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경칩날에
본문
오늘이 동삼석달 겨우내 땅속에서 동면하던 개구리들이
잠을 깨고 버러지들 놀라 꿈틀거리는 경칩입니다.
마을 사랑에서 담배연기 뿜어대며 노름에 빠졌던 남자들도
쟁기를 챙기고 “이랴! 이랴!” 하며 구구경우(九九耕牛)를 불렀죠.
아낙네들은 장담금기에 열을 올려 잘 씻어 말린 장독에
발효된 고린내 나는 보꾹의 메주를 넣고 체에 거른 소금물을
메주가 잠길 정도로 붓고 거기에 붉은 고추와 참숯을 넣어
왼새끼를 꼬아 숯, 고추, 한지를 끼운 금줄을 쳐 장맛을 지켰지요.
여기서 붉은 고추는 악귀를 쫓았고 참숯은 살균작용을
효과적으로 하였습니다.
그만큼 먹을거리가 없을 때 장이 밑반찬이 되어주는 큰
역할을 하였기에 소중하게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식물도 월동 기를 끝내고 기지개를 펴 물을 빨고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등이 생육을 시작하는 바야흐로 봄이 시작되는 시기였습니다.
외양간과 돼지우리의 분비물과 겨우내 모아두었던 오줌도 퇴비가
되어 두엄을 만들어 논밭에 뿌렸고 겨울 내내 모았던 변소 간의
인분을 퍼 밭에 부으니 냄새로 당시 시골의 공기는 아주 고약하였죠.
이때 바로 멀쩡한 길을 놔두고 우리 밭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을
골려주려고 밭고랑에 웅덩이를 파 인분을 듬뿍 넣어 살짝 볏짚을
덮어 흙을 뿌려 위장하면 한두 명은 걸려들어 혼쭐이 났답니다.
어느 해는 퇴근길에 아버지께서 밟아 신사복 아랫단과 구두를 망치시니
그날 저녁 동생과 나는 두 손 들고 벌을 섰던 기억이 아주 새롭습니다.
시 한수 떠 올려 봅니다.
경칩 날에
글/윤 용 혁
아침부터 땅속 심장이 두근거린다.
일벌들의 때 이른 기상나팔에
알몸으로 선착순 하던 개구리
꽃샘추위에 고환이 얼어터진
모두 무정자증 환자다
북녘 땅 오지에서 헐떡이며 달려 온
봄은 봄이 아니다
동삼석달 후 세찬 모라기에
하품하던 개구리 입이 뒤집혀
할 말 잊은 얼벙어리다
우수에 천둥쳐 대동강 얼음 울부짖고
동토에 땅도 놀라 버러지 잠깨니
동포여! 어서 구구가를 부르자
볕뉘를 고루 비쳐 씨를 뿌려라
평화통일의 꽃씨를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오줌도 퇴비가 되어 맛을 낸다던데..인사동에 경칩은 언제 오는가..鼎(솥)도 다리가 세개인데
용혁/인문/휘철...휘철/병수/윤제...3위일체...맛을 우려야는데..맛의마술사 螢님...낼은 맛사지나 받어야징..
김태희(101)님의 댓글
<embed src="http://music.cein.or.kr/technote/./board/dongkam/upfile/springvoice.asf">
<br>Voice of Spring(봄의 소리왈츠) 내림나장조/ Johann Strauß ll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br>
김태희(101)님의 댓글
젊었을 땐 송도시장에 나가 수인선 협궤열차 타고 오신 할머니들한테 메주 사다가
간장 된장 담아 먹었는데 아마 경칩 직전에 그 작업을 했던것 같아요.<br>지금은 토종메주 구하기 힘들어 시골서 담갔다는(별로 미덥지 않은) 조선간장 된장 택배로
주문해 먹는데<br>장 맛이 그맛이 아니지요. 아~~진짜메주와 쌈장....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인사동된장...누가제맛일까?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님, 개구리 잠깨니 바야흐로 봄의 서곡이 시작되었죠. 형님에 마음에도 봄이 오겠죠? 김태희님,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왈츠에 개구리도 잠깨어 왈츠를 추다
부르스로 바꾸어 추는군요. 아름다운 음악을 절 위해 올려주시니 아주 쿨하신 님에게
감사말씀 봄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행복하세요.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인사동된장...누가제맛일까? ===> 이거 밝히면 된장女..된장男 되는데요..ㅋㅋ
오윤제님의 댓글
연수동, 만수동, 구월동으로 기차나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구수한 인분 냄새가 폴폴 날리었는데 다 개발되어 소 모는 풍경 간데 없고 사람들만 루루랄라 하네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왈츠 ===> kbs 螢님이 후원했나봐..등록상표가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