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본문
어느 아가씨가 공원 의자에 앉아
고즈넉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노신사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조금 남아 있는 책을 마저 보고 갈 참이었습니다.
방금 전 가게에서 사온 오백 원짜리크랙커를 꺼내어
하나씩 집어 먹으며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고
시간이 얼마쯤 흘렀습니다.
크레커가 줄어가는 속도가 왠지 빠르다 싶어 곁눈질로 보니----!!?
아니!? 곁에 앉은 노신사도 슬며시 자기 크랙커를
슬쩍슬쩍 빼먹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 노인네가----"
화가 은근히 났지만 무시하고 크레커를 꺼내 먹었는데
그 노신사의 손이 슬쩍 다가와 또 꺼내 먹는 것이었습니다.
눈은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이미 그녀의 신경은
크레커와 밉살스러운 노신사에게 잔뜩 쏠려 있었습니다.
크레커가 든 케이스는 그 둘 사이 의자에서 다 비어 갔고
마지막 한 개가 남았습니다.
그녀는 참다못해 그 노신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뭐 이런 노인네가 다 있어?" 하는 강렬한 눈빛으로
얼굴까지 열이 올라 쏘아보았습니다.
그 노인은 그런 그녀를 보고 부드럽게 씨익 웃으며
소리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었습니다.
별꼴을 다 보겠다고 투덜대며
자리를 일어나려던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가 사가지고 온 크레커는 새 것인 채로
무릎위에 고스란히 놓여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그 노신사의 크레커를 집어 먹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고
오히려 자기 것을 빼앗기고도 부드럽게 웃던 노신사.
하지만 그 노신사는 정신없는 그 아가씨에게
크레커를 빼앗긴 게 아니고 나누어주었던 것입니다.
제것도 아닌데 온통 화가 나서
따뜻한 햇살과 흥미로운 책의 내용조차 잃어버린 그 아가씨는
스스로에게 이 좋은 것들을 빼앗긴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오백 원짜리 크레커가 아니라
아주 중요한 일에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빼앗기는 것과 나누는 것."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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