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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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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6
1974년 1월28일 아침.
인고 담벼락에는 수험번호 22 윤 용 혁 합격을 알리는
붓글씨로 쓴 하얀 모조지가 반갑게 나부끼고 있었다.
강화 시골 초교를 2등으로 졸업한 형은 인천중학교를
졸업하고 제고로 진학하여 동네에 자랑거리가 되던 차
당연 1등으로 졸업하여 교육장상을 받은 나는 형의 뒤를
밟아 인천중학교로 가려던 계획이 당시 유 기춘 문교부
장관의 교육정책에 따라 도시로 향한 유학길이 원천봉쇄
되었다.
시골중학교에서 3년을 퇴비를 만드느라 썩고 자갈을
깨트려 학교를 짓다보니 영어책 한권 제대로 마스터
하지 못한 채 제고보다는 인고가 시골출신들이 적응하기
좋다는 그리고 야구 명문이라는 형의 꼬임에 넘어가
인천고에 당당히 도전하여 합격하였다.
비가 오면 진흙 밭이 되는 등교 길.
화교들이 농사짓던 논밭에 학교가 주안 벌판에 제법 규모를 갖추고
우뚝 서 있었다.
다니면 다닐수록 정이 드는 학교 주변 분위기가 농촌과 도시문화가
뒤섞인 당시의 정경이었다.
야간 자율 학습 시 들려오는 ‘개골개골’ 개구리 소리는 학교 앞
갈아엎은 논에서 들리는 수놈 개구리들의 합창노래 소리였다.
따듯한 봄날 목련이 꽃망울을 붓처럼 달고 하늘을 찌를 때
삼학년 형들이 1층 화단에서 옹기종기 모여 대입장래를 걱정하며
따스한 햇볕을 쫓고 있었다.
당시 일학년들은 학교 4층을 썼는데 장난 끼가 발동한 우리 반
짓궂은 녀석 하나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주전자로
선배들의 머리에 물을 붓는 사건이 있었다.
난리가 났다.
선배들 쫒아 오르고 주범들은 다 도망가고 애꿎은 친구 하나
걸려들어 하소연 하며 쩔쩔매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형들은 너무 어이없는 일에 혀를 내 두르며 반 전체를 불러놓고
일장 연설을 하고 내려갔다.
대전고를 나오시고 서울사대 수학과를 자칭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셨다는 수학선생님이 계셨는데 정말 교수방법과 실력이
출중하셨다.
수학시험 문항 10점짜리 7개중 세 개, 즉 30점 이하는 몽둥이세례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 기준은 당시 야구선수들이 훈련으로 공부할 시간이 없기에
그 친구들에게는 기본점수로 30점을 준 것 같았다.
어쩌다 그 친구들이 한 문제를 더 맞혀 40점을 받으면 상한선이
높아져 그 이하는 매를 맞아야 했다.
옆 반에서 타작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시간이 그 선생님의 수학시간이기에 우리 반 친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노는 시간이 되자마자 시험을 망친 친구들은 체육복을 두 개씩
빌려 바지에 껴입느라 난리였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연습장을 엉덩이에 대고 수학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수학시간,
30점 이하가 수두룩하였다.
수학선생님 왈 이번에는 1점단위로 타작을 하신다니 아이들
얼굴이 하얗게 질려 몽둥이를 기다리는데 앞서 엉덩이에 연습장을
댄 친구가 타작 중 둔탁한 소리를 내니 금방 눈치를 채신 선생님
엉덩이 대신 더 아픈 허벅지를 때리셨다.
그 친구 약은꾀를 내다 혼쭐이 났다.
그래도 그것이 약이 되어 수학성적은 나날이 발전하였다.
음악시험은 꼭 둘이서 부르는 이중창을 화음 넣어 부르게
하였는데 공부하느라 만나서 연습할 시간이 없어 그냥 아침에
아무나 붙들고 “야! 너 나랑 짝 할래?”하고 음악실에 올라가니
경희대 작곡과 출신이신 음악선생님 피아노로 첫 음만 잡아
주시고 듣고 기다리시다 음치들의 대행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셔서 반장보고 물통에 마대를 가져오라 하시더니 음악실
바닥을 훔친 걸로 “잘 한다 이놈들아!” 하시며 얼굴을 친히
닦아 주셨던 기억이 난다.
여름철 하복은 구정물로 범벅이 되곤 하였다.
그래도 재치 있는 한 친구는 이중창의 규정을 어기고 요들송을
기가 막히게 불러 무사히 통과 하였는데 그 친구 지금 잘 나가는
음대 성악과 교수다.
생물 반 반장시절 출석 않는 친구 녀석을 구하느라 출석인원을
허위보고 하였는데 생물선생님 몇 번이고 다시 숫자를 파악하라
하셨다. 다 알고 계시면서도 나의 정직성을 시험하셨던 것이다.
끝까지 인내하시며 나로 하여금 실토케 하셨던 그 구척장신에
정말 잘 생기셨던 생물선생님을 대학시절 자월도 하계봉사 가는
배안에서 만나 뵙게 되니 정말 반가웠다.
사랑으로 타이르셨던 그 선생님에게 시원한 캔 맥주를 사다
드렸던 기억과 몇 년 전 TV에서 명 강의를 하시는 모습을
뵌 적이 있다.
