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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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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오늘은 내가초교 30회 동창들의 제1회 체육대회
날이다.
수개월 전부터 약속한 터라 만사 제쳐 놓고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동기회에서 초청 받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가려고 차를 고향집으로 몬다.
1968년 3월 아버지를 따라 찬 기운이 덜 풀린 양도
벌판을 걸어간 지 38년만의 동행 길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당시 오학년이던 나 아버지의
손에 이끌리어 갔고 지금은 아들이 모는 차에
동승하여 가는 길이다.
박골 고개 길을 넘으니 파란 저수지에 아담한 시골학교
정경이 눈에 들어온다.
38년 전 어머니와 떨어져 낮선 학교에서 어색한 만남,
일본식 사택에서의 아버지와 자취생활 시 연탄불에
저녁밥을 지을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예쁜 한 학년
위인 이웃집 누나, 아버지 선생님들과의 회식으로 늦어
혼자 사택에서 잠을 자려면 운동장의 놀이기구의 뎅뎅
부딪치는 소리, 겨울철 밤 저수지 얼음 갈라지는 소리로
공포에 떨 던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공부가 뭐 길래 엄마 떨어져 고생하는 나를 보고 애처로워
눈물을 훔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나타난다.
내가초교 30회 체육대회라는 현수막과 함께 잊고 살았던
정말 그리운 친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초등학교시절처럼 반별로 나란히 서니 옛 친구들 그대로다.
당시 교감선생님으로 재직하셨던 팔순이 지난 아버지의 축사
말씀이 이어진다.
“인간에게 신이 세 가지의 축복을 주셨는데 첫째가 영적
축복이요 둘째가 물질의 축복이요 셋째가 건강의 축복인데
그래도 건강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라고 말씀하시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감회가 새로워진다.
아버지도 잠시 회상에 잠기시는 것 같다.
불혹을 지나 지천명에 접어든 친구들의 축구할 때의 헛발질은
웃음을 자아낸다.
세월은 흘렀지만 반백의 친구들 어렴풋 옛 모습 간직한 채
정겹다.
고향친구들의 훈훈한 정이 학교운동장을 감돈다.
아버지와의 38년만의 동행이 아름다운 하루이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오늘날까지 정정하게 살아계셔서
저와 함께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아버지만이라도 제발 건강하세요.
아버지 내년에도 저와 같이 가실 수 있으시죠?
댓글목록 0
윤인문(74회)님의 댓글
내가초등학교라..후배님 강화도 내가면에 있는 내가초등학교가 아닌지요? 시골 초등학교 체육대회 그 정겨운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劉載峻(67回)님의 댓글
내가초교=>江華郡 郡內이나 가 본 적은 없지만 느낌으로 윤교장 동문과 똑같게 정겨운 상황이 눈 앞네 아른 거립니다 부친께서 읍내 윤교장 선생님 제씨가 되시는거군요 정말 다복하신 어른이십니다
윤용혁님의 댓글
인문선배님 맞습니다. 오학년 때 아버지 따라 1년간 다녔는데 너무 정이 든 곳이랍니다.
네 재준 선배님! 윤 춘자 선자시고 아버지는 노자 선자 십니다.
장인 어른은 강화 중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시던 곽 재자 기자 이십니다.
선배님들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