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여보
작성자 : 오윤제
작성일 : 2007.02.09 23:23
조회수 : 1,478
본문
지난 여름 정통부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쓰기를 주관하여
고생하는 아내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적어 보았습니다.
여보
월초에 자기 부모님을 위하여 축하패를 마련하는 젊은 부부를 보았소.
결혼 25주년이 은혼식이 아니냐면서 어버이날 기념으로 선물을 드리
겠다며 멋있는 크리스탈 패를 고르더군요.
얼마나 갸륵하고 사랑스러운지 내 마음도 덩달아 기뻐서 가슴 뭉클하였다오.
우리가 결혼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더군요.
아마 79년도 였을것이요.
계절도 바로 이맘때였구요.
경주를 들러 태종대를 다녀온 것이 약혼기념으로 약혼여행이라도
다녀온 것은 아닌지.
나는 군복을 입고 당신은 물방울 비슷한 무늬를 한 원피스 차림에
경주 박물관을 배경으로 당신은 앉아 있고 나는 당신 옆에 굽어 앉아
찍은 사진을 새삼스럽게 정은이 방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 보았다오.
그때에 나는 거칠 것이 없었고 당신은 예쁘고 해맑았었는데 나는
이제 조금씩 지쳐가고 당신 또한 손끝이 무디어진 것을 느끼오.
정은이가 왜 이 사진을 자기 책상 유리판에 끼워놓고 있는지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필경 우리를 사랑하니까 자기 곁에 두었을 게요.
그후 그해 가을 우리가 결혼했으니 벌써 27년이 흘렀구려 .
참 세월 빠릅니다.
태종대에서 뉘었뉘었 서산으로 떨어지는 붉은 해가 나무가지에 걸려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어 액자를 만들어 간직한 그 것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도 이제 서서이 서산으로 지고 있오.
그때 그 지는 해가 아름다웠다면 지금 지고 있는 우리 인생도 아름답게
치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보! 정말 고맙소.
자식들의 온갓 응석과 불만을 웃음으로 받아주고 갈등의 순간들을
그때마다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나와는 사뭇 달랐지만 언제나 당신은
아이들의 마음을 당신 생각으로 옮겨 오더군요.
명령이나 지시보다는 이해와 설득이 더 강한가 보오.
최근에 가족이란 잡지가 내 책상 위에 있기에 이곳 저곳 펼쳐 보다가
뒷 표지를 보았오.
그 곳에는 젊은 여인이 해맑게 웃는 모습과 함께
"아내의 인생은 길다" 라는 詩가 있더라구요.
꼭 내가 당신을 위해 지은 시같아 유쾌한 웃음을 나누었오.
어제 식용유를 샀더니
한개 더 주더라며 좋아한다.
아내는 웃었고 나는 미안했다.
라는 귀절이 마음에 닿는구려.
아내를 생활에 지치도록 한 남편의 모습을 잘도 표현한 것 같으오.
나도 당신을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에 피식 웃었다오.
우리 일주일에 한번 교회에서 함께 읊는 "보배롭고 존귀한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귀절이 있지 않소.
나는 이렇게 바꾸어 읊어 보오.
"당신은 보배롭고 존귀한 사랑받는 아내입니다.
당신은 보배롭고 존귀한귀여움받는 며느리입니다.
당신은 보배롭고 존귀한자랑스런 어머니입니다"라고
내가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이요, 당신과 함게함은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결혼하고 일년 가까이 백수 생활하던 나에게 짜증 한번 부리지 않던 당신.
27년 지나도록 결혼기념일에 선물이 없어도 투정하지 않던 당신.
대책없이 퇴사하고 나 회사 그만 두었다고 당신에게 일방적으로 말 했을 때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당신의 가슴과 이슬 맺힌 당신의 두 눈에서 그래도
나를 신뢰하고 있는 당신의 마음을 느꼈다오.
팔십이 가까와 오는 시부모 모시기가 또 그리 쉬운가요.
그러나 당신은 노인네의 습성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어머니의 말 한마디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함께 호응하며 벗해 드리고 편들어 주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오.
시어머님이 인자하시다 한들 고부의 갈등이 왜 없을까 마는 참고 이해하고
양보하는 지혜가 당신에게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가정의 화목은
없었을 것이며 평안인들 있었겠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지혜일진대 당신의 조그만 가슴 속에는 지혜
만이 가득 차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구려.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견디어 온 당신의 정성을 진심으로 감사하오.
이제 자식들이 홀로 서기를 시작하려나 보오.
정은이의 취직이 그렇고 정식이의 마음 가짐이 전보다 좀더 진지해 지는
것을 느끼오.
잘 어울리는 짝을 찾아 우리 곁을 떠나면 우리는 허전해지겠지요.
그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를 준비해 둘 시기입니다.
신혼여행으로 못 가본 제주도에도 가보고 금강산에도 가보고 해외여행도
자주 가면서 우리의 허전함을 달래야 할 것 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과 나의 생활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나날이었지만
그 속에는 희,노, 애, 락이 빨갛게 파랗게 스며 있어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우리의 소중한 발자취
바로 이것이 당신과 나의 사랑이라 믿어요.
여보! 고마와요.
여보! 사랑하오.
2006. 5. 26
당신의 남편이
고생하는 아내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적어 보았습니다.
여보
월초에 자기 부모님을 위하여 축하패를 마련하는 젊은 부부를 보았소.
결혼 25주년이 은혼식이 아니냐면서 어버이날 기념으로 선물을 드리
겠다며 멋있는 크리스탈 패를 고르더군요.
얼마나 갸륵하고 사랑스러운지 내 마음도 덩달아 기뻐서 가슴 뭉클하였다오.
우리가 결혼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더군요.
아마 79년도 였을것이요.
