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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짝짜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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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강화 산골 마을은 다른 동네에 비해 밭이 많아 초여름 학교 가는 길에 무성히
자란 보리 밭이 펼쳐져 있다..
깜부기가 핀 보릿대를 골라 면도칼로 잘라 한 켠을 베어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면
어른들 집에 뱀 들어 온다고 겁을 주곤 하셨다.
농번기로 시골 농부들은 바빠 하다못해 부뚜막 부지깽이도 춤을 춘다고 눈코 뜰새 없어
논두렁매기 모내기 김매기 비료 농약주기 물꼬에 물대기 정말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빴다.온몸이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시골 조그만 학교 운동장에
가설 극장이 들어 왔다.
전기도 들어오지않아 텔레비전도 없는 시골마을에 깡통으로 만든 등잔에 실을 꼬아서
만든 심지에 석유를 딸아 등잔불을 밝히니 자고 일어나 콧구멍을 보면 새 까마 지던
시절 유일한 문화혜택이라고는 가설 극장의 흑백영화 상영이다.
벌써부터 마을 어귀에서 확성기로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사랑하고 사랑하는 주민여러분 신성일 엄앵란이 출연한 미워도 다시 한번 미워도 다시 한번” 하면서 시작하는 영화선전 소리가 열을 올리면 동네 처녀 총각들은
물론 애 어른 너나없이 마음이 들떠지고 해가 넘어가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수중에 돈이 없는 분들은 쌀이나 보리 한 됫박을 가져와도 입장료로 받아주니
마을이 생긴 이래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려 들었다.
운동장에 기둥 박고 천막을 둘러친 곳에 한 형님이 몰래 천막을 들치고 뒷걸음쳐
엉덩이를 뒤 밀다가 기도 보는 아저씨의 발길질에 혼이나 뒤도 안 돌아 보고 도망을 쳤다.
영사기가 돌아가다 중간에 필름이 끊어지면 영화에 몰입하던 아저씨 아줌마 여기저기서
휘파람 불며 난리를 피었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귀가 길에 춘정에 겨운 과년한 동네처녀와 이웃동네 총각의 하루저녁
풋사랑이 보리밭에서 이루어 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날 바로 늦게 농사일을 마치고 바수구리 지고 집으로 향하는 동네 아저씨 눈에
당신의 보리밭이 외계인이 내려온 듯 보리가 깔리고 흔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괘씸한 생각에 지게 작대기를 들고 뛰어 들어가보니 아랫마을 노총각과 당신의
큰 딸이 뒤엉켜 있는 것이 아닌가!
기절 할 노릇으로 작대기를 휘둘러 내쫓았지만 이 작은 시골동네에 소문이
파다하게 나니 어쩔 수 없이 딸년을 아예 그 집으로 시집을 보내 버렸다.
그렇게 해서 시집간 딸이 이제는 더 잘살아 친정 부모님을 해외여행 다 시키고
칠순잔치도 도맡아 잘 차려 드리니 그런 효녀가 동네에 없었다.
이제는 다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린 보리밭 짝짜꿍 시절이 다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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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철님의 댓글
참으로 윤 후배는 감성이 풍푸하네요
수필문학을 조금 가다듬어 수필가로 이름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