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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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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누님
세상에 많은 누님이 계시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사촌 수녀 누님이 계셨다.
둘째 아버님이 대구사범시절 한 처녀를 사랑했는데 그 가운데에 태어나신
누님이시다.
완고하신 할아버지의 강력한 반대로 그 두 분의 혼사는 애절하게도 성립되지
못했고 누님만 아주 어린나이에 어머니와 생이별하는 슬픔을 겪었다.
강화 고모님 댁에 맡겨져 자라는 누님은 예쁘고 상냥하여 동네어른들로부터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인사성 바르고 싹싹한 누님을 동갑내기 큰집의 누님이 질투를 하기
시작해 누님은 언제나 울며 지냈다.
어쩌다 내가 고모님 댁에 놀러갔을 때 누님은 골방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 옆에 심통스런 표정의 큰집 누님이 씩씩 거리며 서 있었다.
밤이면 뒤뜰 배나무 사이로 비치는 별빛을 헤아리며 어릴 적 헤어진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중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어머니 얼굴이라 여겼다.
누님의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혀 있었다.
시골성당의 주일학교교사가 된 누님은 성가도 잘 불렀고 특히 옛날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잘 들려 주셨다.
콩쥐밭쥐와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실 때는 감정을 섞어 실감나게 잘도 하셨다.
특히 누님의 동그란 얼굴과 성당에서 “베드로!” 하며 나의 세례명을 불러 줄
때가 제일 좋았다.
누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주일학교 교가도 목청을 다해 불렀다.
“우리가 사랑하는 주일학교는
천주께서 은혜로이 세워 주셨네.
따듯하고 즐거우며 애정에 넘쳐
일 년 중에 쉰 두 번 여기 모이네.~~~“
봄이 되어 누님을 따라 뒷산에 오르면 누님은 그 많은 풀 중에 먹을 수 있는
나물에 종류를 하나하나 알려 주었다.
이것은 곱새나물, 취나물, 원추리나물, 고사리, 밀대나물 등 모르는 것이
없었다.
이것은 독이 있어 먹으면 안 되고 저것은 먹어도 된다는 등등을 상냥하게
일러 주었다.
내가 목이 마르다하면 어느새 물오른 소나무 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겨
흐르는 물을 입에 축여 주었다.
찔레도 꺾어주고 싱아는 연필처럼 다발로 묶어 주었다.
누님은 진달래꽃을 무척 좋아해서 한 아름 꺾어 성당 꽃꽂이도 하고 남는 것은
빈병에 꽂아 누님 방 창가에 두었다.
가끔 성경을 읽어주며 구약성서의 용감한 다윗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 줄 때면
나는 이미 그 소년이 되어 골리앗을 돌멩이로 때려눕힌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어머니에게 하시는 말씀을 얼핏 엿들었다.
누님이 서울에 있는 성가수녀원으로 가게 되었단다. 둘째아버지도 허락하셨다 한다.
나는 두 주먹을 쥐고 고모님 댁으로 달려가 자초지종을 누님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나 누님은 말이 없었다. 아니 울고 계셨다.
막상 누님도 신실한 신앙 속에 결정을 하였지만 정든 곳과 모든 것을 뒤로하고
엄격한 믿음에 생활을 위해 떠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았다.
드디어 누님이 수녀원으로 떠나는 날,
누님을 아끼고 사랑하던 성당 분들과 작별을 고하고 둘째아버지와 삼촌이신
나의 아버지 손에 이끌려 하얀 보따리를 들고 누님은 차를 타기위해 용냇뜰
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린 나는 울며 “누나 안가면 안 돼.” 하며 뒤를 따랐다.
누님도 옷소매로 눈가를 연신 훔치고 있었다.
고개 마루를 돌아 버스가 힘겹게 툴툴거리며 다가왔다.
차에 오른 누님은 “공부 열심히 해. 그리고 건강하고!” 눈을 감고 울먹이고
있었다.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달려가는 차 뒤를 쫒으며 나는 누님을 불렀다.
“누나! 애은 누나 가지마!~~~”
세월이 흘러 집사람과 나는 딸아이를 데리고 정동의 영국 대사관 옆 성가
수녀원의 누님을 종종 만나러 갔다.
금남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정원,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그곳에 누님은
까만 터번을 쓰시고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매해 내 생일과 내 신명인 성 베드로 첨례 일에 빠짐없이 예쁜 카드를 보내
주시던 그 누님에게 떡과 과일 한 박스를 건넸다.
누님이 끓여 내오시는 녹차를 마시며 누님이 어느새 환갑을 맞게 된 것을
알았다.
누님의 극구반대에도 불구하고 형님과 의논하여 가까운 친척들만 모신가운데
초촐 한 환갑연을 차려드렸다. 그렇게 반대하시던 누님의 얼굴에 웃음꽃이
떠날 줄 몰랐다.
