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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작성자 : 윤용혁
작성일 : 2007.06.25 18:41
조회수 : 1,231
본문
매장지 빗줄기가 사선을 그리면 이놈이 어찌나
빠른지 달구비 되어 앞을 가로막고 온 몸을 흠뻑 적셔
순식간에 우리를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만들어 놨죠.
용내천은 황토 물로 피를 토하고 부엌바닥은 아궁이에서
넘쳐난 물로 박을 비워 만든 물바가지가 둥둥 떠 다녔죠.
냇둑 논을 가진 집은 한숨도 잠을 못 이루고 새벽이 되자
동네어른들은 삽을 들고 그저 자기네 논이 무사하기만을
빌며 물바다를 이룬 개천 둑을 따라 달렸죠.
어느 지점에서 냇둑이 터졌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죠.
그러나 한편으로 그 집 냇둑이 터졌기에 자기 논이 무사하게
되었음을 결코 잊지 않았죠.
어차피 구불구불 좁은 여울목은 장대비에 연례행사로 어딘가는
터져야 이름값을 하고 여름을 났지요.
긴긴 장마에 초가지붕은 이름 모를 독버섯을 피우고 썩어드니
굼벵이만 좋아서 장가를 들었죠.
장마철
글/윤 용 혁
하늘을 감추려 어깃장 먹구름
먹물을 흩뿌려 억수를 만드니
전선줄 제비 떼 애처롭다
농부의 도롱이 작달비에
냇둑 논 목숨 끊을라
논틀밭틀 부산하니 고슴도치다
들찬 길 말달리는 모라기에
여울목 소리 높여 바윗돌 깨고
한내는 환장하여 피를 토 하다
초가집 굴뚝연기 숨을 거두고
돌담장 두꺼비 넙죽 절할 때
어머니 짐 꾸려 고향 떠난 날
댓글목록 0
오윤제님의 댓글
노틀밭틀 부산하니 고슴도치다의 표현이 일미입니다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장마철이 되고보니 좋은 시가 흘러나옵니다. 용혁후배는 참 대단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싯귀가 서슴없이 머리속에서 흘러나오니 부럽습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윤제형님에게 인정을 받으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군요.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알겠습니다.
인문형님,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형님의 모습속에 인고인의 기상을 압니다.
목요일날 뵙지요.
이기호 67님의 댓글
부억바닥, 아궁이, 넘처난물, 초가지붕, 독버섯, 굼벵이, 돌담장 두꺼비 넙죽 절할때, 모두다 멋진 표현! 즐감하구 갑니다, 용혁 아우님!
윤용혁님의 댓글
이기호 선배님, 친히 다녀가셨군요. 선배님께서 시어 하나하나를 인정해 주실 때 그저 이 후배는 감사와 선배님의 격려에 한층 고무되어 갑니다.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계시기에
인고인으로소의 자긍심을 한층 더 갖고자 합니다. 물맑고 공기좋은 곳에 계신 선배님,
언제나 행복하세요.꾸뻑 인사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