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군대 이야기(1)
본문
군대 이야기(1)
언제 들어도 즐겁고 재미있고 흥겨운 것이 군대 이야기이다. 너도 나도 다함께
경험한 일들이라 군 생활을 한 사람들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반응한다.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뒷전이고 다른 사람이 인물과 장소를 바꾸어 놓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래도 주제는 동일하다. 세월과 장소와 주연만 다를 뿐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인
것을 왜 그리 즐거워하며 재미있어 할까
모두가 한번 지나친 장소요, 흘러간 세월이 아니던가.
그 시절은 그 시절의 문화가 있고 그 시대는 그 시대의 유행이 있어서 군 생활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하여주니 반갑고 그리울 것이다.
해병대로 치면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요. 공군이라면 “빨간마후라”라 하며
자기들 끼리 자랑하지만 소속을 달리하면 육군은 땅개요 해군은 물개며 공군은 까
마귀라 서로가 서로를 놀리지 않았는가.
무슨 귀신 잡는 해병이고 나르는 미그기를 떨어뜨리나 송사리도 잡지 못할 개병대
이고 앉아있는 참새도 날려 버릴 구라포인 것을........
하여간 젊은 시절 땅개나 물개 또는 까마귀나 개병대로 이삼년을 보낸 세월이
인생에 밑거름이 되어 삶을 든든하게 하고 풍부하게 하여줌을 삼십년이 지난 요즈음
에서 새삼 느끼게 한다.
그것은 바로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고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은 나에게
무엇인가를 스스로 물어보며 긍지와 자부를 느끼면서도 절망하던 시절이 너와
내게 있었기에 코리아가 뭇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 않을까.
그 젊음의 시절에 나의 군 생활은 금학산을 가운데로 앞에는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고 광활한 평야에 물을 대줄 한탄강이 있으며 그 물을 적절이 조절할 토교저수지
와 학저수지가 있어서 강원의 곡창으로 옛 부터 널리 알려진 철원평야. 그곳에서 나는
젊음의 한 순간을 머물러 있었다.
6.25 때에는 피아 서로 차지하려고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는 말 그대로 철의
삼각지가 되어 여기 철원을 비롯하여 금화와 평강, 이곳을 누가 차지하느냐 따라
戰勢도 달라지려니와 휴전선의 지형도 바뀌는 터라 백마고지가 밤낮으로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도록 치열한 전투를 한 것에 이제사 수긍이 간다.
국토란 산간 오지 돌멩이만이 뒹구는 삭막한 땅이나 저 멀리 떨어진 물도 없는 오지의
조그만 섬 하나 라도 소중한 것이거늘 이 광활하고 기름진 평야를 적에게 내줄 수 있나.
백마고지를 사수하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가 서로 엉기어 피 흘리던 혈전도 세 명의
사나이가 산화되고 밑거름이 되니 고작 십 명의 병력으로 고지에 태극기를 꽂을 수 있
었다는 전사를 들으며 참으로 통쾌하다기 보다 슬프고 애통한 이야기가 되어 병사의
마음으로 이어져 숭고한 신화가 되어 내려온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산과 길, 그 길을 따라 가다가 각 부대로 배치되는 동기들을
하나둘 떨어트리고 나는 금학산 밑의 어느 야산의 진지에 투입되어 그곳에서 전입 신
고를 했다.
그날이 공교롭게도 6월 25일인가 싶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며 덜컹거리는 트럭 뒤편에서 바라보는 산들은 왜 그리 험하고
높은지 날씨는 맑은데 산마다 왜 구름은 하얗게 둘려 있는지 게다가 쿠웅쿠웅 간간이
울리는 대포 소리에 두려움을 느낄 여유도 없이 소대원 앞에 서서 인사말을 해야 했다.
‘소대장과 소대원으로 이 자리에 만난 것도 우리의 인연일 것이다. 우리의 인연 계급
을 떠나서 좋은 인연이 되어 사회에서도 유지하였으면 좋겠다’ 고 가슴에 힘을 주고 말
을 하건만 목소리는 기어 들어가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던 것이 지금도 뚜렷하게 생
각 난다.
며칠 전 최근에 제대하여 남동공단에 단무지공장을 확장하여 이전한 동기가 부르기에
찾아가 보았을 때 나의 마음은 부러움과 함께 부끄러움이 밀려오고 있었다.
사업의 성공이야 세월 잘 만나고 사람 잘 새기면 성공하리라 여겨지는 터이라 커다란
부러움은 없었지만 수 십 년 전에 인연을 맺은 소대원들이 몇 명 와서 소대장의 사업번창
을 축하해 주는 전우애를 보고 새삼 부러움을 느꼈다.
나는 첫 대면에 좋은 인연을 얘기했는데 그 인연 몇 년도 되지 않아 다 없어져 버리고
이름조차 기억에서 사라진 소대원들을 생각하면서 다 나의 무능이요, 무지인 것에 속 아
리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다 자승자박이 아닌가.
아는 만큼 본다하던데 인생은 베푼 만큼 받는 것인가 보다.
