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할머니의 마지막 사랑-----!!
본문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할머니는 중풍에 걸리셨다..
중풍은 있는 정 없는 정 다 떼고 가는 그런 병이다.
학교에서 집에 들어오면
코를 확 자극하는 텁텁한 병자냄새..
얼굴 높이에 안개처럼 층을 이룬
후텁지근한 냄새가 머리가 어지럽게 했다..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청소를 안 하는 할머니 방은
똥오줌 냄새가 범벅이 되어
차마 방문을 열어보기도 겁이 났다.
목욕도 시켜드리지 않아서
할머니 머리에선 항상 이가 들끓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시고 난 후
처음 1년 동안은
목욕도 자주 시켜드리고 똥오줌도 웃으며 받아내었다.
2년째부터는 집안 식구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3년째에 접어들자 식구들은
은근히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바라게 되었다.
금붕어를 기르다가 귀찮아져서 썩은 물도 안 갈아주고
죽기만을 기다리듯이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 무관심은 살인이 될 수도 있었다.
온몸에 허연 곰팡이가 피고
지느러미가 문드러져서 죽어가는
한 마리 금붕어처럼 할머니는 그렇게 곪아갔다.
손을 대기도 불쾌할 정도로 그래서 더욱 방치했다.
나중엔 친자식들인 고모들이 와도
할머니 방엔 안 들러보고 갈 지경이었다..
돌아가실 즈음이 되자 의식도 완전히 오락가락 하셨다.
그토록 귀여워하던 손주인 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나는 할머니랑 단 둘이 오두막에서 살았었다..
조그만 전기담요 한 장에 할머니와 난
나란히 누워 별을 세며 잠이 들었었다..
아침은 오두막 옆에 있는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을 주워서 삶아먹는 걸로 대신했다..
할머니는 나에게 굵은 밤을 먹이려고
새벽부터 지팡이를 짚고 밤을 주우셨다..
할머니가 내 이름을 잊는 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이성이 퇴화 할수록
동물적인 본능은 강해지는 걸까..
그럴수록 먹을 건 더욱 밝히셨다..
어쩌다 통닭 한 마리를 사다드렸더니
뼈까지 오독 오독 씹어드셨다.. 섬찟하기 까지 했다...
병석에 누운 노인이
그 많은 통닭을 혼자서 다 드시다니..
가끔 할머니에겐 돈이 생길 때가 있었다..
고모들이 할머니 방문 앞에 얼마씩 놓고 간 돈이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아내가 남자의 골방 머리맡에
잔돈을 놓고 가듯 말이다.
그러면 나는 할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졸랐다.
할머니는 그 돈을 조금씩 조금씩 나에게 주셨다..
한꺼번에 다 주면 다음에 달라고 할 때
줄게 없을까봐 그러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돈이 필요할 때면
엄마보다 할머니에게 먼저 갔다..
엄마가 '먹이'를 넣으러 왔다 갔다 할 때 말고는
그 방을 출입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날이던가 결국 할머니의 돈이 다 떨어졌다..
나는 돈을 얻기 위해 할머니를 고문했다..
손톱으로 할머니를 꼬집었다..빨리 돈을 달라고...
그렇지만 얻을 수 없었다..
할머니는 정말로 돈이 없었으니까...
그때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꼬집혀서 아팠기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뭔가를 줄 수가 없어서 였을 것이다..
가끔 할머니는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시려고 노력하셨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 꼼지락 하시는 게
무언가를 주려고 하시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나는 내 이름도 제대로 못 부르는
할머니를 피하기만 했다..
할머니에게서 더 이상 얻을 돈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간혹 한밤중에도 '허.. 흐흐.. 하..'하는
할머니의 신음 같은 목소리가 내방까지 들려오면..
나는 흡사 귀신소리라도 듣는 듯
소름이 돋아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쓰고 잠을 청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할머니는 낙엽처럼 돌아가셨다...
그제서야 고모들도 할머니 방에 발을 들여놓았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후에야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의 몸을 씻으려고 걸레 같은 옷을 벗겨내었을 때...
할머니의 옷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가 나왔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거무튀튀한 물체였다..
그것은.... 통닭다리 한 짝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셨는지
손때가 새카맣게 타있었다..
이 감추어둔 통닭다리 한 짝을 나에게 먹이려고
그토록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셨던가..
한 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 거리며
내 이름을 부르시던 할머니..
마지막 순간까지 이 손주 생각을 하셨는지....
==펌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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