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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후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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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거리는 태양과 땅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에 산골마을 누렁이도 나무그늘에 누워 혀 바닥을 길게 느리고 꼼짝 않는다.
여름방학 때 콩밭만 다 매고 나면 인천에 사는 막내 외삼촌 댁에 데리고 가신다는 어머니의 꼬임에 더위를 참아가며 김을 맨다.
콩밭 속 더위는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한다. 큰 주전자에 우물에서 찬물을 길어 “당원”이라고 사카린으로 만든 것을 타서 휘휘 저어 그늘에 놓고 연거푸 마셔가면서 아침에 학교 앞 경애네 구멍가게에서 통째로 산 쎌레민트 껌을 두세 개씩 씹어가며 200미터 가량의 벌뜰밭 콩이랑 5개 정도를 매려면 허리는 끊어지는 것 같고 땀은 비오듯 하고 무척 힘이 들고 꾀도 난다.
가도 가도 끝 없는 콩밭매기…학교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지푸라기로 만든 공을 가지고 노는 소리가 요란하니 난들 얼마나 놀고 싶겠는가?그래도 참자 며칠 있으면 어머니가 텔레비전도 있고 전기불도 들어오는 외삼촌 댁에 데려간다고 약속 하지 않았는가?
그 당시 농부들은 오죽 하였겠는가? 변변한 농기구도 없이 그저 막걸리 한 사발에 위로를 삼고 술 힘을 빌어 그 어려운 농사일을 꾸려 나간 것이다.힘 자랑을 해가며 누가 지게에 짐을 더 많이 싣는가를 내기도 하고 그 산더미 같은 짐을 지게 작대기를 버팀목 삼아 “끄응” 한번 소리 내니 잘도 일어나 어깨춤을 춰가며 흥겹게 일을 하신다.
우리집은 아버지가 학교에 나가시는 관계로 모든 일을 아버지가 집에 계시는 일요일에 몰아 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일요일은 쉬는 날이 아니라 일하는 날로 정해져 있다.
이미 콩밭을 매기 전에 논김 매기에도 투입이 되어 지금은 제초제가 있어 논김을 별로 매지않지만 그 당시 농부들은 번뜩이는 날이 긴 호미를 가지고 초벌매기 두벌매기를 마친 뒤에 나머지는 손으로 벼 주위에 기생하는 논김을 우리가 맨다.
벼가 쑥쑥 자라서 어린 나의 눈과 콧등을 찌르고 스치니 얼굴은 뻘개지고 쓰라리며 다음날 학교에 나가면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얼굴이 얼룩졌느니 누구랑 싸웠다는 둥 낄낄거리며 놀린다.
손등을 보고는 할아버지 손 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네 애는 생전 일을 안하고 사는 줄 아나 보다.
오히려 농사를 전문으로 짓는 집의 애들은 그 일을 어른들이 도맡아 하지만 우리집은 반대로 어머니를 도와 우리가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럴 때면 농사일도 안하고 인천으로 유학 가 인천중학교에 다니는 형이 부럽고 원망스러웠다.
그러면 뭐하랴 한 달에 한번씩 집으로 통지되는 형의 성적은 올라갈 줄 모르고 형의 전교 등수를 보려면 앞장은 제쳐두고 뒤 장 뒷줄에서 찾으면 아주 쉬웠다.그 성적표를 받아보시는 어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다 한숨만 푹푹 내쉰다. 그래도 나는 형이 자랑스럽다.
도시에 나가 학교도 다니고 방학 때 집에 둘러 도심에서 일어난 데모이야기 귀신이야기 등을 잘도 들려준다.
그날 우리가 일한 품삯으로 아버지가 빳빳한 지폐로 기분 좋게 나누어 주시는데 그러면 그날 저녁으로 어머니가 나중에 준다고 다 회수해 버린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어머니가 해주시는 시원한 등 목을 하고 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이스케키 장사가 자전거에 나무통으로 만든 아이스박스를 싣고 동네에 와서 소리치기 시작한다.
“아이스케키 사려! 얼음과자 사려!”
현금이 없을 때면 빈병이나 헌 고무신도 받아준다.어느날 동생은 아이스케키가 먹고싶어 멀쩡한 아버지 흰 고무신에 구멍을 뚫어 바꿔먹으니 아버지께 들켜 자막대기로 종아리깨나 맞았다.
녹을까 노심초사하며 바가지에 받아오는 아이스케키 정말 맛이 있다.
나무젓가락에 얼린 붉은색 막대 아이스케키… 지금 애들은 그 맛을 모를 것이다.
그 찌는 듯한 여름날 “아이스케키 사려!” 하고 구성지게 부르던 그 아저씨는 지금 무얼 하고 계실까? 아마 고인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매미와 쓰르라미 소리 들으며 땀 흘린 뒤 먹는 정체불명의 아이스케키가
그리워 지는 이유는 뭘까?
댓글목록 0
태동철님의 댓글
땀 흘린 성취감 , 심신이 함께 행복의맛을 느끼고 받아드리는 충만감.. 이런 행복이있어 우리의 농촌은 연연이 이여왔것만..
시대의흐름은 야생초의 혼을 아사가 왜소해진 물(物)만 남으니
시대에적응하여 새로운 성취감을 만들어 행복해야지요 건필하세요
김우성님의 댓글
늘 샮이 묻어 있는 글.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꽤 오래 전의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노동의 즐거움. 끝 난 후의 달콤함이 있기 때문이라.깊은 철학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그 시절이 그리운 건 아우님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이성현님의 댓글
나하고 6년차이인데 어렸을때 정서는 같으네.
이용구님의 댓글
그 먹고나면 입언저리가 새까맣게 변해 버리는 아이스께끼!!!
그 아저씨가 인천에서 자전거로 강화도 형님댁까지 가셨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