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어머니의 고향
작성자 : 윤용혁
작성일 : 2009.05.16 11:25
조회수 : 1,630
본문
|
어머니의 고향
윤 용 혁
어머니는 이강리가 고향 이십니다
어머니는 당신의 어머니를 어려서 여위고
마음 한가운데에 슬픔의 긴 도랑을 내셨습니다
개성으로 외할머니가 포목장사 나가실 때
강보 싸 업혀주시던
따스하던 당신 어머니의 등짝이 그리워
어린 마음에 그 때 일을 기억하십니다
일제하 이질로 외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시신을 찾아 불태우려던 일본순사의 냉혹하던
어린 눈에 비친 그 때 일을 잊지 못하십니다
반다지하나, 장롱 하나 달랑 들고
인부의 지게장단에 시집오신 어머니는
마음 한가운데에 긴 고랑을 내셨습니다.
자식걱정 한평생 논틀밭틀 헤매시던 어머니는
이제 방금 전의 일을 잊고
자꾸 먼 여행길을 떠나시려합니다
어머니의 고향은
철제문에 녹슨 자물쇠로
굳게 입을 다문 채 침묵에 잠겨
밤바람만 불어와 대문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고
간간히 욕골 소쩍새 세 박자로 울었습니다
모두 떠난 빈 둥지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돌아오던 날,
사과 세 개와 쌀 됫박을 비닐봉지에
가녀린 어깨로 손수 꾸려주시던 어머니가 어둠속에서
손을 흔들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눈물 흘렸습니다
어머니의 괘종시계가 멈출까 두렵습니다
어머니의 고향은
제 마음의 영원한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












댓글목록 0
윤인문님의 댓글
난 용혁후배가 대단한 효자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최병수(69회)님의 댓글
용혁 후배님의 고향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고,
어머님의 고향은 아주 먼곳에 있군요... 나도 마찬가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