계절도 바로 이맘때였구요.
경주를 들러 태종대를 다녀온 것이 약혼기념으로 약혼여행이라도
다녀온 것은 아닌지.
나는 군복을 입고 당신은 물방울 비슷한 무늬를 한 원피스 차림에
경주 박물관을 배경으로 당신은 앉아 있고 나는 당신 옆에 굽어 앉아
찍은 사진을 새삼스럽게 정은이 방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 보았다오.
그때에 나는 거칠 것이 없었고 당신은 예쁘고 해맑았었는데 나는
이제 조금씩 지쳐가고 당신 또한 손끝이 무디어진 것을 느끼오.
정은이가 왜 이 사진을 자기 책상 유리판에 끼워놓고 있는지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필경 우리를 사랑하니까 자기 곁에 두었을 게요.
그후 그해 가을 우리가 결혼했으니 벌써 27년이 흘렀구려 .
참 세월 빠릅니다.
태종대에서 뉘었뉘었 서산으로 떨어지는 붉은 해가 나무가지에 걸려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어 액자를 만들어 간직한 그 것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도 이제 서서이 서산으로 지고 있오.
그때 그 지는 해가 아름다웠다면 지금 지고 있는 우리 인생도 아름답게
치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보! 정말 고맙소.
자식들의 온갓 응석과 불만을 웃음으로 받아주고 갈등의 순간들을
그때마다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나와는 사뭇 달랐지만 언제나 당신은
아이들의 마음을 당신 생각으로 옮겨 오더군요.
명령이나 지시보다는 이해와 설득이 더 강한가 보오.
최근에 가족이란 잡지가 내 책상 위에 있기에 이곳 저곳 펼쳐 보다가
뒷 표지를 보았오.
그 곳에는 젊은 여인이 해맑게 웃는 모습과 함께
"아내의 인생은 길다" 라는 詩가 있더라구요.
꼭 내가 당신을 위해 지은 시같아 유쾌한 웃음을 나누었오.
어제 식용유를 샀더니
한개 더 주더라며 좋아한다.
아내는 웃었고 나는 미안했다.
라는 귀절이 마음에 닿는구려.
아내를 생활에 지치도록 한 남편의 모습을 잘도 표현한 것 같으오.
나도 당신을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에 피식 웃었다오.
우리 일주일에 한번 교회에서 함께 읊는 "보배롭고 존귀한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귀절이 있지 않소.
나는 이렇게 바꾸어 읊어 보오.
"당신은 보배롭고 존귀한 사랑받는 아내입니다.
당신은 보배롭고 존귀한귀여움받는 며느리입니다.
당신은 보배롭고 존귀한자랑스런 어머니입니다"라고
내가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이요, 당신과 함게함은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결혼하고 일년 가까이 백수 생활하던 나에게 짜증 한번 부리지 않던 당신.
27년 지나도록 결혼기념일에 선물이 없어도 투정하지 않던 당신.
대책없이 퇴사하고 나 회사 그만 두었다고 당신에게 일방적으로 말 했을 때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당신의 가슴과 이슬 맺힌 당신의 두 눈에서 그래도
나를 신뢰하고 있는 당신의 마음을 느꼈다오.
팔십이 가까와 오는 시부모 모시기가 또 그리 쉬운가요.
그러나 당신은 노인네의 습성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어머니의 말 한마디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함께 호응하며 벗해 드리고 편들어 주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오.
시어머님이 인자하시다 한들 고부의 갈등이 왜 없을까 마는 참고 이해하고
양보하는 지혜가 당신에게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가정의 화목은
없었을 것이며 평안인들 있었겠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지혜일진대 당신의 조그만 가슴 속에는 지혜
만이 가득 차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구려.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견디어 온 당신의 정성을 진심으로 감사하오.
이제 자식들이 홀로 서기를 시작하려나 보오.
정은이의 취직이 그렇고 정식이의 마음 가짐이 전보다 좀더 진지해 지는
것을 느끼오.
잘 어울리는 짝을 찾아 우리 곁을 떠나면 우리는 허전해지겠지요.
그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를 준비해 둘 시기입니다.
신혼여행으로 못 가본 제주도에도 가보고 금강산에도 가보고 해외여행도
자주 가면서 우리의 허전함을 달래야 할 것 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과 나의 생활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나날이었지만
그 속에는 희,노, 애, 락이 빨갛게 파랗게 스며 있어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우리의 소중한 발자취
바로 이것이 당신과 나의 사랑이라 믿어요.
여보! 고마와요.
여보! 사랑하오.
2006. 5. 26
당신의 남편이
댓글목록 0
이동열님의 댓글
<EMBED q src=http://myhome.naver.com/su8841kr/song/ha.wma width=300 height=45 a loop="-1" volume="0">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 하수영 )
李聖鉉님의 댓글
fiction이 아닌듯합니다.너무 이상적인 賢母良妻시네요. 저느 시험에 낙방을 너무 여러번하여 구박받던 일이 생각나 짠하네요.음악은 왜 이 마음을 울리나 ㅎ ㅡ ㄱ
李聖鉉님의 댓글
이런! 책에 낼때 제 꼬리말 지워주세요--큰일날나 ㅋㅋㅋ
윤용혁님의 댓글
구구절절 아내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네요.
여필종부하며 잘 따라주신 그 분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하고 계십니다.
함께 하시는 두분의 아름다운 발자취가 더욱 정겹습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꼭 어울리는 곡입니다.. 태종대를 다녀온것이 약혼여행 ===> 전 꿈도 못꿨답니다..
오윤제님의 댓글
내가 부산 가까운 곳에서 근무해서 보러온 것이죠.
윤휘철님의 댓글
오사장, 정은이 엄마 감격했겠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금강산가셨나요? 회장님 안보여요...안타가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