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려서야…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2.28)
나채훈의 중국산책 /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려서야…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여야의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후보자 상호간에 비방과 언어폭력이 심심치 않게 퍼져나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 민심에 영향력이 있다는 인물들’ 소위 유명인사(?)들을 영입하는 건지 그들 스스로가 줄대기를 하는 건지 ‘지지선언’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를 통해 예전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고, 후보측으로서는 대세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넙죽넙죽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딱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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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사(?)들이 누구인가? 면면을 보면 선거법 위반으로 그 직책에서 도중 하차했거나 공천 탈락에 불복하여 다른 말[馬]을 갈아타기 일쑤였던 구태형 인사라는 데서 더욱 그렇다. 일찍이 한비는 <오두> 편에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어리석음을 지적했었다.
- 송나라 농부 하나가 밭을 갈고 있었다. 밭 가운데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어느 날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다가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 후로 그 농부는 쟁기를 던져 버리고 그루터기 옆에 앉아서 또다시 토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토끼를 다시 얻지 못했다. 밭이 잡초로 덮이고 농부는 추수마저 할 수 없었다. 이를 보고 온 나라 사람들이 농부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而身爲宋國笑).
이 우화가 2천 몇 백 년 전에 있었던 웃음거리에 불과할까?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행해지고 신문지상에 마치 미담의 하나처럼 보도되고 있다. 변화하는 현실을 낡은 인식의 틀로써 이해하려고 하는 이런 모습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할 젊은 후보가 과거회귀적으로 행동하는 데서 더욱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한마디로 시대를 보는 눈이 없다(無相時之心)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번 4월 총선의 의미는 무엇인가? ‘더 이상 이런 삶을 살 수 없다’는 시민들의 각성 위에서 지금 이루어지는 경제의 작동원리에 대한 성찰과 구조적 모순에 얽매인 사회시스템과 제도를 개혁, 쇄신하는 정치지도자를 뽑아야 하고, 그들 지도자 지망생들은 자신이 적임자임을 유권자에게 증명해 보여야 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래서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땀흘러 일하고, 경쟁과 출세가 아니라 협동과 나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를 만들고, 100점과 1등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꿈을 맘껏 발휘하는 우리 자식들을 위한 교육, 가진 자들의 오만스러운 탐욕에 빗장을 걸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내일을 위해 활활 타오르는 열정으로 지도자의 길을 택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럴진대 얄팍한 선거전술로 흘러간 물, 그것도 구태에 젖은 물을 끌여 들여서 새 시대의 물레방아를 돌리려 하다니…. 송나라 농부의 그 어리석음은 차라리 애교스럽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더하여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도 한없이 답답한 문제가 있다. 이번 4월 총선의 의미와 시대정신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여 필봉을 휘둘러야 할 언론종사자들이 후보의 선거 홍보물에나 나옴직한 그런 사진과 기사를 버젓이 지면에 내보내고 있다. 그 이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으려니와 알 필요조차 없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언론의 존재 이유다. 왜 언론이 이 땅에서 소중한 가치를 누려야 하는지……. 한 마디로 공정성과 비판성에 바탕을 둔 ‘눈감지 않는 정신’으로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 노력해 왔기에 대접받고 존중받아 왔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파업 중인 MBC 언론노조가 <제대로 뉴스데스크>란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유투브를 통해 공개했었다. 자사(自社)의 현 <뉴스데스크>가 공정성에 문제투성이라는 인식 아래 제대로 공정한 보도를 해보겠다는 취지로 만든 17분 분량의 이 ‘대안뉴스’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여 뜻있는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 내용을 보면 실로 굴절되고 각색된 뉴스가 우리 주변에, 정치권에 그리고 언론사 내부에 너무 빈번히 일어나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알다시피 ‘나꼼수’의 끈질긴 노력으로 선관위의 디도스 공격이 외부세력에 의해 일어났음을 밝히게 되자 얼마나 큰 박수를 받았는가. 기성 제도권 언론이여, 본령으로 돌아가라. 후보자여, 미래지향적으로 시대정신을 위해 행동하라. 지상명령이 아닐까.
2012년 02월 28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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