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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언급 했듯 초등학교 일학년 때 받아쓰기는 잘 하여 담임선생님의
칭찬과 색연필 동그라미가 최소 일곱 번은 감겨 부리나케 집에 그 시험지를
들고 가면 우리 둘째 잘했다고 쑥을 넣은 개떡이나 빵을 잘 찌어 주셨다.
그러나 자라 가정을 꾸리고 난 후 칭찬을 들은 일은 별로 없다.
특히 운동에서는 더욱 그렇다.
젊은 시절 남보다 뭔가 특색 있는 운동을 한다고 합기도를 한 일 년 연마하였는데 나 딴에는 발차기를 잘 한다고 거울을 보고 옆차기 돌려차기를 하는데 한 고등학생이 들어왔다. 나는 보란 듯 폼을 잡고 더욱더 힘차게 발길질을 하였다.
잠시 후 도복을 갈아입은 고등학생이 발차기를 하는데 난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 애의 수준은 문풍지를 가르는 바람소리처럼 촛불도 끄고 남을 정도의 화려한 발차기기술 이었다. 유연성이 문제인가 하고 관장에게 다리 찢기를 부탁했다가 골반 뼈가 너무 아파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도복을 몰래들고 도망쳐 나와 운동을 그만 두었다.
그 후 유연성이 부족한 것 같아 부천 시민회관 앞 유도장에서 유도를 배웠는데 그래도 나이 들어 하기에는 괜찮아서 기초인 낙법부터 정말 열심히 수련 하여 단증을 따 집 사람에게 자랑하였더니 그거 돈 주고 딴 거라며 인정을 하려고 하질 않는다.
아무튼 점심시간을 이용해 하다 보니 저녁의 성인반이 아니라 초등학생을 상대로 연습을 하려니 대련할 파트너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중 뚱뚱하고 체중이 제법 많이 나가는 애를 골라하니 이 녀석 나의 주특기인 배대 뒤치기에 속 뒤집어 진다고 도망 다니다 결국 체육관을 그만 두었다.
알고 보니 살을 빼려고 그 애 부모님이 강제로 등록시켜 모처럼 운동하는 아이를 중단케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다 고등학교 유도선수와 대련하다 한판 업어치기에 걸려 어깨로 잘못 떨어져 한 달을 팔도 못 올리고 끙끙대다 운동을 포기하였다.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이다.
그 후 조깅이 좋다하여 아침에 하다 손기정 선수 추모 마라톤 대회 10킬로미터를 출전해 40분대에 주파하였다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해보니 이미 여자들도 그 정도는 우습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겨 고생하다 그만 두었다. 끈질기게 그리고 잘하는 운동이 없다.
한 25년의 구력을 자랑하는 테니스는 실제로 라켓을 벽에 걸어 놓은 시간을 빼면 정말 보잘 것이 없다. 그것도 성대결을 하면 한게임도 못 따고 다른 남성회원들에게 거시기를 떼라는 소리만 듣고 줄행랑을 친 적이 몇 번 있음을 솔직히 고백하겠다.
최근에 집사람과 취미를 맞춘다고 배드민턴에 푹 빠져있다.
솔직히 말하면 전에 테니스할 때 배드민턴은 운동이 아니라고 우습게 생각한 적이 있다.
대충 누구나 넘기면 되는 운동쯤 그리고 아주머니나 하는 운동으로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막상 배드민턴을 하다 보니 이게 운동량이 엄청 많은 아주 좋은 운동 중에 하나임을 알고 전에 그런 생각을 하였던 것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새삼 깨달았다.
여기에도 배드민턴의 고수들이 즐비하니 난 도대체 잘하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요즘 왼쪽 무릎이 아파 몇 개월 째 하던 레슨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깨달은 것은 있다. 어차피 운동에 최고가 되기는 틀린 이상 그 운동을 즐기자 이다.
땀만 흘려도 얼마나 좋으랴. 그리고 같은 취미의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게 되니 그 또한 축복이 아니겠는가?
댓글목록 0
유재준님의 댓글
체험담,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 동문 글 빈번히 접하나 막상 꼬리글 답신을 올리니 느낌이 새롭고 뜻이 있게 되는군요 아침 달리기, 저녘 Gym운동 끊임없이 매일 하고 있습니다.
안남헌님의 댓글
볼링동호회, 마라톤동호회, 베드민턴동호회...앞으로 총동홈이 바빠지겠네요.^^
조한용(69회)님의 댓글
윤동문이 그래도 잘하는거 하나가 있지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