모습도 진정 사랑스러울 것이다.
나무를 그린다면 바람에 흔들려 팔랑이는 나뭇가지를 그리면 될 것 같고 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좋을 것이다.
나의 몸을 움직여서 다른 이들을 시원하게 한다면 이것 또한 사랑이리라.
모름지기 그림이란 본 것이나 나타내고자 하는 마음을 색채에 담아서 그 마음을 線으로 어떻게 잘 나타내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자신이 본 사랑의 부분들을 이리저리 놓아가며 아름답게 조화시켜 이끌어낸 생각을 색채와 선으로 나타낼 때 아름다운 이웃 사랑의 그림은 탄생할 것이다.
그곳에 스민 사랑의 그림은 진정 이웃 사랑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남아 우리 이웃을 따듯하게 하여 서로 사랑하며 도와주고 이끌어 주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꾸려갈 것이다.
벌써 다 그린 아이들을 인공시냇물에서 물장난하기에 바쁘고 솟아나는 분수에서도 물을 맞아가며 장난치고 있다.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분수를 우두커니 보노라니 함께 나도 물장난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다.
시원하게 하여 주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아직 이웃 사랑의 대상을 찾지 못하고 끌탕을 하고 있는 어린이여 여기 힘차게 물을 뿜어 시원함을 주는 분수를 그리자.
다 그리고 난 다음 함께 저 시원하게 올라가는 물줄기에 함께 몸을 적시자. 어린이들이여!
댓글목록 0
김태희(101)님의 댓글
<EMBED src=http://myhome.naver.com/mrsein/muse/kkomaya.asf width=70 height=30 loop=-1>산울림(김창완)/꼬마야<br>
아이들이 이뻐 보이면 늙는 거라던데...ㅎㅎ 저두 그래요...그래서 걱정이구요.
오윤제님의 댓글
나도 저리 물 속에 놀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벌써 아이들이 이뻐 보이네요. 꼬마야. 꼬마야야 꽃신 벗고 분수로 오게나. 이웃 사랑은 높낯이 없는 물이란 것을 오늘 하루종일 그리자
진우곤님의 댓글
잔잔한 스케치를 통하여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게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을 자꾸만 생각케 하는 요즈음입니다.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수 있도록 제대로 키워줘야 되겠지요..6월로 접어들면서 더위를 한층 더 느끼게 합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여름은 동심을 물가로 이끌고 온몸이 젖어도 즐거운 동심을 선배님께서 아주 선명하게 그려 주셨어요. 분수가의 어린이들이 마구 달려 나올 것 같군요.
언제나 행복하세요.
최병수님의 댓글
사랑 듬뿌~욱 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