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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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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
학창시절 써클 활동 등 그렇게 분주하게 지내며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려 노력하던 나,
막상 대학을 졸업하니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다고
결혼적령기를 채워도 장가를 못 들고 있었다.
제약회사에 다니던 내 주변에 여자직원 들은 많았지만
막상 나의 짝은 찾을 수가 없었다.
늘 나는 이다음에 짝을 찾는다면 먼저 호되게
따귀를 한 대 붙이겠노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다녔다.
이유는 어디에 숨어 내속을 그렇게 태웠냐는 것이었다.
짝을 찾은 동생은 앞차가 밀린다고 무언의 시위를
하고 부모님이 사주신 수원의 조그만 아파트를 둘이 와
점령하다 시피 하니 나는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되고 있었다.
그 눈 높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출근 시 오늘에는 기필코 짝을 찾으리라는 기대 속에
나가건만 저녁에 아파트 키를 딸 때는 정말 싫었다.
드디어 어머니의 성화도 시작되었다.
강화에 참한 아가씨가 있으니 만나보라는 것이다.
아직도 눈높이로 눈에 콩깍지가 끼지 않은 나는 그
소리가 귀에 들어 올 리가 만무하였다.
그렇다고 아무나 붙들고 결혼하자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또 결혼할 여자를 부모님에 의존한다는 것이 자존심상
허락되지 않았다.
추석 때 고향집에 갔더니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한번 그녀를
만나나 보라는 것이다.
내 비록 강화도령이라지만 촌놈이 강화 양순이를 만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가 않았다.
그래도 어머니 극성에 못 이겨 덕수궁 바로 옆 세실레스토랑에서
둘이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접선 암호는 갈색양복을 입을 것이고
눈썹이 짖은 사람이라는 정보교환 후 약속시간 임박해 나가려는데
양복바지의 자크가 말을 듣지 않고 자꾸 벌어지며 말썽을
부렸다. 이게 웬 난조인가? 신사복은 그거 단하나, 갈색양복을
입는다고 말해 놓은 터라 어찌할 도리도 없고 고심하던 차 “에이
나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강화 양순이 다 그렇겠지 뭐“
속단하며 위안을 삼다가 아니다 생각이 들어 벌어진 부위를
실로 꿰매고 조심스레 자크를 올려 황급히 나섰다.
대한성공회 정동성당 구내에 자리한 약속장소에 가보니
이미 동생과 동생의 여자친구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어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첩보원 자격으로 어머니가
그렇게 시켰나 보다.
기대도 전혀 않고 조금 기다릴 쯤 드디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그녀는 한마디로 이 사람이다 할 정도로
진한 감동의 아주 친근한 인상을 주는 늘씬한 여인이었다.
강화 개천에서 진주 하나를 캤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편에 앉은 동생으로부터 오케이 싸인이 왔다.
난 모른척하며 이 얘기 저 얘기를 늘어놓다가 다음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천하를 얻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드디어 다음 주 일요일, 약속시간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록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나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화 한마디도 없이 약속을 어기다니 마음속 한구석에는
분노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나는 그냥 집으로 가기가 싫어 부천
형네 집으로 갔다. 자초지종을 들은 나의 형은 더욱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형은 아주 단순하게 행동하고자 했다.
자존심강한 동생을 전화 한마디 없이 모욕했으므로 강화 깡패를
시켜 혼내주던가 아니면 그녀가 고등학교 선생이므로 그 학교에
전화를 걸어 뭐 그따위 선생이 다 있냐고 교장에게 항의 한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었다.
나도 화는 났지만 여자가 내가 싫어 나오지 않을 수 있거나
혹 다른 사연이 있을지도 모르는 차에 형의 그 유치한 대응은
정말 아니었다.
마침 어머니 전화가 걸려오기에 그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중간에 소개했던 분에게 즉시 연락을 취한 결과 음악선생이라
밴드부 아이들을 데리고 해병군악대 행사에 참석하느라
못 갔다는 것이다.
잠시 후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분노에 찼던 나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꼬리를 내린
강아지처럼 즐거워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음 약속을
정하니 역시 난 여자에게 약한 남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렇게 만나다보니 이미 부모님사이에는 나 보다 더욱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장인어른이 나와 같은 직업이니 쉽게
이해 해 주시는 가운데 양측 더 이상 볼 것 없다하여, 만난 지
50일 만에 전격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니 연분은 따로 있었나보다.
그동안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다가 이제야 안식처를 찾은 것이다.
애틋한 연애 경험을 나누지 않은 관계로 아직도 집사람과 나는
서로 모르는 분야를 탐구중이다.
그리고 아내이자 운동파트너이자 가장 절친한 친구이다.
천생연분 내 아내를 사랑한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강아지처럼 즐거워하며 살랑살랑...반가우면 꼬리치나봅니다...신변방님들 벤치마킹해얄듯.. /// 밴드부 아이들==>상동동열태성광회...
윤인문님의 댓글
아주 다복한 가정이시네요..사모님은 아직도 교직에 계신지? 그리고 인천관내에 근무하시는지? 궁금하군요..인생의 파트너이자..절친한 친구..부럽네요
윤용혁님의 댓글
환성형님 동열형님이 밴드부 출신이었군요. 어쩐지 노래도 잘하시고 ㅎㅎ
상동후배도 밴드부출신 역시 미남은 다르군요.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선배님 감사합니다. 주책의 글이 아닌가 염려됩니다.
지금 부천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인천이라면 선배님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텐데요.
아무튼 관심 가져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최송배님의 댓글
천생연분! 남녀의 만남은 어떤 인연이 있는거같아요. 필연이든, 우연이든...
劉載峻 (67回)님의 댓글
윤용혁(76회)=>친척 형 입장에서 하는 말인데 제수씨께서 손익계산서상 손실을 많이 보신 게 확실하네 바꿔 말하면 장가 잘 드셨네 아우님께서 말일세 명심하고 가정 잘 지키시게 Home Sweet Home 저요? 저도 마찬가지고 환성, 인문 동문등 우리 인고 동문 모두 그런 거 아닙니까 ㅎㅎㅎㅎ
윤용혁님의 댓글
송배형님 급쌀번개에 나가시지 못해서 섭섭하셨죠? 저두요. ㅎㅎ
테니스 요즘 비가와서 잘 못하시지요. 멋진형님 갈산동에서 언제 약주라도 올리렵니다.
즐거운날 되세요.
윤용혁님의 댓글
재준형님 그렇게 판단해 주시니 아주 감사합니다. 동문 사진란이 있는줄도 모르다가
어제부터 들어가 형님과 아주 예쁘신 형수님(저의 약국직원은 탤런트라고 해요)그리고
듬직한 아드님을 만나뵈니 역시 형님은 금도대장의 후손임이 틀림없습니다.
단란하고 즐겁게 사시는 모습에 인고인의 참 표상이십니다.
차안수님의 댓글
천생연분이 따로 있더군요. 아무리 많은 여자와 만나도 같이 살대고 사는 사람은 한명이니까요.....<운동파트너이자 가장 절친한 친구> 부러운 부부상입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안수후배님 그렇죠. 인연은 따로 있답니다.
늘 좋은날 되세요.
지민구님의 댓글
제 내자도 교직인 데...어느 순간은 꼭 학생같은 기분이 들던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