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성당에서
본문
성당에서<?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내가 매주일 찾는 성당은 덕수궁 옆에 자리잡은 The Anglican Cathedral Church of Saints Marry, Nicolas로 대한 성공회의 본당이다.영국대사관 앞에 자리한 이곳은 한말에는 수학원(修學院)터였다고 한다.1922년 착공되어 1926년 5월2일에 1단계로 완공된 이 건물은 1978년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될 만큼 유서가 깊다.
최근에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주먹밥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와 자리하였는데도 도심 속에 공원이라 할까 정말 조용하고 아름다우며 청량제 같은 곳이다.
매 일요일 아침 우리가족은 그곳에서 미사를 보는데 시작 전 울리는 종소리와 파이프 오르간의 장엄한 성가 곡 선율과 성가대의 아름다운 화음은 일주일간 세속에서 찌든 나의 영혼을 깨끗이 정화하고도 남을 만큼 매번 감동을 준다.
교인들 중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가 기적적으로 일어나신 한 할머니는 다리를 심하게 저시면서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번도 성당을 거르지 않고 나오시는데 미사 성찬례중 제대 앞으로 걸어 가시다 얼굴이 상기되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몹시 불안하다.당장이라도 달려나가 부축하려는데 의자를 붙드셔서 넘어 지지는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하느님이 할머니를 더욱더 사랑하고 보살펴 달라고 나는 간절히 기도 드렸다.
그 할머니를 볼 때마다 수십 년간 하루도 빠지지않고 당신의 자식들을 위해 새벽기도를 드리시는 어머니 생각이 났다.
인천 개 건너 석남동에서 살던 고삼시절 이야기다.
대학입시를 얼마 안 남기고 형과 나는 한방에서 잠을 자다 평소처럼 새벽4시 공부를 위해 괘종소리를 듣고 일어나려는데 도무지 몸이 천근만근 말을 듣지않는다. 그 순간 어머니가 꿈속에 나타나 손바닥으로 어깨를 후려치시며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셨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지만 연탄가스중독이라는 직감이 들어 “가스!”라는 한마디 말을 남기고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당시 형은 군대에서 갓 제대하여 복학준비를 하던 차에 그날 따라 잠도 안 오고 뭔가 느낌이 이상하였다 한다.공부에 지친 나보다 체력이 좋은 형은 가스라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나를 차가운 마루바닥에 끌어다 놓고 뺨을 두드리며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가까스로 눈을 떠보니 머리가 몹시 아프고 구토가 나며 정신은 혼미해지는 연탄가스 중독이었다.
그때 조금만 지체되었더라도 아마 지금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 비닐장판을 거두고 방바닥을 보니 딱 갈라져있어 연탄불꽃이 보일 정도로 언제라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예견된 것이었다.
생떼 같은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을 뻔한 어머니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시간에 새벽기도를 드리고 계셨다 한다. 하루도 빠지지않는 어머니의 새벽기도와 신실한 믿음이 두 아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건져 내신 것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기적이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내가 매주 성당을 찾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반성하게 한다.
일요일 늦잠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테니스 치자는 유혹을 뿌리치고 성당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에 어릴 적 시골 성당 주일학교에서 배운 교가가 생각난다.
우리가 사랑하는 주일학교는
천주께서 은혜로 이 세워 주셨네
따듯하고 즐거우며 애정에 넘쳐
일년 중에 쉰두번 여기 모이네
진리와 사랑으로 터전을 닦고
믿음으로 기둥 삼은 주일학교는
춘하추동 어느 때나 한마음 한 뜻
우리의 착한 마음 길러 나가세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