내가 좋던 싫던 부대 생활은 시작되었다.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니 주번이란다.
주번이라면 일과 시간이 끝나면 모든 일과가 당직자에게 돌아가 가장 하기 싫은 근무
중의 하나이다.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나는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생활을 초짜의 소위가 알기
에는 아직 물이 덜 들어 기상 나팔소리에 복장을 가다듬고 연병장에 나가니 타 중대의
애국가 제창이 끝나갈 때 쯤 에서 주번하사가 점호 준비가 되었다고 보고를 한다.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까지 이틀 내리 이 타령이라면 이건 분명 신참을 시험하는 징조
라 생각하면서 경례를 받고 한마디는 하였다
내일 점호에는 애국가 제창이 일착으로 나오기 바란다고 간단이 그리고 단호하게 한마
디로 끝내고 끓는 속을 감추고는 하루 종일 찌푸퉁해 하면서 내일 점호를 기다렸다.
다음날인 오늘은 일착일까 기대하면서 나가섰지만 벌써 다른 중대는 애국가 가사가 연병
장을 지나 담장을 넘어 뒷산으로 퍼져가고 있을 즈음 “필승! 점호주우” 보고하고 있는
주번하사에게 달려가 돌려차기로 한방, 배때기 원투쓰리에 어퍼컷 한방에 영문도 모르는
주번하사는 변변한 반항도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보고받는 것도 생략한 채 "어제 부탁한 말 잊었는가? 내일은 애국가가 제일 먼저 나올
수 있도록 한다. 이상”하며 엄청 화난 목소리로 점호를 마쳤다.
어린 시절 집에서 기르던 수탉이 새벽에 제일 먼저 울면 은근히 기분 좋았던 일과
후보생 시절 훈육관은 최고가 되라는 말은 안하고 중간만 하라 하시면서도 모두가 중간
하려고 노력하니 중간하기도 어렵다는 말도 생각났다.
누구나 앞에 가는 것이 기분 좋고 신나는 터이지만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남보다
반걸음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민첩성과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근면함과 성실한 노력이 뒤따르니 애초부터 나 같은 게으른 사람들은 일찍이 포기한 일
이지만 그래도 앞장서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상이 아닌가.
군 생활은 주번근무가 끝나면 위병하고 위병근무를 끝내면 오분대기조로 개미 쳇바퀴
돌듯 반복하다가 야외로 작업이라도 나갈라치면 소풍이라도 나가는 양 즐겁기 그지없다.
오늘은 바로 야외로 작업을 하러 가는 날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남북한이 합작하여 만든 유일한 다리로서 이승만의 승字와 김일성의 일
字를 따서 승일교라 명명한 통일의 前奏가 될 상생의 다리를 지나 폭격 맞아 골조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철원군청이었던 노동청사에 도착하여 야영을 위해 텐트를 쳤다.
칠월이라지만 저녁을 끝낸 지도 얼마 되지 않아 해는 북녘으로 넘어가고 컴컴한 야외에
서 할 일이 무엔가.
이리 뒤척거리고 저리 뒤척거리고 있는데 선임하사가 막걸리를 가지고 왔다.
그때 처음 먹는 군대 고추장에 왕 멸치를 안주 삼아 먹던 그 막걸리 맛은 물을 너무
많이 섞어 술인지 물인지 모르게 알코올이라고는 전혀 없었지만 그 술이 지금은 왜 이리
그리운지 알 수가 없다.
선임하사가 떠나고 이내 잠자리에 들었으나 이때부터 폭격하는 모기들의 성화에 밤잠을
못 이룰 뿐더러 물이 바뀐 탓인지 막걸리가 문제인 것인지 설사로 좁은 텐트 문을 열고
들락거리기를 십여 차례 급기야 텐트 안에서 용변을 보고 흙으로 덮는 불상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범인의 심리는 자신의 흔적이 어찌 남아 있는지 알아보려 근방을 배회한다 하더니 나 또한
일찍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어제 늦게 도착해서 미처 챙기지 못하였는데 아뿔사! 그곳은 주위 대부분이 철조망으로
둘려져 있는 미확인 지대인 지뢰밭이 아닌가.
머리털이 오싹했다. 어제 술이 취해 설사라도 나지 않았더라면 지뢰밭에서 생 주검을
맞을 번 하지 않았는가. 전화위복이 이런 때 쓰이는 말은 아닌지 신앙심도 깊지 않은
나도 진심으로 하느님께 밤새도록 설사하게 하여 주심을 감사했다.
오늘부터 나는 대전차장벽을 조성하는 이곳에서 작업반장을 하면서 일의 진행은 물론
병사들의 일과를 간섭하고 안전과 위생 상태까지 챙기는 그야말로 초인의 힘을 발휘하여야
할 것 같아서 날씨도 더운데 애먹게 생겼다.
지레 겁을 먹고 작업 시 주위사항과 작업량을 분대장을 통하여 전달하고는 군화 끈을 단단히
조여 매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독촉하지만 작업의 진도는 나지 않고 병사들은 잡담이나 하고 담배나
피우고 있으니 부아가 끌어 가까이 있는 병사에게 발길질을 하고 작업량을 준수하라며 단단히
분대장에게 지시하며 이동할 즈음 선임하사가 닦아온다.
