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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익을 때
작성자 : 윤용혁
작성일 : 2007.07.09 14:47
조회수 : 1,320
본문
산과들은 어느새 진초록 옷을 갈아입고
담장 타던 호박잎이 더위 먹어 넓죽한
혓바닥을 축축 늘어뜨릴 때 곁두리 내가던
농부의 아내는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막걸리 주전자를 든 채 논틀밭틀로 목을 빼 기다리는 낭군을
향해 종종걸음을 바삐 옮겼죠.
여름날 농부는 걸쭉한 막걸리 한잔에 시름과 더위를 달랬고
지게그늘을 벗 삼아 밀짚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둥근 배를
들썩거리며 잠시 오수에 잠겼죠.
소에 꼴풀먹이기를 하던 동네 애들은 잠깐 벗어나
봇도랑을 뒤지고 개울물을 막아 자맥질을 하며 더위를
식혔고 뜰채나 그물을 가지고 민물고기를 잡다가 지치면
되새김질하는 소잔등에 올라타다 거꾸로 떨어져 소똥에
머리를 쳐 박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외포리 바다에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면 배부른 소등에 올라타고
마을을 향하던 동무들 지금 모두 어디로 갔는지요?
여름이 익을 때
글/윤 용 혁
시루에 태양 쪄
폭염에 사골 우리니
등줄기 육수 고랑 내다
개울둑 누렁 소
가로누워
질겅질겅 무더위
씹을 때
빈 꼴망태 휑하니
버려둔 채
봇도랑 뒤지는 아이들
반두에 한 종발 미꾸라지
필사의 발버둥질로
피라미 숨을 거둬
풀매미 구슬피 곡하니
소나기 굵은 눈물 그렁거리며
여름은 농익어 수줍다
댓글목록 0
李聖鉉님의 댓글
이메일 열어보시게
윤용혁님의 댓글
성현형님, 감사합니다. 두서없이 답장을 보냈습니다.
오윤제님의 댓글
수줍은 계절인가요? 며칠전 문학산에 올라 미이라의 여인을 만난 것이 수줍어서 그랬군요. 청포도 시악시에 지난 일요일 면사포도 씌워 주구요.
김태희(101)님의 댓글
시루에다 태양을 찌고 청포도에 면사포를 씌우고...(조직원들끼리 주고받는 암호 가터요~~ㅎㅎ)<BR>
합동 출판기념회라도 하시지요..명령만 내리면 누가 준비한다고 그러던데...ㅎㅎ
오윤제님의 댓글
지난 일요일 동서네 포도밭에 포도봉지를 씌어주었습니다. 왜 씌우냐 물으니 단맛내려 한답니다. 문학산에 오른 어느날 얼굴을 가린 여인을 만낫는데 그 역시 아름다운 맛을 풍기려 하지 않았을까 여겨 오버랩 하여보았습니다
지민구님의 댓글
누렁소와 쟁기질...아들놈은 책에서만 보다가 얼마전 강원도에서 보았습니다..세대간의 추억이 많이 다르죠..
박남호(87)님의 댓글
꼴망태 저도 어렸을적 이를 매본 기억이 납니다 망태 두르고 꼴배서 아버님께 확인받아야만 밖에 나가 아이들과 놀수 있었던 기억 친구들과 노는 기억보다 꼴배던 때의 기억이 새로운건 추억의 한편으로 내내 자리잡은 향수에 도구여서일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윤용혁님의 댓글
윤제형님, 청포도 익어가는 내 고향, 자외선 차단마스크의 여인은 미이라 같더군요.
포도에 면사포를 올리실 때 형님의 시심을 그려봅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김태희님,무더위에 평강하신지요? 조직원의 암호를 해독하시니 아름다운 여전사 같군요.
출판회 때 함 오세요.열렬히 환영합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민구후배님, 남호후배님, 시심을 공유해 주고 추억을 머금음에 감사드립니다.
시골의 정취가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요.꼴망태,쟁기질을 기억하는 후배님들,
정겹군요.
김태희(101)님의 댓글
동생이 미이라 마스크를 주며 쓰고 다니라 하던데 차마 못 쓰겠더라구요. 차라리 조금 그을리고 말지...ㅎㅎ<br>
저는 포도 마스크를 해충접근방지나 농약오염방지 차원으로 입히는 줄 알았어요.<br>
실내온도 높여 줘 당도를 높이는 효과 같군요.어쩐지 마스크한 포도는 맛있더라니....
