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자살골에 가짜 피리소리, 무례까지(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4.17)
나채훈의 중국산책 /
자살골에 가짜 피리소리, 무례까지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선거가 끝나고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꽤 자신 있게 민주통합당의 승리를 점치던 사람들까지 서슴없이 그런 말을 한다. 정말 내가 그런 얘기를 이 사람한테 들었던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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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152석. 수치상으로는 겨우 과반을 넘긴 것이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헤아려보면 그야말로 압승이나 다름없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집권당이 재창당이나 개명(改名) 작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비법도 15대(1996년)부터이니 이미 약발이 시원찮은 터에 놀라운 득표를 이룬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 머리에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올려놓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꾀한 노력이 평가된 면도 있을 것이고, 대권 후보로서의 박근혜 효과도 있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승부 아닌가.
눈에 보이는 토목공사에는 엄청난 열정을 쏟으면서도 역사공동체와 국가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 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은 거의 안 했던 정권, 거기다가 최근 불거진 민간이 불법 사찰을 비롯해서 각종 비리로 얼룩진 정권, 파수견의 짖는 본능조차 상실한 정권의 심판을 무슨 비법(秘法)이 있어 잠재우고 총선 결과를 역전시킬 수 있었을까? 더구나 야당은 일차적으로 민주당에 친노세력, 시민사회세력까지 통합했고, 야권연대라는 회심의 카드까지 내놓았는데도 말이다. 지금까지 국민은 통합세력에 표를 더 준다는 것은 상식이나 다름없고….
지나치게 좋아진 야권의 분위기 탓이었을까. 국민경선 한다면서 엄청나게 예비후보가 늘어날 때부터 ‘내 그럴 줄 알았다’가 시작되었을까. 그럴 수도 있다. 쉽게 말하듯이 자살골이 속출했다. 공평한 국민경선 대신에 밀실 나눠먹기 공천 결과 ‘공천 5적(五賊)’이 등장했을 때가 첫 번째 자살골이었다. 한명숙 대표 측근 및 이대마피아 이야기가 회자될 때 두 번째 자살골이 터졌다. 임종석의 사퇴는 미봉책이었고, 해적 발언이 세 번째 자살골이었다. 3골이나 먹었어도 워낙 분위기가 좋은 탓인지 그들은 꿈쩍도 안 했다. 이때까지도 민주통합당은 과반수에는 미달할지 몰라도 제1당은 확실하다고 했다. 유권자들도 대략 그 정도는 될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번째 자살골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관악을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터졌다.
여론조사에 나이를 속여 응답하라는 문자메시지는 가짜 신분증으로 투표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사고가 터지자 즉각 사죄하고 사퇴하기는커녕 보좌진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사흘이나 버텼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것은 이 대표가 억울한 희생이라도 감수하는 양 싸고도는 분위기가 야권에 흘렀다. 잘못을 해도 자기 쪽이 하면 희생당하는 것이고 다른 쪽이 하면 ‘사퇴하라’고 벌떼처럼 달려드는 꼴불견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야권에 있었다. 민주통합당은 50년 전 YS의 선언 같은 기세로 열변을 이어갔다.
“이 도전은 위장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민주주의의 그것이며 관권에 대한 민권의 그것이며 가진 자에 대한 잃은 자의 그것입니다. 때문에 이 도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며 또 승리하리라는 자신과 신념의 바탕에서…(중략)…후세의 사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패배한다면) 오늘에 사는 국민들에게 무능자·비겁자라는 낙인을 기록할 것입니다.”
야당 도전사에 우뚝 선 이 심판의 나팔소리는 또 다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정권 심판 선거 분위기는 여전했다. 이 과정에서 결정타가 터졌다. 저질(低質) 막말 파문이었다. 김용민 후보의 사퇴가 예상됐으나 나꼼수 지지자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했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오픈카 위에 올라섰다.
저질 막말 발언이 얼마나 표심을 움직였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양당의 선거관계자들의 입을 빌리자면 적어도 10석에서 15석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 정도일까? 나꼼수의 영향력에서 따져보면 지나친 확대 해석 같다. 오히려 더 큰 표심의 요동은 이러한 자살골 파동에 거듭된 가짜 피리소리, 그것도 모자라 민도(民度)를 깔보는 듯한 무례(無禮)한 태도에 식상한 탓이 컸다. 공자 <위정(爲政)> 편에 나오듯이 부끄러움을 모르고[無恥]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 아닌가. 국민이 혼낸 까닭을 재삼 숙고할 일이다.
2012년 04월 17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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