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결국 유권자의 몫이 되고 말았다(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3.20)
나채훈의 중국산책 /
결국 유권자의 몫이 되고 말았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여야 후보의 대결구도가 거의 드러났다. 누구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 우선은 후보자들의 정치적 비전을 헤아려봐야 할 테지만 세상살이 바쁜 사람들이 충실하게 따져보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을 테고, 여유가 있다 해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우연히 형성된 연줄, 인상, 막연히 전달받게 된 후보자의 몇 가지 됨됨이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기 십상이다. 지금껏 그래왔으니까. 이런 투표 성향이 이번 19대에도 반복되어서는 정말 곤란하다. 얼간이 유권자 대접받기가 십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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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당을 보고 찍을 것인가? 이해(利害)가 엉켜 있는 경우는 모르겠으나 각 정당의 정강정책이란 것이 대략 자기 당의 정당성을 다짐하는 선언일 뿐 현실적인 지역문제를 비롯해 미래의 대한민국을 밝고 곧게 그리고 희망차게 만드는 역량을 담보해주는데는 그리 탐탁하지 않다.
당의 지도자를 보고 찍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박근혜 위원장이나 한명숙 대표 같은 분들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원칙·신뢰·약속·일관성이라는 정말 아름다운 표현을 즐겨 썼다. 하지만 민주·평등·소통·다원성에 대해서는 의심쩍은 행보가 한둘이 아니다. 아버지의 통치시대를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시대의 민주적 가치를 체득하려는 노력은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정수장학회도 그렇고 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된 지만씨의 경우를 보면 일종의 ‘무오류신화’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의심까지 든다. 그를 보좌했던 모 의원의 지적처럼 ‘왕녀의식’을 갖고 있다면 미래의 지도자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명숙 대표는 어떤가. 검찰의 표적 수사에 곤욕을 치루고 당당히 제1야당의 수장이 되었으나 ‘신뢰’라는 덕목에서는 거의 치명적인 실책을 보여주었다. 지난 1월 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때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100% 돌려드리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정체성도 불분명하고 도덕성에서도 온갖 흠집투성인데다 개혁성보다는 기득권 보수파를 대거 공천하면서 리더십의 위기를 자초했고 반성하는 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한 예비후보는 그를 두고 ‘꼼수의 대모(代母)’라고까지 폄하했다. 이외에도 그는 말바꾸기의 전력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의 기득권 정당체제에 이런 지도자들의 모습은 4월 총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말 대선이나 다음 지방선거까지 정치를 오염시킬 위험이 다분하다. 비민주적 방식에 의해 국회의원이 되고 지역위원장이 된 사람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에게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패거리 정치, 똘마니 지역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독일의 볼프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법적으로 자신이 잘못한 바는 없으나) 정치적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정책의 수행능력에 손상을 입어 사임이 불가피하다”며 국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신뢰의 필요성은 정치에만 국한되지는 않겠으나 정치 영역에서만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요소다. 따라서 이번 4월 총선을 앞두고 필자는 후보자의 신뢰에 대한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하나하나 따져보고 곱씹어 보는 것이 유권자의 선택에서 반드시 필요하리라 본다.
일찍이 관중(管仲)은 “자신이 한 일을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책임감도 없으려니와 이런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顧憂者, 可擧致道)”라고 인물통찰의 방법을 제시했었다. 자신이 예전에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지 않는 후보자, 지난 과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묻지마 투표’ 유권자가 4월 총선의 승리자가 되게 하면 안 된다. 절대로 안 될 일이다.
후보자는 이미 정해졌고, 유권자는 선택하는 일만이 남았다. 어찌할 것인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뇌물을 수수한 자, 선거법을 밥 먹듯이 어긴 자, 성추행자나 장애인에게 함부로 대한 자, 말바꾸기를 능사로 하는 자, 이당 저당 옮겨 다닌 철새형에게는 단 한 표도 찍어주지 않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19대 총선에서만큼은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승자가 아니라는 깨어있는 유권자가 승리하는 날로 매김해야 한다. 또 다시 ‘표 찍은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투의 사후약방문식 한풀이는 여기서 끝장내고 깨끗한 그 손으로 향불을 피우듯이 투표에 임해야 한다. 우리 자신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다.
2012년 03월 20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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