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교과서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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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 7.11)
조우성의 미추홀 -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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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는 강제적 교재이다. 싫다고 해서 안 읽거나 안 들을 수 있는 선택은 주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초중고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그를 배워야 한다. 대입수능시험에 출제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강제적 파급효과는 의외로 크다. 생애를 통해 감수성이 가장 여린 시절의 시험에까지 나오니 달달거리고 외지 않을 수 없고, 교과서에까지 수록됐다는 데서 수록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에게는 턱없는 경외까지 보태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는 교과 외적 내용을 암암리에 담아 왔다. 일본 문무성이 검정해 왔던 교과서가 대표적 예다. 2세들에게 입맛에 맞는 역사관을 심화, 강화시키기 위해 그보다 더 좋은 매개물이 없다고 본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그에서 대동소이한 처지다. 제7차 교육과정 때 만들어진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상하권을 보면, '금강산'이 유독 강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정비석의 '산정무한'과 정철의 '사미인곡'을 연거푸 등장시키고 있었다.
▲금강산관광이 남북 화해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일컬어질 때이기는 했지만 분량이 적지 않은 두 글을 굳이 한 교과서에 실을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이례적으로 소설가 박완서 씨의 소설을 책머리에 실은 것도 눈에 띄었다.
▲박완서 씨는 소설 '그 여자네 집'에서 모 시인의 동명 시를 인용하며 그 시를 '녹색평론'에서 봤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지닌 저자가 '나는 녹색평론의 열렬한(?) 독자'라고 고백을 해 준 셈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발행인은 하권에 또 '간디의 물레'란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있었다. '환경운동'이 우리 시대의 대명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시판 중인 '잡지'의 이름을 교과서가 거명하고 환경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그 필자의 글을 수록한 것 등등이 과연 합당했던가는 지금도 아리송하다. 어떤 경우에도 교과서만은 중립지대로 남겨 두어야 한다고 본다.
/객원논설위원
2012년 07월 1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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