얼마 후 누님이 이스라엘 성지 순례 기회가 있으시다 기에 기꺼이 계획을 세워
보내드리려 준비하는데 사촌 형한테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모든 것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왜 그러실까? 무슨 일이 있으신가?
누님이 위암말기라는 것이다.
전전주 수녀원에서 누님 면회 시에 안색이 좀 안 좋다는 생각과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말씀에 소화제 한통만 덩그러니 내 밀고 돌아 왔건만 이 무슨 청천벽력의 소식이란
말인가?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그 해 맑고 고운 누님의 충격적인 사실에 나는 할말을
잊었다.
얼마 전 성당에서 복사를 서는 딸아이 편에 작은 어머니께 드리라고 키 작은
금송화씨와 여러 종의 백일홍 씨를 누님의 사진과 함께 보내셨는데 그것이
이별의 씨앗일 줄은 정말 몰랐다.
성당에서 누님을 위해 간절히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주님! 기구한 삶을 오직 당신만 바라보며 당신을 향해 살아 온 누님을 살려 주세요.”
그러나 그 누님은 잔잔한 미소를 띠운 채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이 글을 쓰는 내 손에 아직 나의 어머니에게 전하지 못한 금송화씨와 백일홍 씨가
미소 짓는 누님의 사진과 함께 들려있다.
올 봄에 그 씨앗을 가지고 강화에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 화분에 심어 보리라.
순결한 삶을 살았던 그 누님이 환한 모습으로 다시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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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성(70회)님의 댓글
적절한 표현 어렵습니다..다만 마음이 저립니다..
이동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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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열님의 댓글
마법의성 - 김광진(더 클래식)
전재수(75회)님의 댓글
매정하고 무력한 神! 그 神에게 그 누님은 평생을 빌고 또 빌었다는 걸 생각하면 ....
화가 치미는 구려.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 저 역시 형님마음 헤아리며 슬프답니다.
동열형의 마법의 성처럼 그 누님에게 기적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전재수 선배님, 선배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그분을 더욱 사랑하셔
일찍 데려가신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더 편해져요. 감사합니다.
윤인문님의 댓글
중학교때 본 명화 "기적"이 생각나네요..정말 그때 용혁후배 누님에게 기적이 일어 났었으면....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제안1) 용혁님글에는 10년전일인지 어제일인지 가름이 안됩니다..참고로 년도를 알려주면..감동도 두배..환성님은 날짜까지박던데..ㅋㅋ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미라클 저도 봤어요. 그래도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요.
결국 기적은 일어 나지 않았답니다.
환성형님,2003년 4년전 일이군요. 약장을 정리하다 오늘에야 그 잊고 있던 꽃씨를 찾았어요. 누님 사진과 함께요.
李淳根님의 댓글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윤 애은 수녀님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윤용혁님의 댓글
이순근 선배님, 정말 감사드려요.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이 누님을 지켜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아멘.
조동원님의 댓글
76회 윤용혁 글 잘 쓰네요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용혁님도 꼬리탄력받네..지리산 큰형님이 기뻐하실겁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조동원 선배님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조 선배님.
환성형님, 우리 윤부라더즈의 맏형 휘철형님이 요즘 지리산에 가신 후 안 보이시는군요.
휘철형님!!! 지금 어디 계세요. 막내가 울부 짖습니다. 건강하시죠?
이환성970회)님의 댓글
용혁님..조제를 어찌했는지 조회/꼬리수 함량미달입니다..낼 다시 출석부 마이신좀 넣고 조제하세요 .....ㅋㅋ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조동원(70회): [02/06 17:48]
76회 윤용혁 글 잘 ===> 내방도 들어와라..번지수가 틀림 나 70호실.욕실/마사지시설 완비..ㅋㅋ
윤용혁님의 댓글
보약을 짓다보니 마이신을 뺏군요. 환성형님.
낼은 설사약좀 넣을까요?ㅎㅎㅎ 꼬리들고 다니시게요?
윤휘철님의 댓글
용혁이가 심성이 맑은 이유가 수녀 누님의 영향인가보이 물론 유년시절의 강화 고향덕분이겠지만. 언제 한번 얼굴봐야지
윤용혁님의 댓글
네, 휘철형님,감사드리고요.언제 한번 모시겠습니다. 늘 편안하시고 건강하세요.
윤 브라더즈의 맏형님!
劉載峻 67回님의 댓글
애은 수녀님전에 삼가 명복을 비오며 유가족 제위께 엄숙히 심심한 애도를 표 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기도 합니다 우리집 수녀누나도 애도에 잠겨 있어
윤용혁님의 댓글
재준형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