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이웃 국민을 욕할 일이 아니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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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2. 7.10)
나채훈의 중국산책 /
이웃 국민을 욕할 일이 아니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우리의 통일 외교를 위해 중국의 급부상과 대(對)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설득력 있는 주문이었다. 따라서 중국이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지지하고 필요로 했다면 앞으로는 변화하지 않는 북한, 발전하지 못하는 북한을 지탱해 줄 명분과 여력이 급감할 것이라는 지적도 마찬가지였고, 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넘어 아주 밀접한 우방으로 자리매김하는 남한과 이룰 협력을 통일 한국으로까지 확대할 필요성과 가능성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대될 것이기에 대중(對中) 통일 외교를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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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절차상의 문제라는 여론과 국민 정서상 어떻게 일본과 그런 협정을 맺는가 하고 분개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은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일(美日)을 돕지 말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앞으로 미일과 한일 2개의 군사동맹이 한미일 3각 군사동맹으로 변하는 기반이 된다”고 하면서 “장차 이것 때문에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손상시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가뜩이나 이 협정을 둘러싸고 제1야당 대표가 ‘올해 임진년, 420년 전 일본이 일으켰던 임진왜란으로 수없이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고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 유린당했다’며 이 협정은 국익에도 절대로 반(反)하는 사건이라고 지적하자, 그렇다면 6·25전쟁 때 김일성을 도와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긴 ‘중국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투의 때 아닌 시빗거리가 나오고, 밀실처리 외교 라인에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자칫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대처라고 비아냥거리는 분란이 시끄러운 판이다.
인간관계도 그렇지만 국가 간의 관계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콤플렉스나 과도한 기대 심리를 갖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일본놈’이나 ‘중국놈’이니 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동북아의 동등한 관계로 이웃을 대접해 줄 때 한 차원 높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한편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가 지난 주 워싱턴 DC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가진 출판기념회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2년 반의 평양 생활에서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바를 ‘북한에서의 생활’, ‘북한의 외국인’, ‘북한 정권의 속성’, ‘북한에 대한 접근’이라는 주제별로 사진 자료를 활용해 설명하기도 했는데 “북한의 한 마사지 봉사원은 러시아인도 독일인도 다 마사지해줬지만 중국인은 상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냄새가 고약하다며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드러냈다”며 “외부의 일반적 추측과 달리 북한 사람들은 중국을 가장 싫어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중국으로부터 체제 유지에 필요한 막대한 물적 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이 이런 정서를 갖고 있는 것은 상식 밖의 일처럼 보이고,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으나 ‘중국인은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등 북한의 뿌리 깊은 독립의식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더하여 “북한 곳곳에 미제국주의에 대한 적대적 선전 문구들이 즐비하지만 일반인들의 미국에 대한 정서는 그렇게 적대적이지 않다고 느꼈으며 미국이 실제로 북한을 무력 공격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북한인들은 한국은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인식하기에 한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절차는 물론 내용상으로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반일(反日) 감정으로 대응하는 것도 그렇지만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겠다는 발상부터가 국민정서나 역사인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려니와 우리의 통일 외교 정책에서 중국을 제외시키려는 의도로 비칠 수도 있다. 환구시보의 지적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중국과 갈등을 일으켜 뭘 얻겠다는 것인가. 일부에서는 중국과의 무역을 예로 들어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의 ‘20-50’에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렸으나 지금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속에서 ‘중국인’을 화나게 하는 게 좋으냐는 이야기도 별로 기분 좋게 들리지 않는 걸 어쩌랴.
2012년 07월 10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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