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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바이벌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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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유학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미8군 기술고문관인존슨씨 부인으로부터 열심히 영어를 배웠어요. 처음에는 히어링이 잘 안 돼 숙제내용도 몰라 다른 영문과생의 도움을 받아 겨우 다음날 수강을 이어갔답니다. 영어회화강의가 끝나 “웬즈데이 브로큰 업 파티”라는 서울 한남동 존슨부인 댁의 종강파티에 참석하였어요. 프리토킹을 하는데 영어가 짧은 나와 공대생 하나는 외로움에 지쳐 슬며시 뜰로 나와 그 집의 애꿎은 세파트 개만 붙들고 “스탠드 업! 씩 다운!”을 외치다 몸으로 때우는 매캐한 연기의 바비큐 굽는 일만 눈물을 흘려가며 열과 성의를 다해 완수하였답니다. 이게 뭡니까? 비싼 수강료 내놓고 결과가. 영국문학기행을 가족과 함께하는데 시인 워즈워드의 생가와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에 있는 대문호 세익스피어 생가를 들렀어요. 현지인이 친절히 영어로 설명을 하는데 다른 집들은 잘 알아듣는지 “으흥”, “오 예” 또는 “얍”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나는 못 알아 들으면서도 아는 척 하는 것이 낯간지러워 일행과 떨어져 딴전을 피웠어요. 스코틀랜드 지방 에딘버러의 한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종업원이 포도주를 들고 와 뭐라 그러는데 공짜로 주겠다는 건지 사 먹으라는 건지 몰라 “파든 미”하면 될 것을 인상을 쓰고 “왓!”하니 그 사람 아주 불쾌한 듯 날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와인 잔만 가득 채워 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공짜로 주는 것도 못 먹었답니다. “하우 아 유? 화인 땡큐, 앤드 유?” 만 맨 날 외웠지 “아이 백 유어 파든” 한마디도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더군요. 한 가지 잘한 것은 있어요. 런던의 버버리 매장에서 우리가 일본인인줄 알고 주인이 “아리가또 고자이 마쓰” 하는 거예요. 자신 있게 말해죠. “노우! 낫 재펀니즈. 아임 언 오리지널 코리언.” 미 보스턴에서 처제가 동전을 넣고 자판기의 과자를 꺼내는데 이것이 중간에 걸렸어요. 잘난 척 나는 자판기 주인을 찾아 갔지요. 차마 백인 주인남자에게는 말을 못 걸겠고 베트남계의 한 남성에게 슬며시 다가갔어요. “익스큐즈 미! 음 암 뭐라 그러지 자판기를?” 잠시 망설인 후 “유어 오토셀러 이즈 디스오더. 오케이?“ 밴딩머신이라는 자판기의 영어 명을 몰라 오토셀러라 하니 처음에는 못 알아듣던 종업원도 금방 알아채고는 나를 따라 그 곳으로 갔으나 이미 처제는 잘 해결하여 과자를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형부, 낫 따운! 낫 따운! 하니 저 잘 생긴 분이 자판기를 통째로 흔들어 주었어요. 내 영어 잘 통하네요.” 이게 뭡니까? 처제 앞에서 주름잡다가. 화장실이 급한 집사람, 나에게 부탁을 했지요. 종업원에게 물어달라고요. "왜어 이즈 더 토일렛?, 아 원어 워시 마이 핸드? 라 할까 아니면 W.C?" 쭈빗거리며 고민하는 사이 집사람 유창하게 “왜어 이즈 더 레스트 룸?”하고 화장실을 잘 찾아가니 나의 체면이 도통 말이 아니었지요. 이게 뭡니까? 집사람 오줌싸개 만들 뻔 했어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종업원이 햄버거 한 바구니를 들고 나온 이야기는 차마 다 말 못하겠어요? “알로 하!” 하다가 개망신 당했죠. 가이드 없이 나의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독일 여행 시, 루프트한자 비행기의 여 승무원이 식사주문을 받더군요. 나는 대충 치킨이나 비프를 시키면 되는 줄 알고 “치킨 프리즈” 했더니 자꾸 뭐라 그러는 거예요. 제가 한 마디 했죠. “아이 돈 언더스탠드 유어 잉글리시!” 금발의 여인은 기분이 상한 듯 허리춤에 손을 얹더니 아주 어이없어 하더군요. 그러다가 대충 아무거나 툭 던져주더군요. 요즘은 제가 많이 달라졌어요. 테이프도 듣고 말하는 예절도 배우고 영어일기를 생각나는 대로 쓰거든요. 영어가 객지에 나와서 너무 고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도록 국제 공용어인 영어에 참 관심이 많답니다. 그렇다고 영어회화가 유창하다 얘기는 절대아니랍니다. “영어야 놀자!” |
댓글목록 0
오윤제(69회)님의 댓글
무더운 여름 읽다보니 시원합니다. 나도 알아요. 노우 낫 제페니스 아임 코리안은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면세점서..비행기표를 보여 달래는데..가이드갖고있다했는데.. 내가 비행기표를 못알아듣는지 알고 양팔을 펴고 윙윙 비행기 시늉하데요..미운프랑스女
윤인문님의 댓글
난 지금 우즈베키스탄 얘기 하나만 해도 벅찬데 용혁후배는 한번에 영국 런던, 미국 보스턴, 하와이, 독일까지 정신없이 풀어내네요..ㅋㅋ..용혁후배 sorry..
이환성(70회)님의 댓글
회장님..영국 런던, 미국 보스턴==> 런던/보스턴하면 그게 영국/미국인지 다 앎니다..그래서 내가 딱따구李입니다 ㅋㅋ
윤용혁님의 댓글
윤제형님, 휴가는 잘 보내셨는지요? 감사합니다.
환성형님,미운 오리새끼 아니 미운 프랑스 면세점 아가씨군요. 윙윙 ㅎㅎㅎ
잘 지내시죠?
인문형님,낫 쏘리 입니다. ㅎㅎㅎ 형, 나도 우즈베키스탄 가고 싶어요. 넘 정취가 좋을 것 같군요.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앎니다(X) ====> 압니다(O).. 成님!!!저도 딱따구尹이 되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