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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과 어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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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과 어린 나
강화 산골마을에 조그만 성당의 주일학교는
성탄 한 달 전부터 바빴다.
성가극 준비로 형들과 누님들은 저녁 밤이면
성당에 모여 대사를 외우고 어설픈 몸짓의 연기를
하였다.
그러면 짓궂은 동네 형들 성당 뒤편에 앉았다가
연신 새잡던 랜턴을 앞에서 연기하고 있는 누님들의
얼굴에 비추며 “놀고 있네!”하며 놀려 됐다.
그렇게 낄낄거리다 주일학교 선생님한테 걸려
쫓겨나곤 하였다.
어린 소나무 두 그루를 베다가 제단 양 옆에 세우고
색종이를 사슬처럼 엮어 두르고 솜을 송송 올려
별을 오려 붙이면 그럴듯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완성
되었다.
싸리나무를 꺾어 얼기설기 실로 매어 둥그렇게 만든 다음
창호지를 촘촘히 붙여 양초에 불을 밝히면 훌륭한 등이
되어 성당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드디어 성탄전날 밤,
많은 성당 신도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단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 저 깊은 산속 오두막집에도 단일종이
울린다.~ “하고 율동과 함께 노래를 마치면 여기저기서
“저 뉘 집 애 이니꺄? 조그만 한 것이 잘했시다. 아주머이!”
하며 구수한 강화사투리로 칭찬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쭐하여 단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 고민거리가 생겼다.
첫째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싣고 새벽에 썰매를 타고 굴뚝을
통해 오신다는데 산골 나의 집에 굴뚝은 너무 작아 어떻게
내가자는 방안으로 들어오실지 와 또 저녁에 어머니가 아궁이에
장작불을 평소와 달리 많이 때셨는데 뜨거워서 어찌 오실지가
걱정이 되었다.
왜 구지 시커먼 굴뚝으로만 오셔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둘째는 자기 전에 양말을 걸어 놓으면 산타할아버지가
그 속에 선물을 잔뜩 주시고 간다는데 양말이 너무나
작았고 그마저도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냄새도 심하다는 것이 산타할아버지에게 미안도
하고 창피하였다.
셋째는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주신다고 그랬는데
나는 진강 산 호랑이라는 별명답게 한번 울면 마을이
떠나가도록 운적이 있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잠이 안 왔다.
또 오늘 밤 잠을 자면 눈썹도 하얗게 쉰다는 아버지 말씀에
졸린 눈을 비비며 산타할아버지가 오시는 소리를 들으려고
버텨보았지만 어느새 나는 잠이 들고 말았다.
일찍 잠이 깨어 머리맡을 보니 선물꾸러미가 하나 놓여 있었다.
급히 펼쳐보니 크라운산도라는 과자와 양말 한 켤레가 들어
있었다. 양말은 반갑지 않았으나 과자만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니 내복을 입은 채로 일어나 언제 다녀가셨는지
모르는 산타할아버지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다.
집 옆 성당의 종각에서는 뗑그렁 뗑그렁 우리를 부르는
성탄 날 아침의 주일학교 종소리가 들렸다.
일 년에 쉰 두 번 여기에 모였지만 오늘은 아기 예수가
탄생하셨다는 구주성탄일로 주일학교를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닌 나나 성당마당에서 주일학교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고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하던 친구도 똑같이 과자봉지를 나누어
주는 날이기에 내심 불만도 있었다.
옆자리의 동생은 벌써 한 아이를 울렸고 참지를 못해 과자를
성당 안에서 먹으려 하였다.
그러자 마음씨 고운 주일학교 여선생님이 빙그레 웃으며
“여러분 오늘이 무슨 날이에요?”하고 물으셨다.
우리들은 질세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신 날이에요.”
라고 소리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오셨지만 아기 예수님이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날이에요. 알았죠?“
“네!” 하고 성당이 떠나갈 듯 소리쳤지만 마음은 온통 빨리
밖으로 나가 과자를 먹을 생각뿐이 없었다.
주일학교 개근상으로 공책도 받았으니 성탄의 기쁨도 두 배로
늘었다.
어린 날의 성탄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만 간다.
댓글목록 0
오윤제님의 댓글
유년 시절이 지나 청소년 시절은 새벽송 다니며 논둑 밭둑 지나며 집집마다 성탄노래 부르던 생각도 납니다. 맛있는 과자 몰래 빼먹고 하루종일 설사를 하였지요.
이동열님의 댓글
<EMBED src=http://www.acegolf.co.kr/ct/club/club_mn/data/club_pds/1379/Pat%20Boone%20-%20Ill%20Be%20Home%20for%20Christmas.mp3 width=367 height=45 type=audio/mpeg>맘대로 갈수 없는 처지나 먼 타국에 있는 사람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기다리는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기를 꿈 속에서도 그린다는 이 곡
Ill be home for Christmas 는 무척 슬픈 노래입니다.
1959 년 앨범, White Christmas 중에서
Bing Crosby가 1943 년 먼저 불렀던 곡입니다...
장재학90님의 댓글
울 앵두랑 너구리에게 이번주에 착한일 많이 해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실거다 했더니 정말 말 잘 들어요...ㅋㅋ
진우곤(74회)님의 댓글
축복과 행복은 항상 나도 모르게 은밀히 오는 법. 기다리다 어느새 잠이 들었을 때 산타는 다녀 가야 제 격이지요. 이제는 그런 산타 역할을 하는 이들도 점점 드물어가는 추세라 어린 시절의 그런 추억들이 더더욱 그립기만 합니다.
신명철님의 댓글
따뜻하고 정겨운 꼬리글 하나가 글쓴이에겐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더 커다란 행복이 될수있답니다.^^* <꼬리글 달기 운동 본부 옥련동 지부>
이환성(70회)님의 댓글
단일종이 땡땡땡...아련한 그당시 그려봅니다..<꼬리글달기 운동본부 구월동지부>
차안수님의 댓글
크리스마스 하면 먹고 놀 생각만 나니.......
김태희(101)님의 댓글
요즘 아이들은 산타가 없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 버려서 부모님께 똑까놓고 요구한다지요....우리 어른들도 산타선물 받아봤음...도대체 선물이란 걸 언제 받아 봤는지 기억이 없네..<꼬리글달기 운동본부 송도동지부>
劉載峻 67回님의 댓글
아버지의 시무 성당 강화 성공회에서 친형 성당형 졸졸 뒤따르며 심부름하던 그때가 용혁동문 글에 그대로 투영 되네요 지역 본당이다 보니 대형 가마솥으로 100여인분 성탄절 음식 준비하는 어머니 노고도 떠오르는군요 자정 미사, 25일 아침 미사 끝나면 잠 청하는 청년부 형들로 우리 집 방 10개가 만원사례.
지민구님의 댓글
꼬리글 지부가 속속 생기는군요...ㅋㅋㅋ
윤인문님의 댓글
<꼬리글 달기 운동 본부 옥련동 지부> 이런 거 꼭 만들어야 되는건가? 명철이 감투하나 쓸려고 만든 듯..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