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날자! 날자!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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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 날자! 날자꾸나.
위 타이틀은 대학 삼학년 시절 이화여대 앞 민예 소극장에서
형사 역을 맡아 열연했던 이상의 ‘날개’를 각본화하여 난생처음
연극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여름방학 내내 극장에 나와 각본을
외우고 서툰 몸짓의 연기를 하려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것보다도 극장 대관 비를 친구와 둘이 대학 2학기 등록금으로
대치한 상태에서 흥행이 실패하면 박봉의 아버지가 대 주시는 학비를
탕진하는 꼴이 되어 대학이고 뭐고 국물도 없을 판이기에
걱정도 앞섰다.
여학교 앞이다 보니 흥행을 목적으로 이대 영문과에 다니는
미모의 여학생을 친구가 섭외하여 여 주인공을 시켰다.
땀을 흘리며 연습하여 드디어 2회 공연의 막이 올랐다.
소품의 관을 들고 등장하면 나의 첫 대사가 시작 되었다.
“확인하시오! 확인하시오!”하며 죽은 시체를 보여주며 여 주인공을
다그치는 장면이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의 여인을 가차 없이 손목을 잡아 채
끌고 나가는데 그만 소품에 걸려 치마가 홀라당 벗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심각해야할 장면이 본의 아니게 포르노로 바뀌고 관객들은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연기에 몰입한 나는 영문도 모른 체 여인을 질질 끌고 나가다
모서리에 허벅지를 부딪치어 아파 죽겠다는 그녀를 보고서야
일의 사태를 감지하였다.
내가 얼마나 세게 끌고 나갔기에 통증으로 여 주인공은 일어서질
못했다.
그 보다도 치마가 벗겨졌으니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순간기지를 발휘한다고 내 웃통을 벗어 감싸니 애정장면으로
바뀌어 연극이 잠시 중단되었다.
정말 연기자의 길은 멀고도 먼 것이었다.
극 중간에 법정에 서서 잔인한 살인사건을 증언하는 대목에서
“제 설명이 너무 예술적인가요?”라는 독백에 관중들이
또 한 번 웃어 주었다.
오후 세시 다섯 시의 2회 공연을 마쳐 커튼 콜 할 때 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으니 그간의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연기자들이 이 맛에 무대에 서는 구나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티켓을 후배들에게 강매한 덕인지 쫑파티를 하며 결산을 하니
적자는 아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학교를 휴학하는 불상사가 될 뻔하였다.
엊그제 영문과에 다니는 딸아이가 과에서 주최하는 연극의 노파 역을
맡았다며 소품으로 제 엄마의 통치마를 빌려 달랬다.
내가 한마디 했다. “치마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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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혁님의 댓글
재준형님 환성 형님 인문 형님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술은 조금이에요. 내일 모레 약주한잔 올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