윤인문(74회)님의 댓글
뜨거운 한여름 자체를 시로 읊어대는 용혁후배가 부럽습니다. 이제는 경운기가 소를 대신하니 집마다 소 외양간을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네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다재다능..다정까지 겸비한 나팔꽃 용혁님..나는 이미..뒷동산의 할미꽃
윤용혁님의 댓글
김태희님,
등산하는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미이라처럼 감싸니 영 아니더군요.
산길에서 만나면 두렵기도 하고요. 잘 하셨어요.여인의 美는 송글송글 솟은 땀방울과
살짝 붉어진 볼에 매력이 더해가지요.고운 시간 되세요.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무더위에 옥체만강하옵신지요? 인고홈피의 수장으로서 늘 건강하시고 든든한
대들보로 한 여름을 멋지게 보내세요.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님, 과찬에 부끄럽사옵니다. 뒷동산 할미꽃이라니요? 형님이 동산을 안 나오신걸로
압니다.ㅎㅎㅎ 형님 글의 매력에 푹빠진 독자들이 많으심을 인지하시고 늘 건필하세요.
이상동님의 댓글
은제나 글 함 올리나... 일 좀 맹구러야지...항상 잘보고만 감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상동후배, 넘치는 인고 야구사랑 늘 흐뭇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오.
80기수의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모습 보기 좋구료.
무더위에 건강하기를 비네.
이진호님의 댓글
논뚝 밭고랑에서 먹는 새참은 꿀맛 이었지요..막걸리 주전자들고 걸어가면서 가끔은 맛도보고요..
윤용혁님의 댓글
ㅎㅎㅎ 맞구요. 새참 참 꿀맛이었어요. 신문지를 돌돌말아 막은 막걸리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홀짝 거리던 막걸리맛 생각이 나는구료. 진호후배도 마셔보았구만? ㅎㅎㅎ
전재수님의 댓글
용혁후배님 글을 읽고나면 항상 멍하니.. 그시절이 너무 그리워 어릴적 추억에 빠져듭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어릴 적 추억속으로 잠시 내려가신 전재수 선배님, 고향강화의 구수한 사투리와
훈훈한 인심이 정겹게 다가오는군요.장날이면 아주머니들 머리를 바글바글 볶고
"아주머이 어디가시갸?" "잘 다녀오시겨"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군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오윤제님의 댓글
보는 눈은 같은가 합니다. 산간의 미라 간간이 만나는 길목에서 포도봉지를 씌우며 스치는 마음을 시인의 마을에 풀고 가겠습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시심을 풀어 놓으시는 윤제형님, 스치는 마음에 시인의 마을은 풍성하리라 믿습니다.
인일12김연옥님의 댓글
용혁님의 글은 항상 정겨운 풍경화 한폭을 감상하는것 같습니다.
인일에도 글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한 마음 많았는데 이곳에서 인기가 너무 놀랍군요.
자주 감상하러 들르겠습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김연옥님, 아니 형수님, 이렇게 친히 와주시니 너무 반가워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인일홈피에 간격을 두고 글을 올리나 워낙 자유게시판에 동문들의 글이 안 올라 있어
객들의 글이 쌓일 때는 글쓰기가 두렵더군요. IT위원이신 형수님께서 독려 또는 각 기수의 글을
동문광장으로 유도하심이 어떨련지요? 자주 오세요.
인일12김연옥님의 댓글
인일홈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그간 각 학교간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자 하는 몇몇I.T위원들의 노력으로 이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지만 아직은 인일홈에서는 저부텀도 외부인들의 많은 글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여 지지가 않는군요.더군다나 자유게시판이 대내외적으로 인일의 얼굴일진데 17개의 보여지는
인일12김연옥님의 댓글
자유게시판중에서 어떤때는 14개가
외부인들만 있는 것도 보기 않좋습디다.물론 인일의 동문들이 많이 신경을 써야겠지요.
어느선배님이 주객전도 되었다고 하셨지만
지금 인일게시판이 주객전도된 일이 또 발생한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인일12김연옥님의 댓글
초대하는자가 누구며 또 주인이 누구인지~ 객이 누구인지....
사랑방 손님이 주인집에 손님초대를 하는 격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李聖鉉님의 댓글
아니? 여긴 언제왔어? 사납금은 언제 채우려고...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이렇게 인천의 동문들이 담장을 허물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 얼마나 좋을까요..아주 보기좋은 모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