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지리산 1 [2006.09.30]
본문
산에 오른다는 것
항상 새롭고 가슴을 설레이게 만듭니다.
특히 평소에 그리던 산으로 향하는 전날 밤은 가슴이 더욱 요동을 치네요.
이번 산행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리산으로 향하는 3:40분동안 한잠도 잘수가 없었답니다.
이런 경험을 대부분 하셨을 겁니다.
자려고 잠들려고
기를쓰고 애를쓰면 쓸수록
정신과 머리와 가슴이 더욱 또렷해지는 현상을...
30일 00:01에 출발하는 버스안에서 이런 경험을 또다시 하였답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즐겁고 꽁닥꽁닥 뛰는것을 잠재울수 없었습니다.
백무동에 도착한 시간이 03:30이 조금 지나서 입니다.
어두운 하늘에서 더욱 빛나는 별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날씨는 제법 차가움을 느끼기에 충분하였고
우선 친구와 간단히 아침식사를 합니다.
우리 둘 사이 정말로 서로에게 많은 정을 주고 받으며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습니다.
언 제 : 2009.09.30
어디를 : 지리산(백무동-하동바위-장터목산장-연하봉-세석산장-한신계곡-백무동)
누구와 : 친구와 둘이서
얼마나 : 04:20 ~ 17:42(13시간 22분 휴식시간은 거의 3시간)
산행시작 조금 지나서 부터 친구가 많이도 힘들어 합니다.
어둠속에서 얼굴을 자세히 볼수는 없었지만 연신 내품는 거친 숨소리에서
친구의 고통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음이 있네요.
하긴 그 고통의 원인 제공을 제가 하였답니다.
그 친구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저는 아침을 거르면 하루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꼭 챙겨먹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데 오늘은 좀 거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산행을 하니 그 친구의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가다 쉬다를 몇번이나 반복을 하였는지 모릅니다.
항상 그렇듯이 산에 오를적에는 친구가 저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하산하는 길은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구요.
하동바위를 지나서 산행시작 한시간 사십분이 지난 05:57분에 도착한 참샘입니다.
이곳에 도착하여 샘물에 목을 적시니 그 맛이 끝내주는군요.
이젠 어둠도 서서히 가시기 시작을 하고 랜턴없이 산행이 가능해 집니다.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오르는 길의 대부분이 돌길입니다.
하긴 한국인의 기상이 이곳에서 발원이 되었는데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겠지요.
그저 순탄하게 오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산신령의 뜻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지봉과 망바위를 지나 장터목 산장에 도착을 하니 08:32분 입니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30분정도 시간이 더 지났습니다.
그런데
조금도 조급함이 생기지 않는군요.
둘만의 산행에서 항상 그렇듯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흐르는 시간에 맞추어 산행을 합니다.
적은 인원으로 할수있는 최고의 산행 조건입니다.
장터목 산장입니다.
산장은 어디로 가고 지팡이를 짚고 서있는 본인의 모습입니다.
이곳에 도착하니 겨울 초입에 다다른 느낌을 받을 정도로 날씨가 춥네요.
바람과 안개와 구름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현상입니다.
이곳에서 선배님들을 기다립니다.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천왕봉에서 기를 받고 도착할 시간이 얼추 다되어 가는 듯 합니다.
이렇게 30여분이 지나서 선배님들이 산장에 도착을 합니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인사를 드리니 따스하게 맞아 주십니다.
인고라는 인연에 토산이란 인연까지 더했으니 우리는 정말 좋은 인연으로 맺어진
질긴인연이 되리라 확신을 합니다.
선배님들을 만난 즐거움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소주 한잔을 받아 마시고 다음 산행지로 출발을 합니다(장터목산장 08:32~09:45)
그런데
우리는 천왕봉의 반대방향으로 향하는군요.
힘들게 이곳까지 왔는데 한국인 기상의 발원지를 밟지아니하고
연하봉을 향하여 출발합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늘 산행의 코스에는 애시당초 천왕봉은 없었답니다.
예전의 지리산 산행시 세석으로 향하는 길에 대한
너무나도 좋은 추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연하봉으로 향하는 길은
예상했던데로 멋진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 모든것을 멋지게 사진으로 담는 능력이 없음을 한탄하며 가슴속 깊이 담으려 기를 씁니다.
능선을 타자 친구는 신이 났습니다.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는 친구를 저만치서 기다려주는 센스는 여전하지만
간혹 빨리좀 오라고 야단을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또 가슴에 새기며 다음 산행을 기약 하여야 하기에 쉽게 발걸움을 옮길수 없었고
이렇게 가슴속에라도 담고 있어야 지리에 대한 그리움이 오래오래 간직될 듯 싶네요.
비록
제석봉의 고사목을 볼수는 없었지만 간간히 나타나는 고사목에서 이곳이 지리임을 느낄수 있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통을
말없이 지켜보며 애닯아 했을까요?
드디어 연하봉입니다.
제가 오늘 오를 최고봉입니다.
이길을 다시 걸을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고대합니다.
이길을 다시걷는 그때에는
동행인이 각시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따스한 손의 느낌을 마주하며 걷고 싶습니다.
홀로 걷는 산꾼의 뒷 모습이 왠지 슬퍼보이네요(그분은 이 상황이 너무도 좋을지도 모르는데....)
각시는 항상 내 맘을 편안히 하여 줍니다.
그런 각시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지 못하는 듯 하여
항상 미안한 맘을 지니고 살아가는데
이젠 각시에게
좀더 다정스럽게 말하고
좀더 상냥한 말투로 이야기하고
좀더 따스한 미소를 보내면서
사랑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법 단풍이 멋지게 들었지요.
이런때는 빨간옷을 입고 포즈를 취해야 하는데
그나마 목에 두른 손수건과 장갑만이 시꺼먼 등산복을
조금은 빛나게 합니다(이것은 순전히 제 생각이니 동의 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겠지요)
세석산장입니다(12:15~13:35).
영신봉아래 넓게 펼쳐진 고원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에서 많은 산꾼들은
포근함을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입니다.
세석산장 아래에는 음양수라 불리우는 샘물이 있습니다.
이 물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산신에게 기도를 하고 마시면 누구나 소원대로
아들, 딸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 예부터 전해오고 있답니다.
혹 필요하신 분들 세석을 함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지리산 10경중에 제일이 천왕일출이라 합니다.
천왕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가 있다 할 정도로 보기가 힘든 상황이구요.
10경중에 5경으로 연하선경을 꼽습니다.
세석평전과 장터목 사이의 연하봉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사이로
고사목과 어우러진 운무가 지나는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답니다.
제가 예전에 이곳에서 지리의 매력에 푸욱 빠졌다고 할수 있습니다.
(맘뿐이고 찾기는 쉽지가 않네요)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음미하며 산행한 사랑살이님께 각시와 함께 할 그날을 그려봅니다...
이상동님의 댓글
항상 얌전하기만 한 흥섭아우... 글또한 얌전하기 그지없구먼... 그 필력에 포옥 빠지곤 한답니다...
최병수님의 댓글
지리산의 매력에 푸욱 빠져들게 하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이기석님의 댓글
산행기를 읽으면서 잊혀져가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것을 느낄 수 있네요,,,,진짜루
안남헌(82회)님의 댓글
산행의 즐거움이 고대로 전해지네요...
이흥섭님의 댓글
여기까지는 정말로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차안수님의 댓글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게하는 산행일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