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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돌기 세바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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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돌기 세 바퀴 반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1966년 오월 어느 날 삼학년인 나는
봄 소풍을 걸어서 내가면 저수지에 도착하였다.
광활한 내가 저수지를 반 바퀴를 돌아 어머니가 싸주신
점심도시락을 먹고 보물찾기를 하였으나 이미 다른 애들이
다 뒤져 풀숲만 헤치다 튀어 오르는 개구리에 놀라 뒤로
나자빠지니 새로 산 바지에 풀물만 잔뜩 들었다.
그때부터 일진이 좋지를 않았다.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또다시 걸어서 혈구산자락 산길을 걸으려니 앞길이 막막하였다.
그래도 터덜터덜 걸어서 산길을 내려오는데 좁은 산길에
머리빗이 떨어져 있어 주우려는 순간 두두두두 소리가 나더니
아주 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에 떠밀려 공중으로 솟구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공중 세 바퀴 반을 돌아 낭 아래 도토리 숲으로 떨어지며
자그마한 돌에 뒷머리를 강하게 부딪치니 뒷머리에서 뜨거운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난리가 났다.
담임선생님이 달려 내려와 나를 안으셨다.
이미 담임선생님의 손에도 피가 묻기 시작하였다.
당황한 선생님은 당신의 손수건을 꺼내 내 뒷머리에 난 상처를 감싸고
지혈과 동시에 나를 안정시키느라 부단히 노력하셨다.
산 아래 샘터로 나를 안고와 상처부위를 씻기니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그때까지 나는 정신을 잃지 않고 선생님의 표정으로 나의 부상정도를
가늠하고 있었다.
사건 개략은 대충 이렇다.
좁은 산길을 내려오던 여자애가 산에서 풀을 뜯던 황소가 무서우니까
막대기로 때리며 소를 산 아래로 몰았나 보다.
놀란 황소가 좁은 산길을 내 달리며 머리빗을 줍는 나를 뒤에서
들이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소풍날 벌어졌던 것이다.
황소에게 받치고도 살아남은 나, 체조선수나 하는 공중돌기 세 바퀴반이나
돌고 무사히 집으로 귀환한 나는 운이 억세게 좋은 놈 중 하나임에
틀림없었다.
지금도 오른쪽 머리 뒤에는 그날의 사고를 말해주는 상처가 있다.
투우사가 아닌데도 말이다.
댓글목록 0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지난겨울 혈구산행있었는데...血구산서 피를 보셨네...40년전 타임머신...이것이 총동홈입니다...
이환성(70회)님의 댓글
오실때 박카스외 명함좀 듬뿍 가져오세요...
석광익님의 댓글
난 또 그 머릿빗 떨어져 있던 곳이 강력한 氣를 뿜어내는... 거 뭐랄까... 일종의 sacred spot 이었는줄 알았네. 그나저나 엉덩이엔 구멍이 안뚤렸던가? ㅎㅎㅎㅎㅎ
지민구님의 댓글
지금도 공중 3바퀴반이면 체조나 다이빙에서 최고 난이도인데...ㅋ
한상철님의 댓글
그 사건 때문에 행님이 공부를 잘하셨군요~헤
차안수님의 댓글
혈구산에서 그때 기를 듬뿍 받으셨네요..
이창열님의 댓글
어릴 적 사건치고는 대단한 사건이네요. 이 글을 읽어 보기전 까지는 상상을 못했던 엄청난 일을 겪으시고 건강하시니 장수하시리라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