“소대장님 아무리 그래 보았자 소용없어요, 도급으로 처리 하세요” 하는 것이다.
도급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에게 도급을 꺼내니 마음은 타내려 가는데 처음부터 선임하사에게
책잡힐까 두려워 아는 체 하며 그럼 최 중사가 하시게 하였더니 그는 분대장을 불러 능숙한 솜씨로
할당을 한다. “오늘 각 분대 20미터씩 2단이다. 끝내는 분대는 곧바로 휴식을 취한다. 이상” 하며
작업을 독려하니 해가 서산에 지기도 전에 마무리 되지 않는가.
군대에 계급은 필요 없고 연륜이 말 한다더니 지금의 내 처지를 두고 하는 말 같아 얼굴이
빨개졌다.
여름이가고 가을이 오니 눈코 뜰 수 없는 훈련 속에 중대 ATT를 끝내고 대대ATT도 무사
히 끝내니 가을이 후딱 지나가고 겨울이 오니 동계 거점훈련이 기다린다.
온부대가 필수요원만 남고 전쟁이 일어나면 신속하게 투입하여 지켜야할 우리의 생명선에서
한 달 간을 야외생활을 하며 각종훈련을 실시하는 것이기에 재미있기도 하였다.
그 당시 전방에는 보통 영하 30도를 오르는 날씨여서 천막마다 온돌을 깔고 아침저녁으로 화목을
연신 넣어 구들을 달구는데 너무 과열시켜 불이나 분대화기를 모조리 불태운 소대도 있어서 소대장이
애를 태우는 것을 보아왔던 터에 모두들 단단히 조심하여 살피지만 불이라는 것이 예고하며 나는 것이
아닌지라 밤이 되면 순찰을 더욱 강화하지만 조심한다고 불이 날 것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전방 실습을 나온 3사생도와 함께 잠자리에 들어 자정이 지났을 무렵 그 생도가 소변이 마려웠는지
일어났을 때 텐트에 깔아놓은 나뭇잎에 불이 붙어 안에 보관하고 있던 탄약통으로 이동하는 것을
재빨리 보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온 몸에 벌집 쑤실 일 당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동계거점훈련은 군생활추억중의 으뜸이었으니 함께한 소대원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올무에
걸린 토끼를 안주 삼아 막걸리 퍼마시던 이야기 나누며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 나눌 터인데 그 병사들
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그립기도 하다.
우리만의 일들이 왜 중대장까지 알게 되어 애꿎은 나만 미움 받게 한 장본인이 누구인가도 따져 보는
것도 좋고 운천 비행장에 경계근무 하러 파견 나가 사과 서리하다 모자 떨어뜨려 과수원 주인과
실랑이 하게한 장본인이 누군가 물어 때늦은 범인을 찾는 것도 한 때의 즐거운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형님때문 용혁도 방뺀듯합니다..낼 사택에 인터넷연결되면 탐독하고 꼴달겠습니다..몇타/分 십니까?
윤용혁님의 댓글
선배님께서 들려주시는 추억의 군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오 선배님께서 자주오신다면
저는 늘 군을을 지펴 아랫목을 뜨끈뜨근하게 해 놓겠습니다.
가끔 고구마와 동치미 국물도 마련하지요.
李桓成님의 댓글
도급이 무엇인지 ===> 야리끼李?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재학이가 바라던 군대이야기 나오는데 재학이 좋겠네..ㅎㅎ
오윤제님의 댓글
군대에서 텐트칠 때 A텐트, B텐트, C텐트가 있으며 분대용으로는 텐트를 이어 만들어 9명 정도 너끈이 들어가 생활할 수도 있지요. 도급은 공사판에서 돈내기라 하던것 같은데 할당하는 것으로 썼는데 맞는 말인지는 알 수 없어요
윤인문(74회)님의 댓글
동열형은 컴퓨터 속썩이더니 맛이 갔나봐요..윤제형님 군대이야기에 거들게 많을텐데..ㅋㅋ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저번에 환성형님은 월남스키부대 출신이라고 뻥치던데..ㅋㅋ
이환성(70회)님의 댓글
할당하는 것으로 썼는데 ===>촌스런표현 야리끼李! /// A텐트, B텐트, C텐트가 있으며===> 청소년들이 음란물보며 치는 몽고텐트(형섭님표현) 누락됐습니다../// 난군대얘기는 없네..계양산예비군훈련이야기는 이미소개..악마의 유혹이라고..
최병수(69회)님의 댓글
옛날 35년전 시골 농장 관리자로 있을 적에 경상도출신[사과:전지대장]은 헌병대장, 충청도 본토[돼지박사]는 육군병장, 전라도출신[잡동사니담당]은 (지리산)빨찌산 연락병 = 젤 쫄다구... 이들 세 사람의 군대이야기 들은 게 새삼 기억에 납니다... 그 분들 모두 지금은 고인이 되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