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세상에 이런 일이
본문
용내천,
용이 오고 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강산의 맛난 우물이 발원지가 되어 여울목을 힘차게 돌아
외포리 바다로 흘러갔다.
맑은 시냇물이 흘러 송사리, 참붕어, 피라미가 살던 이곳도
장마가 져 많은 비가 내리면 시뻘건 황토 물을 위 아래로 토해내며
콸콸 무섭게 용트림을 쳤다.
하늘이 열려 며칠을 사납게 대야로 물을 쏟아 붓듯 비가 내리니
동네어른들은 걱정 어린 눈으로 도롱이를 뒤집어쓰고 개울가로 나와
논둑이 터질까 전전긍긍 하고 있었다.
용내천의 물이 불어 넘치기 시작하자 급한 김에 오촌아저씨는 배를 깔고
우리 냇둑이 넘어가지 않도록 목숨을 담보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연신 삽으로 흙을 퍼 냇둑을 돋우었다.
다행이도 비가 소강상태를 보여 위기에 처했던 벼가 한껏 자란 논을
간신히 건져낼 수 있었다.
논에서 잠자던 맹꽁이도 안도의 한숨을 내 쉬듯 “아드득” 소리를 내며
벼 이랑을 헤엄쳐 갔다.
지긋지긋한 장마,
초가지붕엔 이름 모를 버섯이 피어나고 둥근 박은 하얀 엉덩이를 뒷물할 때
아버지는 밭에서 거둔 얼기설기 푸른 팥 떨기를 안방가득 채우고 자식들을
불러 모아 손톱에 까만 때를 키워가며 그 팥을 까도록 독려하셨다.
저녁을 준비하시던 어머니의 한숨소리가 아까부터 들렸다.
아궁이에서 물이 난다고 투덜거리셨다.
며칠 전 이웃집 아저씨가 굴뚝을 손보다가 막걸리에 취해 대충 마감을
졌기에 빗물이 흘러 들어가 아궁이에서 물이 난다고 푸념을 늘어 놓으셨다.
마른 솔가지를 꺾어 불을 지펴도 연기만 자욱하게 부엌을 그을리고 눈과 코를
자극하니 도통 밥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어머니는 얼기설기 뜰 안에 솥을 걸고 밀가루를 반죽하여
수제비를 뜨셨다.
뜨거운 수제비를 호호 불며 짠지랑 같이 먹는 그 맛도 어머니의 마음 같아
아주 맛이 있었다.
저녁을 물리자 어머니는 섬뜩한 옛일을 들려 주셨다.
장마 통에 전형적인 농사꾼이셨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한다.
그해도 많은 비가 내려 저수지 둑이 무너지게 되자 동네에 난리가 났고
아궁이에서 물이 넘쳐 바가지가 둥둥 떠 다녔다.
논둑이 터져 벼가 다 쓸려 내려갔다고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자 병풍에 가려져있던 염을 하고 입관을 마친 외할아버지의
시신이 벌떡 일어나 앉으니 방에 모여 있던 조문객들은 기절초풍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외삼촌인 아들들이 다가가 “아버지 염려 마세요. 저의 논은 깨끗합니다. 어서
누우세요.“ 하니 그제야 일으켰던 몸을 풀고 누우셨다는 것이다.
평생 농사만을 짓다 돌아가신 분이 난리 통에 분을 못 참고 큰 대못이 꽉
박힌 관을 열고 일어날 정도로 영혼이 구천을 떠돌다 잠시 들어 왔었나보다.
시신 앞에서 무슨 소리를 못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꼭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농심은 죽어서도 농사일을 접지 못한 것 같았다.
그날 밤 우리 모두는 무서워 안방에 모여 잠을 잤다.
몇 년 전 동네개울을 건너다 고무신을 놓쳐 그걸 주우려 들어갔던 윗말
초등학교 저 학년의 여자애가 떠내려가 목숨을 잃은 그 개울가가 떠올라
잠이 오질 않았다.
밤새 비는 팀파니를 치듯 철판을 두드리며 억수로 쏟아졌다.
저 멀리 용판구덩이에서 낙차를 이루며 떨어지는 물소리가 포사격을
하듯 쿵쿵 소리를 내며 간간히 들려왔다.
내일 아침 학교를 어떻게 간단 말인가?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에 일어나 앞마당을 내려다보니 툇돌 위 내 하얀
고무신에는 빗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물방울을 만들다 금방 터져 버리는 빗물에 담장 밑에서 어슬렁거리며 이제
막 기어 나온 못생긴 두꺼비가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때를 불려 목간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유선 스피커에서 오늘 휴교임을 알리기에 내심 쾌재를 부르며
개다만 이불속으로 다시 몸을 던졌다.
눅진한 광목이불에서도 곰팡이 냄새가 많이 났다.
그래도 그 냄새가 고향의 향기로 다가와 아랑곳 하지 않고 이불에 몸을
둘둘 말아 다시 늦잠을 청했다.
날이 개자 서쪽 하늘에는 형형색색의 쌍무지개가 떴다.
텃밭의 호박꽃도 환한 미소를 보이며 큼지막하게 피어났다.
호박잎 줄기를 잘라 도랑으로 흐르는 물을 막고 수로를 내어 수차를
돌리다 그 중 시든 호박꽃을 따 손으로 주물럭거린 다음 철사를 구부려 만든
낚시 바늘에 꿰여 풀밭에서 노는 개구리 입에 가져가니 미련한 개구리는
덥석 그걸 물었다.
다시 풀어 주었다가 입에 또 가져가면 잠시 머뭇거리던 그놈은 결국
또 물었다.
