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그곳에서 무슨 일이
본문
그곳에서 무슨 일이
2007년 8월 19일 오후 3시 동대문야구장은 재학생을 비롯하여 동문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모여들었다.
동대문에서 벌어지는 야구시합이 오늘로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며 근래에 보기 드문 인원이 모여들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동대문구장이 사라진다니 그동안 정들었던 모습을 다시 보려고 선배님도 오시고 후배들도 여느 때 보다 많이 왔다.
지고 내년을 기약했던 추억도 우승하여 헹가래 하던 기쁨이 묻혀 정들은 곳이기에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이 더운 날에 여기에 모여 응원 하는 것이다
막대 풍선을 불어 응원 도구를 만들고 징과 꾕가리도 준비하여 승리를 기원하며 느긋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운명의 한판이 시작된다. 출전가를 부르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은다. 우리는 선발로 시카코 컵스에 입단 예정인 국해성을 내세웠다.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한 점을 내준다. 일회에 한 점이란 미미한 점수 막대 풍선을 두들기고 꾕가리도 치고 징을 울린다.
지고 있어도 이기고 있는 것처럼 신이 났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급조의 치어 리더들의 율동도 보기에 좋았다.
우리 인고가 이기기를 바라는 아주머니가 맥주와 안주를 바구니에 이고 지나간다.
타 학교의 응원단은 변변하여 얼마 팔지 못하니 응원을 많이 하는 우리를 은근히 이기기를 바라던 아주머니도 올해로 마지막일 것이다.
지고 있으니 아직은 팔아 주는 이가 없다.
3회에 드디어 동점 우리는 열광한다. 점수가 계속해서 나올 분위기 한 점 나고 일루 이루 정석대로 희생 번트를 대지만 3루 주자 아웃을 당한다.
쎄입같았지만 심판이 아웃이라니 아웃인 것이다.
응원단장은 열심히 손짓 발짓을 한다.
트럼펫도 등장하여 빰빠라빠 빰을 불어 제킨다.
이때부터 전개되는 투수전 그들도 못 치고 우리도 못 친다.
지루한 투수전이 7회까지 이어졌다.
그때까지 서로 사이좋게 안타가 네 개 실책도 둘 볼넷은 우리가 상대에게 하나 많다.
기록으로는 비슷한 게임 실제로도 실력은 비슷하다.
다시 이어지는 트럼펫의 빰빠라빠 빰.
우리의 응원 고조되며 징과 꾕가리와 막대 풍선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한국일보에서 응원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는다.
5회에 투수를 교체한다.
휘문과의 게임에서 잘 던진 2년생 강지광이 3이닝을 총알 투로 막아내지만 8회 볼넷과 안타를 주더니 홈런 한방에 3점을 내준다.
4:1로 바뀐 스코어 팽팽한 투수전에서 3점을 따라가긴 어렵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응원은 여전하다.
상대의 응원은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이기고 있으니 서서히 응원을 시작하고 하고 있다.
서로 교차하는 응원 소리 중앙은 “잘 있어요, 잘 가세요.”로 응수하고 우리는 출전가로 대항한다.
한번 꺾긴 기세는 돌아오질 않고 마지막 공격도 무위, 한순간의 실투로 동대문구장의 시합은 오늘로서 끝을 맺는다.
다 함께 일어나서 마지막으로 부르는 교가.
조금은 처량 맞다.
검붉은 저녁 해가 운동장을 비추고 있는데 우리는 이렇게 일찍 퇴장해야 하다니 조금은 쓸쓸했다.
쓸쓸한 기분에 우리는 다시 모여 2년 전에 자주 가던 광주집에 모여 소주잔을 들이킨다.
씁쓸한 마음에 들어가는 소주의 쓴맛 오늘은 유난히 쓰다.
야구장에 들어오기 전에 지나가다 이따 들릴께요한 말이 생각난다.
방정맞은 말을 한 것이나 아닌지 하는 생각도 나고 이곳도 이제 그만이라니 섭섭하기도 하다.
안주로 올린 생선 구이 살점을 젓갈로 띁어 씹는다. 짭짤한 맛 소주로 그 맛을 씻는다.
속이 후련하다.
안주는 생선에서 사람으로 옮긴다.
명박이도 씹고 그네도 씹는다. 생선보다 고소한 맛.
우리는 이곳에서 애꿎은 입놀림을 한다.
다 잘 되라고 하는 입놀림이리라.
우리의 선수 구성이 잘 되었노라 전 게임에서 해설한 것을 들었는데 내년에는 큰일을 해낼지 기대하며 또 한잔 들이킨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시카코 컵스에 입단 예정인 국해성//우리를 은근히 이기기를 바라던 아주머니//동대문 소주의 쓴맛 오늘은 유난히 쓰다 ==> 함께 못한 저는 소주가 일년 내내 씀니다..
오윤제님의 댓글
매일 먹어 보면 달콤한 날이 와요. 그 쓴맛 무려 사십년 요즘에서야 조금씩 단맛을 알것 같아요 환쇠李님은 시기를 상실한 듯 그냥 맹물만 마시구료. 맹물도 쓴맛이 있고 단맛도 있갰지요?
윤용혁님의 댓글
윤제형님,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 생각하시고 내년에 후배선수들이
좀더 나은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응원단상을 형님을 통해 맛갈스럽게
풀어놓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윤인문님의 댓글
그래도 아쉬운 건 동대문 야구장뿐만아니라 주차장 옆 먹거리 장터와 전철역으로 가는 골목 대폿집들..마지막 이라는게 아쉬워 경기전에 먹거리 장터에서 소주한병과 국수 한그릇..경기 끝난후 69선배님들과 광주집에서 한잔..잊지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