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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죽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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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죽은 듯
곡간이 비좁아 추수한 농작물을 안방과 봉당마루에
층층이 싸 놓고 겨우내 그걸 꺼내 먹으려는데 항상
불청객이 있었으니 서생원이었다.
갑자 생 쥐띠이신 아버지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쥐를
무척 싫어 하셨다.
문틈으로 어느새 쥐가 들어와 볏가마니를 썰고 고구마를
갉아 먹으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쥐를 잡기위해 고양이를 얻어 왔는데 이놈이 쥐들에게
햇볕정책을 쓰는지 양지바른 곳에 누워 발이나 다듬고
태업을 벌이며 쥐들에게 정기적인 상납을 받았는지 도무지
자기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고 급기야 옆 집 고양이랑
바람이 나 집을 나가 버렸다.
쥐들은 살판이 났다.
종이로 겹겹이 발라진 안방 천창에서 밤이면 쥐들의 운동회가
열렸다.
우당탕탕 단거리와 장거리 경기로 인해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천장 아무데나 소변을 지려 누렇게 얼룩이 지고 어떤 때는
구멍을 내어 나의 자는 모습을 내려다보니 기분이 엄청
나빴다. 아니 정말 얄미웠다.
일어나 다듬이 방망이로 천장이 뚫어질 듯 찌르면 쥐 죽은 듯
금방 조용해 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봉당마루에서 쥐들이 전쟁을 벌이니
아버지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하시고 곤히 자는
우리들을 깨우셨다.
그리고 무기를 나누어 주셨다. 아버지는 빗자루를 거꾸로
잡으시고 어머니는 부지깽이, 누나는 자 막대기, 나는
튼실한 다듬이 방망이, 동생은 맷돌 손잡이를 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전쟁터로 나갔다.
각자 네 귀퉁이를 지키도록 아버지께서는 명령하시고
쥐를 몰았다.
그러나 이놈의 쥐들이 워낙 빨라 도통 잡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코너에 몰리던 쥐가 어머니 발잔등을 타고
올랐다.
아버지는 소리 치셨다. “맨발로 밟아!”
그러나 어머니는 너무 징그럽고 무서워 소스라치게
놀라고 계셨다.
화 김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발잔등을 방 빗자루 몽둥이로
후려치시니 쥐는 온대 간대 없고 애꿎은 어머니의 발잔등만
벌겋게 부어올랐다.
어머니는 아파 눈물을 흘리셨다.
한번 도 아버지에게서 싫은 소리 안 들으시다가 쥐로 인해
본의 아닌 매까지 맞으셨으니 얼마나 서러우셨을까?
아버지는 아직도 분이 안 풀리셨는지 쥐잡기에 소극적이셨던
어머니를 원망하며 씩씩거리고 계셨다.
어린 나는 굳게 맹세하였다.
내 이놈들을 잡아 어머니의 원수를 기필코 갚겠노라
동생과 결의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천장만 두들겼다.
몽둥이를 들고 내 나름대로의 검술도 익혔다.
그러나 어디로들 다 가 버렸는지 쥐들은 조용하였다.
그러던 차 드디어 기회가 왔다.
가을에 논에서 탈곡을 마치면 지푸라기와 볏짚 등을 수북이
논 한가운데 쌓아 놓았는데 동생과 나는 그것을 태워 재로
만들려고 지게 작대기를 들고 논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마침 천천 지 원수의 쥐들이 거기서도 연신 들락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때는 이 때다 싶어 동생에게 짚단에 올라 쿵쿵거리게 하고
난 거기서 도망쳐 나오는 쥐를 작대기로 사정없이 때려잡았다.
집안과 달리 숨을 곳이 없는 쥐들은 뛰어봐야 벼룩이었다.
그동안 갈고 닦은 봉술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정신없이 휘둘렀다.
한참 후 확인해 보니 수십 마리의 쥐가 논바닥에 죽어 널브러져
있었다.
지게 작대기는 반으로 부러져 있었고 동생은 신이나 “우리 형
잘한다!“ 를 연신 외쳐댔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았다.
속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쥐 잡는 날이라고 포스터를 붙이고 쥐약도
집집마다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그 쥐약으로 인해 불쌍한 동네 개들만 죽어갔다.
학교에서는 숙제로 쥐꼬리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러나 나는 꼬리를 자르는 그 짓만은 정말 끔찍해 못하였다.
대신 논바닥 소탕작전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려 잡은 쥐들을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며 그 대가로 꼬리 몇 개를 얻어 과제로
학교에 가져갔다.
어릴 적 농촌풍경에 잔잔한 미소를 지어본다.
댓글목록 0
신형섭(69회)님의 댓글
쥐꼬리를 못 구해서 오징어 다리에 시커먼 연탄재를 발라서 가지고 갔던 추억이.....
(한심한 놈들! 쥐꼬리 검사를 하던 시절도 있었으니.....)
이환성(70회)님의 댓글
fire 하고 읽을께...
김태희(101)님의 댓글
<Embed Src="http://jk13.codns.com/video2/mpeg-new3/Paul Simon and Art Garfunkel - Sound Of Silence (1964).wmv" enablecontextmenu="0"><br>** Simon & Garfunkel/Sound Of Silence(1964) ** <br>출판기념회 가려고 다들 집에서 때 빼고 광내시느라 여긴 쥐 죽은 듯 하오이다. ㅎㅎ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좀 아까 成님한테 문자메세지가 왔는데 태희님 모시고 오라 하더군요..ㅎㅎ
김태희(101)님의 댓글
오징어 다리에 연탄재 바르면 쥐꼬리 되는군요. 안 피운 시커먼 쌩연탄으로 발라야 되겠네요. 오징어 다리중에서도 가운데 특별히 긴것 잘라서...오징어쥐꼬리 얘기는 금시초문이라 진짜 웃깁니다. 쥐가 사라진 것이 농약때문일텐데 쥐가 먹을 농약 사람이 대신 먹고있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김태희(101)님의 댓글
인문님은 진우곤 수필가님 모시고 오는 임무도 있어요. ㅎㅎ 대접을 어떻게 했길래 아직 안 오시는지요? ㅎㅎ 제 시간까지 합쳐 좋은 시간 되세요.
劉載峻 67回님의 댓글
한심한 놈들! 쥐꼬리 검사를 하던 시절도 있었으니==>우리는 같은 세대 쥐 박멸 퇴치 운동으로 잡은 쥐꼬리를 숙제로 제출 했던 세대 오징어쥐꼬리 얘기는 금시초문이라==>태희님은 이제는 식구가 되신 신 세대이십니다 참석 하셨었으면 참으로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재학90님의 댓글
쥐꼬리~~~ 쥐약 배포하는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