할 수 없이 잡아 가져와 닭장의 닭 먹이 감으로 던져 주었다.
길고 긴 장마도 맨 꼬리를 보이자 작열하는 태양이 대지를 뜨겁게 달구며
쑥쑥 자란 오이를 한 입 깨문 개구쟁이들을 물가로 인도 하였다.
그렇게 여름은 본격적인 젊음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댓글목록 0
유승식님의 댓글
용혁 후배님의 고향을 그리는 감칠 맛 나는 글, 매번 잘 읽고 있다네. 고향이 나와 같은 강화에 양도이구먼. 양도국민학교는 내가 33회이니까 자네가 입학하자 마자 나는 졸업을 했겠네. 반갑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만나게 되서. 언제 기회가 되면 만나 보도록 하세. 좋은 글 계속해서 올려 주시게.
윤용혁님의 댓글
유승식 선배님, 안녕하셨어요?
혹시 외대를 나오시고 저의 용범이 형과 1년차로 같이 다니신 그 형님 아니십니까?
형님댁이 건평부락이신지 존강부락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아주 잘 생기신 것으로 기억 합니다.아무튼 고향 선배님을 인고인으로 함께 하심에
정말 반갑습니다. 세상은 참 넓고도 좁습니다.언제 뵙지요.
김태희(101)님의 댓글
<embed s src=http://mediafile.paran.com/MEDIA_5323574/BLOG/200703/1173455248_다음카페oldiespop.wmv width=490 height=390 type=application/x-ms-wmv volume="0" showstatusbar="1" loop="-1"><br>Sloop John B - Beach Boys
윤인문님의 댓글
용내천이라..개천에서 용이 나왔다는 얘기인데..그래서 용혁후배같은 훌륭한 인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ㅎㅎ(이건 농담이 아니고 진실로 얘기하는 것임)
김태희(101)님의 댓글
외조부님이 입관 못질 끝낸 관에서 벌떡 일어나실 정도의 충격적 물난리였다니...<BR>
근데 그거 믿어도 되나요? 물난리에 충격받은 외삼촌이 헛것을 보신 건 아닌지..ㅎㅎ<BR>
의식불명 상태를 돌아가신 걸로 착각하여 염수습을 마쳤는데
다시 정신이 드신 분을 관속에 들어가시라고 밀어 넣..하하..저의 별난추측입니
오윤제님의 댓글
아궁이에 물 차던 칠십년대, 허구헌 날 수제비에 칼국수 먹기 지겨웠는데 지금은 웰빙식으로 각광받는 세상 그러고 보면 고향의 초가집도 빛날 때가 있겠지요
윤용혁님의 댓글
김태희님, 비치보이스의 동영상과 그리운 정든 고향집 노래를 들으니
옛 생각에 눈물 납니다. 남자는 울면 안되는데요.ㅎㅎㅎ
김태희님의 추측에 귀여움을 느끼며 그 옛날에는 비도 아주 많이 온걸로 기억됩니다.
어찌 이리 채치가 많은신지요? 늘 고운 시간 되세요.
윤용혁님의 댓글
오윤제 선배님네 아궁이에서도 물이 많이 나셨군요? ㅎㅎㅎ
바가지가 둥둥 떠 다녔어요. 수제비를 즐겨(?) 드신 선배님, 선배님의 그 마음에
저 또한 공감을 한 껏 보내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 용내천은 양도면의 나일강이라고 우기던 바보 친구도 있었어요.ㅎㅎㅎ
형님의 과찬에 몸둘바를 모르다가 용이아니고 토룡이임을 알고 아주 마음이 편하답니다.
수종이 형한테 형님 자랑 많이 하였습니다. 즐거운 오후 되세요.
유승식님의 댓글
용혁후배가 기억하고 있는 대로네. 다만 잘 생겼다는 것만 빼고는. 그러니까 1년 선배인
용범이 형의 친제로구먼. 용범이 형 근황도 궁금한 데.... 빠른 시일내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세. 더 더욱 반갑네.
안남헌(82회)님의 댓글
지난번 70기수 체육대회때 유승식선배님과 윤용혁선배님 두분 모두 운동장에 계셨었는데...인사 나눌수있게 해드렸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윤용혁님의 댓글
유승식형님, 정말 반갑습니다.
용범형은 현재 통일부 법제팀장으로 개성공단등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일을 하고 계세요.
서울 구로동에서 살고 계신답니다.
저도 빠른 시일내에 형님을 만나뵙고 싶습니다.
그동안 안녕히 계십시오.
윤용혁님의 댓글
남헌후배, 승식형님이 70기수 체육대회에 오신 것도 모르고 있었네.
아주 안타까운 일일세. 언제 한번 형님모시고 식사나 합시다.
좋은 시간 되시게.
박용생님의 댓글
부업으로 돈벌기
부업으로 돈벌기
이 부업을 하시면 반드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 정보를 보시는 순간 이미 행운아이십니다
딱 1회 60.000원 투자하고 딱 3명 추천하여
자동 스필오버 방식으로 1억 7천만들기
전국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십시오
당신은 이 사업으로 부자가 되실 수 있습니다
참여하기 아래 주소를 클릭 시십시오
www.don.or.kr/my7979
위 주소를 클릭해도 열리지 않으면 주소를
선택 복사해서 위 주소창에
붙여 넣기 하셔서 엔트 치십시오
관리자님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 정 마음에 없으신 정보라면
귀 사이트
주소를 메일로 보내주시면 금후 이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h1112222a@naver.com
삭제 암호 aa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