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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머문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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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머문 그곳
고난의 십자군 행렬처럼 대학 신입생인 나는
동기들과 원주에서 산 배추 단에 소금을 절여
부대 자루에 넣은 짐을 나누어 어깨에 들쳐 메고
강원도 영월군 운학면 수주1리로 하계봉사 길을
떠나고 있었다.
영월 군청에서 트럭을 제공키로 하였으나 여름 장마철
도로가 유실되어 차량통행이 불가하여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많은 짐을 지고 산과 강을 따라 서너 시간을
걸었다.
찜통더위와 싸워가며 소금에 절인 배추 단에서 흐르는
끈적끈적하게 베어 나온 물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앞에 동강이 보이자 누구랄 것도 없이 배추 단을 메고
풍덩 뛰어 들었다.
이는 우화 ‘소금장수와 당나귀’를 모방 빙자한 풋 나귀
신입생들의 잔꾀였다.
당시 동강의 물고기들은 어이없는 소금에 지린 남정네들의
습격에 상당히 놀랐을 텐데도 마을 주민들은 고무신을 벗어
물속에 고기를 잘도 건져냈다.
참으로 신기한 현상으로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고기들도
멍청해져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를 않았다.
손에든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김태곤의 송학사
노래가 끝나갈 쯤 우리의 목적지인 첩첩산중의 조그만 분교가
눈에 들어왔다.
구름도 쉬워간다는 운학면 수주리 분교에 남학생 대원과 여학생
대원들이 교실 한 칸씩을 차지하고 여장을 풀었다.
고참 선배들은 진료봉사에 나서고 나는 주일학교 교사 경험이
있다하여 여학생대원들과 여름학교를 열었다.
올망졸망 산골의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대하니 나의 어릴 적
강화 양도면 산골 진강산 개구리 시절이 갑자기 떠올랐다.
풍금에 맞춰 ‘.밀과 보리가 자란다.’ ‘얼음과자’노래 등을 배워
따라하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여름학교가 파하고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남아 공책 장을 뜯어
선생님 주소를 적어가는 아이, 찐 옥수수를 수줍어 내미는 아이,
목에 때가 낀 아이, 감기를 달고 살아 누런 코를 연신 들이키는
개구쟁이들이 너무나 정겹게 느껴졌다.
그러나 밤이면 청바지도 뚫는 모기와 전쟁, 그리고 어디에 숨어있다
불만 끄면 물어뜯는 빈대는 정말 사람의 살을 마르게 하였다.
지루한 여름장마로 교실에 걸어놓은 빨래는 마르지 않아
그 퀴퀴한 냄새는 총각들의 냄새와 섞여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학교 뒤 수돗가에 남겨둔 내 칫솔에서 며칠 전부터 양잿물 냄새가
심히 났다. 나는 그저 여름이라 습해서 그럴 것이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열심히 그걸로 양치질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누님이 내 칫솔로 열심히 운동화를 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이럴 수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간에 그 냄새가 운동화속을 훔쳐낸 빨래비누냄새였던 것이다.
아뿔싸!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다니 식사 때 마다 악몽이 되 살아 나
그 왕성하던 식욕이 사라지고 있었다.
단지 그 선배누님의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다였다.
운동화 바닥까지 닦은 칫솔을 매일 대할 때 마다 너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주인을 용서하라며 결국 그 칫솔을 운동화 빨래용으로
헌납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탈의실이 없어 남자들이 자는 교실이 낮에 활용 시 남자들은 대충
분교의 재래식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업 친데 덮친 격이라 할까 유일하게 가져간 바지를 갈아입다
그만 길게 지어진 소변기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고민 고민하다 끄집어내어 툭툭 털고 그냥 입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밖에는 봉사를 마치고 들어온 여학생대원들이
득실거리고 팬티바람으로 차마 나설 수가 없었다.
마침 내 칫솔로 친절하시 게도 운동화를 수일간 빨고도 아무 일
없다 듯이 대하는 선배누님과 식사당번이 되어 나는 그 옆에서
대원들의 저녁밥을 짓기 위해 불을 때고 있었다.
내 젖은 바지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더니 옆의 선배누님이
코를 틀어막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손사래를 치며 나보고 느닷없이 오줌을 지렸냐고
물으니 너무나 창피하고 황당하여 경황을 설명도 못하고
냇가로 달려가 통 채로 목욕을 하였다.
그 선배누님에게 미안도 했지만 한편으로 통쾌도 하였다.
며칠 전 악몽 같은 일에 보복을 한 꼴이 되었다.
그래도 그 누님과 친해져 아침 점호 후 새소리를 들으며
정답게 산책할 기회를 주셨던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이었다.
지금 어딘가에서 개업을 하고 계실 것이다.
봉사에 땀을 같이 흘리셨던 누님 저를 기억이나
하실 런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날의 추억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운 그 시절이여!
댓글목록 0
장재학90님의 댓글
팬티바람 가능하신 선배님 계셔요...진짜루~~~^^;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용혁후배는 농활의 추억도 갖고 있군요..ㅎㅎ..난 대학때 뭘 했나 몰라..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용혁님 12/8일 출판기념일날 아로나민골드 2병만 협찬하세요...실버 아니고 gold 이네...바쁘면 女약사 보내시겨..겨..겨..ㅋ
김태희(101)님의 댓글
ㅋㅋ 뜨거운 온도로 말리면 그만큼 수증기도 많이 증발...냄새도 더 고약..그 나이에 얼마나 창피했을 지 상상이 갑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님 여약사만 예쁘게 치장해 보내면 안돼나요? ㅎㅎㅎ
알았습니다. 그날 송년회도 겸하는 거지요? 형님?
제가 워낙 사오정이라 죄송해요.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형님! 송년회에 오게 되시는지요? 뵙고 싶습니다.
태희님이 정확하게 감지하고 계시네요. 역시 큣하신 학부모님. ㅎㅎㅎ
재학후배 진짜루 누군지 알려주삼. ㅎㅎㅎ
劉載峻 67回님의 댓글
이리도 융화 화합을 잘 하는 용혁 후배께 다시 격찬을 보낸다 인문 후배의 변에 공감 한다 재학 당시 농활 보다 부업에 열정을 쏟았다 하기 후배 그런 천기를 누설하면 미국의 재준 선배가 얼마나 무안하겠는가 고려 해주시게@#$%&^*!@#$ 태희님의 재치는 실전에서 나오는 것
윤인문님의 댓글
용혁후배! 그날 저녁 행사가 3개 겹침..그래도 우리 인사동 출판기념일 겸 송년회인데..그리고 용혁후배가 나온다하는데 꼭 참석하도록 노력해야죠.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정답게 산책할 기회를 주셨던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 114
김태희(101)님의 댓글
흠마~~슈퍼맨 쌍으로 등장이요~ 슈퍼맨은 망또 원단이 꾸진지 아님 맥주병인지 수영은 않고 날라만 다니던데...두분 먼길 수영하려면 수영빤쯔도 거추장스러울 테니 기냥 다 벗고 하세요.사진기자 동열님 하와이로 긴급 투입할께요. 근디 김장독19개 묻다 지쳐 구덩이에 같이 묻혔나 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