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장자(莊子)를 빌려 한마디 한다면…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3.13)
나채훈의 중국산책 /
장자(莊子)를 빌려 한마디 한다면…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민주·평화·개혁·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의 공천심사위원 4명이 경선도 못해 보고 무소속 출마하겠다는 탈당파(脫黨派)를 설득, 단독공천을 받은 후보들을 적극 지원케 하겠노라고 큰소리를 탕탕 치며 그들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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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장자(莊子)』의 29권에 있는 도척(盜?)편의 공자(孔子)처럼 말이다. 공심위원들은 고급 승용차에서 내려 썰렁한 낙천자 A캠프의 마지막 정리자에게 말했다.
“총선 승리, 정권 교체를 실현하기 위해 노심초사한 우리가 낙천자를 위로하고 그간의 과정을 말씀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낙천자 A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그 자들은 남을 기만하기 잘하는 자들 아니냐. 내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전해라. 함부로 공천혁명이니 국민경선이니 하는 헛된 구호를 남발하며 해야 할 일은커녕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밥을 먹고, 옷감을 짜지도 않으면서 옷을 입고 입술을 움직이며 혀를 놀려 마음대로 시비(是非)를 갈라 천하를 미혹케 하는(不耕而食, 不織而衣, 搖脣鼓舌, 擅生是非, 以迷天下之主) 자와 똑같다. 젊은 정치 지망생들로 하여금 낙담과 절망과 분노를 갖게 하여 끝내 정치 불신을 퍼뜨리고, 망령되이 혁명이니 국민을 들먹이는데 이는 요행히 유권자를 속여 또다시 국회의원이나 해보겠다는 수작 아니냐. 그 자들의 죄는 한없이 무거우니 당장 꺼지도록 해라.”
공심위원들은 그 말을 전하는 사람에게 재차 말했다.
“우리는 그분들이 존경하는 문재인 이사장, 문성근·이인영·박지원·박영선 최고위원들과 잘 아는 사이이니 얼굴이라도 뵙고 꼭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런 모습을 사무실 안쪽에서 보고 있던 낙천자 A가 크게 노하여 벌떡 일어서서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야, 너희들 이리 오너라. 너희들이 하는 말이 내 뜻에 맞으면 살려 보내주겠지만 거슬리면 그때는 아예 정치생명을 모조리 끊어 놓겠다(順吾意則生, 逆吾心則死).”
이리하여 공심위원 넷은 낙천자 A를 앞에 두고 민주주의의 가치와 평화를 이룰 계책과 개혁의 필요성, 진보의 보랏빛 내일을 도도히 설파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과 싸워 이기려면 우리 민주세력이 힘을 합쳐야지 내부에서 싸우면 되겠습니까? 이번 경선인단 모집은 솔직히 말씀드려 지지자 모으기 시합이었지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시지 않습니까? 또 광주에서는 인명이 상하는 불상사도 벌어졌구요. 그래서 조용히 우리끼리 고민해서 전략지역도 고르고 단수공천지역도 고른 것입니다. 당내 평화를 위한 고육책이지요.”
“궤변 그만두라! 당내 평화라구? 개혁이니 진보니 떠들면서 그렇다면 법조계 인사는 꽃가마 태워 모셔오고, 진정한 의미에서 소외계층, 노동자계층을 대표하는 이들에게는 어찌하여 찬밥 대접인가?”
“그야 검찰을 우선 개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여성법조인은 금값이나 다름없으니 어찌 꽃가마를 대령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법조 경험이 있어야 개혁의 핵심을 꼭 찝어낼 수 있잖습니까?”
“듣자듣자 하니 정말로 한심하군. 한나라당이 왜 폐당 처리된지 아느냐? 갖은 식언, 성희롱, 돈봉투 전화청탁에 연루된 기득권당으로 만드는데 법조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법원과 검찰에서 손꼽아주는 실력 있는 국회의원 조순형, 노회찬, 박영선이 법조 출신이냐. 어디 대답해 보아라!”
그들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때마침 이 사무실을 방문한 낙천자 B가 소리쳤다.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 되려면 다양한 직업과 계층, 직능의 대표들이 골고루 있어야 되는 것이지 특정 직업에 너무 몰리면 대의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끼리 싸울 필요가 있겠느냐구? 그건 국민에게 마땅한 후보를 골라달라는 부탁이고 너희들이 먼저 떠든 일이었다. 이런 몰염치하고 사리분별도 모르면서 망발 그만하고 썩 꺼져라!”
공심위원들은 마치 도척에게 혼난 공자처럼 두려움에 떨며 넋이 나간 듯이 황망히 도망치고 말았다. 이 다음은 독자의 상상이 채우길 바란다.
2012년 03월 13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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