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너희가 백성의 고초를 아느냐?”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2. 9)
원현린 칼럼 /
"너희가 백성의 고초를 아느냐?”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朱元璋)은 “짐은 농민출신이다. 홍수가 나서 가을 수확이 막막하다. 탐관들은 부정부패에 여념이 없다. 농민 폭동이 일어나는 것도 다 가렴주구(苛斂誅求)의 결과다. 농민이 굶어죽고 있다. 너희가 백성의 고초를 아느냐!”하며 관리들의 부정행위를 질타하고 관련자들을 극형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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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현실을 목도하자니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실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 당한데 이어 행정부의 한 부처인 외교통상부도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과 관련, CNK주가조작 혐의가 포착돼 역시 압수수색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그 뿐인가. 사법부의 한 법관은 검사로부터 향응을 접대 받았다 하여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이로 인한 신조어도 양산되고 있다. ‘돈 봉투 국회’, ‘다이아몬드 외교관’, ‘벤츠 검사’, ‘향응 판사’ 등등의 명예롭지 못한 닉네임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정신 못 차린 인사들을 지칭하는 말들이다.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다. 입법, 사법, 행정 할 것 없이 총체적 부실이다. 더 늦추면 손을 대려해도 댈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지금 당장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며칠 전 사법부가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하다가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사법부를 일컬어 ‘인권 최후의 보루’라 하고 최상급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마지막 희망처가 오염되지 않도록 법조계 스스로가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법부가 무너지면 법치(法治)가 무너지는 것이다.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정의의 여신 디케가 전하는 메시지조차 읽지 못하는 법률가들이다. 진작에 사문화(死文化) 되었어야 할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낡은 문구가 대명천지하에 아직도 법조인의 좌우명(?)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허탈할 뿐이다.
대도(大盜)는 무문(無門)이고 무법(無法)인가? 법치를 한다는 나라에서 법 위에 있는 인사들이 너무 많다. 배금주의(拜金主義)가 통할 곳이 따로 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부(富)를 쌓기에 정신없는 속물들이 관직에 오르니 ‘정치농사’가 해마다 흉작이다.
도통 맑은 곳이 없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맑아야 할 부류가 있다고 필자는 누차 본란을 통해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그곳은 법조, 상아탑, 종교라 했다. 이곳들마저 비리가 판을 치고 부정이 통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법관을 향해서는 ‘법복의 무게를 알라’했고, 국회를 향해서는 ‘국해(國害)의원이 되지 말라’하며 당부하고 또 당부했었다.
이상한 나라다. 법치주의 국가이면서 법이 통하지 않는 나라다. 이러고도 나라가 유지되는 것이 희한하다. 고래(古來)로 민생을 가벼이 여긴 자 나라를 망치곤 했다. 지금 경기는 침체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시민의 생활고가 말이 아니다. 게다가 그릇된 교육이 낳은 학교폭력은 사회문제화 되어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대학 개강이 다가오면서 살인적인 등록금액에 숙소인 방조차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나라가 중병이 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나서는 4.11총선 출마자들인지 모르겠다. 누가 누구를 심판하고 누가 누구를 나무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을 하늘로 알고 두려워하는 정당이 승리하리라 확신한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4년이 흘러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자 또 다시 어김없이 나타나 “나요! 나!” 하면서 자천(自薦)들을 하고 있다. 하나같이 나라를 걱정하는 낯빛들이 아니다. 면면을 보아도 미덥지가 못하다. 서까래나 울타리에 쓰일 잔가지는 될지 몰라도 동량지재(棟梁之材)는 보이질 않는다. 오염된 논에서는 오염된 쌀이 나오기 마련이다. 향기 나는 사람만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또 다시 국민의 주권을 행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요청된다.
/주필
2012년 02월 09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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