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남극의 신사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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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2. 1.12)
원현린 칼럼 /
[인천]남극의 신사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필자는 TV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며칠 전 한 방송에서 늦은 시각 한 밤에 아빠 황제 펭귄의 생태를 다룬 <남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마음이 짠했다. 한마디로 감동 그 자체였다. 먼저 극한 상황에서 훌륭한 작품을 제작한 관계자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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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을 들춰보니 펭귄(penguin)은 펭귄 목 펭귄 과에 속하는 날지 못하는 새의 총칭으로 주로 남극,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그리고 적도 부근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분포한다고 나와있었다.
대부분의 펭귄들은 크릴새우나 물고기, 오징어를 비롯해 물속에 사는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이들은 물과 뭍에서 각각 전체 수명의 반 정도씩을 보낸다. 수컷이 더 적기 때문에, 짝짓기 철이 되면 암컷 여러 마리가 수컷 한 마리를 걸고 싸우는, 지구상에 몇 안 되는 종 가운데 하나다. 보통 한 두개의 알을 낳으며, 암수가 교대해서 포란(抱卵)하는데, 한쪽이 먹이를 잡기 위해 나간 동안 다른 한쪽이 둥지에 남아 있다.
우리는 흔히 펭귄을 ‘남극의 신사’라고 부른다. 아마도 하얀 몸에 까만 망또 하나만을 걸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부르는 것일게다. 이날 방영된 펭귄다큐는 지금까지 필자가 눈을 떼지 못하고 시청한 몇 안되는 프로 중 하나였다. 예전 무성영화 시절, 변사의 열변처럼 손에 땀을 쥐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영상물이었다.
펭귄들이 혹한 겨울을 나는 모습이 처절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암컷 펭귄이 알을 낳아 수컷에게 온전히 포란을 당부하며 알을 발로 굴려 건네는 모습에서 숨 죽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알을 건넨 암컷은 산란하느라 수척해진 몸을 추스르기 위해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났다. 수컷이 얼음위에서 두 발위에 알을 올려놓고 체온으로 품으면서 부화되기까지 2개월여 동안 약간의 눈만 먹고 굶어가며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탄생시키는 부성애(父性愛) 장면에서 경외감을 느꼈다.
수컷 펭귄무리 중에서 자신의 알을 잃어버렸거나 실수로 품지 못해 얼어 터져 버린 다른 펭귄의 공격으로부터 알을 지켜내는 모습 또한 감동 드라마였다.
여러 장면 가운데 가장 극적인 장면은 알을 품은지 일정 기간이 지나 알 속에서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조짐이 일자 줄탁동시(口卒啄同時 ;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밖에서 쪼는 것을 탁이라 하는데 껍질을 쪼는 행위가 동시에 같은 곳에서 이루어져야 부화가 가능하다는 성어)가 이루어지면서 설원(雪原)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모습이었다. 시청자들 모두가 열광과 갈채를 보냈으리라.
영하 수 십도에서 알을 깨고 나온 새끼를 지키려는 아빠 펭귄의 필사적인 노력에 필자는 눈과 마음, 넋까지도 빼앗겼다. 새 생명체는 잠시라도 아빠의 품속에서 떨어져 나가면 곧 얼어 죽는 상황이다. 알을 잃어버렸거나 잘못 품어 부화시키지 못한 주위의 다른 펭귄들의 공격으로부터 결사옹위해가며 제 새끼를 지키고 키워가는 아빠 펭귄의 모습에서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산란 후 수컷에게 부화 의무를 지우고 먼 바다로 나가 먹이를 구해 돌아와 새끼에게 먹이는 암컷 모습에서도 성스러움이 빛났다.
거센 눈보라가 몰아쳐오면 한데 모여 몸을 바짝 붙이고 공동으로 방풍막을 형성하여 혹한을 이겨내는 펭귄 무리들이다. 바람을 직접 맞는 가장자리가 더 춥기에 반복하여 자리를 바꿔가는 허들링(huddling)으로 추위를 나누기도 하는 펭귄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공동생활의 준칙을 제시해 주었다. 이처럼 펭귄은 미물(微物)이면서도 고통도 나눌 줄 아는 미물(美物)이었다.
차디찬 얼음나라에는 조건 없는 자식 사랑만이 있었다. 펭귄나라, 남극에서는 양육의 공치사도 없었다. 황제 펭귄은 낳고 기르고, 때가 되니 그저 말없이 떠나갔다. 남극 다큐가 방송되던 날 밤은 ‘영아 유기’, ‘신생아 매매’, ‘해외 입양’ 등등…, 끝없이 인간의 비정함이 연출되는 우리사회가 한없이 부끄러워진 밤이었다.
/주필
2012년 01월 12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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