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고향에 봄
작성자 : 윤용혁
작성일 : 2007.03.08 14:10
조회수 : 1,333
본문
내 고향 강화에는 해풍에 실린 봄도 일찍 찾아와 바짝
배를 깔던 냉이와 실파를 빼닮은 달래는 보리밭 이랑을
듬성듬성 수를 놓았죠.
봄비가 내린 뒤 나만이 아는 비밀의 장소 돌 틈에 콩나물처럼
야리야리하게 솟아나는 은싱아를 다른 애들 몰래 찾을 때 그
설레 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군요.
개울을 따라 나지막한 산을 오르면 구구대는 산비둘기 소리에
호기심과 두려움도 갖고 물오른 버들개지를 꺾어 비틀어
호대기를 불던 일이 엊그제 같군요.
동면하다 잠이 깬 무당개구리의 새빨간 뱃살에 혐오감을 느끼며
황급히 산을 내려왔죠.
쟁기로 밭 갈며 함지박을 머리에 인 아낙을 기다리던 아저씨는
곁두리로 나온 막걸리에 시름을 달래야했죠.
하교길 양지깨 고모님 밭두렁에 뾰족이 돋아난 삘기는 나를
반기니 속살을 헤쳐 입에 물면 사르르 녹으며 들쩍지근한 맛을
선사했답니다.
그때를 그리며 시조 한 수 읊습니다.
고향에 봄
글/윤 용 혁
동살에 덧물넘쳐 개여울 툴툴되니
갯버들 보송보송 솜털을 입에 물고
역광에 촛불 밝히니 지즐대는 산새들
봄동은 파릇파릇 텃밭을 수놓을 때
호미 끝 걸려드는 달래의 흰 엉덩이
냉이의 포복절도에 넘쳐나는 된장국
춘삼월 내 고향집 종달새 간데없고
영각의 소 울음이 보리밭 넘나들 때
고향에 봄은 살며시 초대장을 보냈네
댓글목록 0
오윤제님의 댓글
봄의 정감이 물씬 풍깁니다. 달래 냉이 쑴바귀 삘기까지도 알것 같은데 싱아는 모르겠더라고요. 박완서의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를 다 읽을 동안에도 궁굼하였는데 통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강화는 개성에 있는 싱아가 인천에는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네요.
오윤제님의 댓글
강화는====>강화와
김태희(101)님의 댓글
봄만 되면 양지바른 풀밭에 앉아 병든 병아리처럼 졸아보고 싶은데...여태 못해봤어요.<BR>
추워서 땅에 납작 엎드려 자라는 이른봄 냉이를 포복절도로 표현하셨네요.멋있네..달래엉덩이는 더 멋있고..
윤용혁님의 댓글
오윤제 선배님, 싱아는 한줄기로 자라 머리에 잎을 피우는 봄에 찔레보다 먼저 피어나는
풀이랍니다. 마디가 있고 대를 꺾어 먹으면 무진장 시지요. 그래서 싱아라는 명이 붙었어요. 가끔 나뭇잎에 싸아 흙을 덮고 군불에 구우면 신맛이 덜해 먹기가 편하답니다.
다발로 묶어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였지요.좋은시간 되세요
윤용혁님의 댓글
김태희님의 시심을 공유하시니 넘 기쁘군요. 저도 양지가 풀밭에 병아리되어 오수에 젖고싶군요. 언제나 고운시간되세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ㅋㅋ 바로전 용혁님에 태희님도 신경 써주라고 꼴달렸는데..이미...꼬리는 몸통을 낚고..악화는 양화를...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용혁님은 논두렁시인이야? 밭두렁신감..싱아란 닉네임쓰는 녀도 있던데..cafe inzoook 에는..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님, 논틀밭틀 시인입니다요.ㅎㅎㅎ
외지에서 기나긴밤 넘 수고하십니다. 바늘 한쌈 부치려 하오니 택배주소라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머지않아 춘분이니 그래도 밤이 짧아지니 넘 염려마십시오.
윤 브라더즈 막내올림.
이진호님의 댓글
어릴적 먹던 싱아 생각하니...입안 가득 침이 고이네요...칡뿌리도 캐먹고...
오윤제님의 댓글
잘 알았습니다. 어릴 때 얼굴 찡그리고 먹던 기억나네요. 그게 싱아였군요. 인천의 끝이라 우리들만의 말로만 살아왔으니, 우리는 시엉이라 했던 것 같아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울홈엔 용혁님 글보러 오는 손님 많습니다..혹 조제시 옥또정기랑 아까징기 착오없길 바랍니다..ㅋㅋ
거시기님의 댓글
그게 그거 아닌 감요. 서로 빨개스리 아무거나 발르면 낫던데. 최면 효괴인가?
차안수님의 댓글
달래장에 밥비벼 먹으면 , 그향기에 춘곤증이 싹 가시는데.. 요즘 시장에서 파는 달래는 향이 약한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