홍일점의 날씬하셨던 불어 여선생님을 다른 남자선생님에게
뺏길까봐 마음 조리던 여드름의 고교시절,
공부를 안 하면 물을 서너 잔씩 먹이는 물고문의 달인 독 새끼라는
별명을 가지신 영어선생님,
법어를 늘 달고 다니셨던 설악산 자전거사건과 미친개 별명의
국사 선생님,
졸업식 날까지 이발기를 드시고 지금 체육선생이 된 친구의 머리를
끝까지 쫒아가 한 복판에 고속도로를 내셨던 혼 분식 사건의
국어담당 담임선생님,
숙제를 제대로 안하면 젖꼭지, 허벅지 비틀기의 달인이셨던 고교
대선배로서 인일여고에서 오신 영어선생님,
수업 중 한 학생이 하품을 하면 그 친구는 내 버려두고 주변의
친구들을 졸음 예방차원에서 통통통 머리를 귀엽게 때리시던
수학선생님! 너무나 그립다.
2학년 수학여행 중 일어났던 숭의동 야구장에서 동산고 야구선수들과
모교 생들의 충돌로 서슬 퍼렇던 유신정권시절 긴급조치를 위반하며
동산고 교정의 난입사건 등은 두고두고 회자가 되었다.
친 아들처럼 잘 대해 주셨던 학교 앞 하숙집 아주머니는
지금쯤 어디에 살고 계실까?
그 분의 딸이 예뻐 이다음에 잘 되어 그 집의 사위가 되겠노라 마음먹고
공부를 열심히 하였는데 그 마음을 몰라주고
오히려 형은 네가 하숙집아주머니를 짝사랑한다고 놀려 나의
순수한 마음을 왜곡하려던 그 형을 한 때 원망도 했었다.
그 문제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 자신도 확실히 모르겠다.
동대문구장에서 초 고교 에이스 최 동원 선수가 마운드에 선
경남고를 1대0으로 이기고 돌아 올 때의 그 기쁨도 잠시,
중앙고와의 8대7까지 가는 접전에서 9회 말 투아웃 만루찬스에서
모교 선수가 완전히 포볼인 것을 헛스윙만 안하였다면
그 게임 어떻게 됐을까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으며 반백의
선배님들이 구장 곳곳에서 “나간다! 나간다! 인고 호랑이!”하시며
출전가를 부르실 때 무한한 감동의 박수를 보냈던 그 시절이 그리운
이유는 뭘까?
내년이 고교졸업 30주년이다.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은사님들을 찾아뵙고 이끌어 주신
은혜에 감사 표시와 약주라도 손수 따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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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처73님의 댓글
같은시대를 보낸사람으로 정말 공감이 가네요.. 마지막으로 시험보고 들어 간 세대..인고에 선생님 심부름을 갔을때 교무실앞에서 무릎 꿇고 손 들고 있던 빠박머리의 남학생들 앞을 지날때 너무 우습기도하고...그시절이 새삼 눈앞에 어른거려 몇자 적어봅니다...
박홍규처73님의 댓글
손들고 있던~~~
김태희(101)님의 댓글
<Embed Src="http://jk133.x-y.net/link/Cliff Richard-Visions.wma" width=70 height=25>
<MARQUEE WIDTH="200" HEIGHT="30" BGCOLOR="pink" BEHAVIOR="alternate" direction="up">
♬ Cliff Richard / Visions</MARQUEE> 용혁님이 카수 주현미(let it be)와 겨뤄서 이겼다는 곡입니다....ㅎㅎ
김태희(101)님의 댓글
용혁님 혼자서 좋은 것만 골라 잡숫는지요?? 와~~웬 체력? 아니 정력ㅋㅋ 이걸 언제 다 쓰셨나...하숙집 아줌마 딸을 짝사랑했던 어떤사람,,결혼한 아내와 걷다가 길거리서 그녀를 만났는데.%$#^&% 혹시 아내와함께 하숙집 딸 만나거들랑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박홍규처님 반가워요 자주 뵈어요.
김태희(101)님의 댓글
아참,,하나 더 ..용혁님 나타나거들랑 노래방 모시구 가서 꼭 노래 좀 시켜 보세요. 주현미가 울고 갔다 함.
윤인문(74회)님의 댓글
용혁후배가 말한 그 선생님들 최근 근황과 소식..출판기념일날 만나면 내가 얘기해줌세..
장재학90님의 댓글
미친개 선생님은 기수별로 항상 계신가봐여...ㅋㅋ
이기석님의 댓글
선배님들의 수고로 후배들은 좋은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겠죠~~~~!!! 감사드립니다....진짜루
차안수님의 댓글
저희가 입학 했을때 고3이셨던 선배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시절로 돌아간듯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문에걸쳐 구구 절절 과거로의 여행 즐거웠습니다....감사합니다.
劉載峻 67回님의 댓글
주현미가 울고 갔다 함. ==>태희님 진정 인고 가족이시네요 시동생 (?) 학창시절 비화까지 섭렵하고 계시니...이 웃학교에도 입 소문이 나긴 했지만...미친개 선생님은 ==>67회 생물 담당 당시도 계셨죠 박홍규처73==>아침 님 환영 합니다 결례가 많았던 점 사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