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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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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끈
참외의 겉모양이 매끈하면 맛있을 것 같아 매끈한 것들을 골라 산다.
물론 매끈한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에서의 맛의 차이는 없는데도 말이다.
사람들도 겉모양이 매끈하면 호감이 간다.
왠지 모르게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닦아가게 된다.
닦아가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사람에 있어서는 외모보다는 마음씨의 매끈함 일 것이다.
마음씨가 매끈하다 하는 것은 사람을 대할 때 물 흐르듯 마찰이 없다는 것이다.
닳고 닳은 시냇가 조약돌은 물이 잘 흐를 수 있게 누워 있어 오랜 세월이 지날수록 매끈한 모양을 내듯이 매끈한 사람도 상대의 말이 잘 흐르도록 성품도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어 가까이 가는데 저항이 없는 것이다.
누구나 좋아할 그런 성품의 사람은 매끈한 끈보다 질긴 질끈도 가지고 있다.
머리에 띠를 질끈 동여매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인내심 또한 많다.
질끈 눈을 감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서 좋다.
자기가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정진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은 질끈 눈을 감을 때마다 점점 매끈하게 되어 간다.
이런 매끈한 사람을 보면 부럽다.
부러움을 넘어 시기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도 개중에는 있는 것이 세상의 일이다.
매끈한 사람은 이런 소리에 질끈 눈을 감고 보지 않으며 질끈 귀를 닫고 듣지 않는 것이다.
듣지 않고 보지 않으면 성을 낼 필요도 없고 싸움에 휘말릴 일이 없다. 상대가 제풀에 꺾기는 것이다.
참는 것에는 포용의 힘이 생겨 그를 감싸 앉으니 감긴 사람은 그것을 풀어 제칠 힘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다.
인내는 용서라는 샘물도 생겨 상대의 흐린 마음을 닦게 한다.
마음이 투명해지면 눈 또한 맑아지는 것이다.
질끈 눈을 감을 줄 아는 사람은 발끈하기도 한다.
자신의 실패에 대한 노여움이 발끈한 마음으로 변하여 한번 오기를 부려보는 자기 성찰이다.
자기의 잘못에 부끄러워하는 반성의 시간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신호이기도 하다
자신의 부끄러움에 대하여 분노가 있었으므로 사회에 대한 발끈한 마음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잘못에 부끄러워 할 수 있는 발끈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지나치지 않게 발끈한 마음을 나타내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발끈한 사람의 힘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발끈하는 것은 곧다는 것이므로 곧은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이다.
이런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매끈한 사람인 것이다.
매끈한 사람은 화끈하기도 하다.
일을 시원스럽게 처리하는 맛이 정말 통쾌하도록 한다.
질질 끌려가는 스코어를 한방의 만루 홈런을 날려 역전시키는 홈런타자의 장쾌함이 있다.
우리가 자주 대하는 된장찌개에서도 그런 맛을 느낀다.
구수한 맛과 얼큰한 맛에 된장찌개를 대한다.
구수한 맛은 된장 자체가 구수한 맛을 내지만 얼큰한 맛은 약이 오른 고추를 넣어 끌이면 구수한 맛에 얼큰한 맛을 곁들일 수 있다.
고추가 들어가 얼큰하게 매운 것을 먹으며 우리는 시원하다 하는데 그 시원한 것은 고추가 매워 화끈한 기운이 가슴에 있는 모든 것을 깨끗이 쓸어가 버리니 시원한 것이다.
이런 시원함이 있으니 사람들은 된장찌개를 찾고 매운 고추를 즐겨 찾는다.
매끈한 사람은 따끈하기도 하다.
계산적이지 않고 자기를 희생하는 손이나 발이 있다면 그들은 따듯한 사람이다.
상대를 생각하여 배려하는 따끈한 사람이 진정 매끈한 사람이다.
겨울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아루묵은 어느덧 따끈하게 된다.
한 겨울 추운 날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루묵에 깔려진 이불 속에 꽁꽁 언 손을 집어넣으면 금방 따듯해진다.
은근하게 따듯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다.
따끈한 사람 곁에 있으면 온돌방에 있는 것 같이 찬 기운이 언제 있었나 싶게 온 몸이 따듯해진다.
따듯한 사람은 따듯함을 전하고 차가운 사람은 차가움를 전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주는 것이다. 차가운 사람이 어쩌다 건네준 뜨거운 물건일지라도 차갑게 느껴 받기가 싫어 거절하는 것이다.
호빵은 모락모락 김이 피어날 때가 먹기에 제격이다.
한 입 깨물어 입에 넣으면 따듯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다.
호빵처럼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람들을 나는 가끔 본다.
전철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 떨어진 휴지를 줍는 아주머니, 자선냄비에 손을 내미는 어린이와 엄마, 거동이 부자유한 노인들을 위하여 그들만큼이나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악기를 배워 서툰 연주로 위문하는 것을 보노라면 따듯한 정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열 달 동안 달고 있었던 어머니와 맺어진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우리 인간들.
흔적도 없이 사라진 탯줄을 찾아 그 끈에 다섯 개의 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 떠날 때에는 다섯 개의 끈을 매끈하게 만들어서 우리의 안방에라도 걸어 놓고 떠났으면 하는 쓸데없는 푸념을 한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호빵처럼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병수/휘철/윤제님 그리고 螢님..인용님제외..
윤용혁님의 댓글
오윤제 선배님, 다섯개의 끈이 주는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김태희(101)님의 댓글
<EMBED src=http://pds1.cafe.daum.net/download.php?grpid=tJe5&fldid=5y4c&dataid=249&fileid=1&regdt=20061005174313&disk=26&grpcode=myungjung516707&dncnt=N&.wma type=audio/x-ms-wma LOOP="-1" volume="0" enablecontextmenu="false"># James Last / Who Are We
윤인문(74회)님의 댓글
화끈 따끈 발끈 질끈 매끈 다섯개 끈 얘기를 들어보니 후끈 달아오르는군요..ㅎㅎ
안남헌님의 댓글
한국사람의 성공요건 "7가지 ㄲ" 여기에 끈이 있지요.. 끼,깡,꾼,꾀,꼴,꿈,끈... ㅎㅎ
송해영님의 댓글
생각 할 수록 좋은 글 올려주신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