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권력이란 무엇일까?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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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12.22)
원현린 칼럼 /
권력이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 일정 기간 최고 통치자의 사망사실을 숨긴 예는 많다. 진시황(秦始皇)이 지방순시 중 평원진에 이르렀을 때 병세가 악화되자 “돌아와 나의 상사(喪事)에 참석하고 함양에 모여 상례(喪禮)를 거행하고 안장하라”라는 내용의 옥새가 찍힌 새서(璽書)를 장남 부소(扶蘇)에게 보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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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친서는 당시 실력자 환관 조고(趙高)의 수중으로 들어가 전달되지 못했다. 황제가 숨지자 조고와 승상 이사(李斯)등은 황상(皇上)이 외지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황자들 사이에, 혹은 지방 제후들의 변란이 일어날까 두려워 사실을 숨기고 발상(發喪)하지 않았다.
시황(始皇)의 관을 온량거(창문을 열면 시원하고 닫으면 따뜻한 수레)에 안치하고 여느 때처럼 제 시간에 맞추어 음식도 차려 올리고 백관들의 정무도 정상적으로 보도록 하였다. 조고는 부소에게 보내는 조서를 조작, 자살하라는 명을 내려 죽이고 호해(胡亥)를 태자로 세운 후 2세 황제로 옹립하고 전권을 휘둘렀다.
조고는 기술한바와 같이 집권 시나리오를 짜놓고 권력을 장악한 후 시황제의 장사를 지냈다. 당시 시황제의 나이 51세였고, 2세 황제 호해의 나이 21세였다.
시황제가 천하를 합병하여 36개 군(郡)을 설치하고 기반을 탄탄히 하여 나라를 다스린 것과는 달리, 수권준비가 안돼 있던 2세 황제는 즉위 3년 만에 제후들이 진(秦)왕조에 반기를 들고 저항하자 조고는 2세 황제를 시살하고 호해의 형의 아들 자영을 진왕(秦王)으로 세웠다. 자영은 즉위하자마자 얼마 안 돼 제후들에 의해 시살당하고 3대(代)만에 진 왕조는 멸망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장소와 시간을 놓고 조작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달리는 열차에서 사망했다는 북한의 발표대로가 아니라 열차가 움직인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평양 용성역에서 대기 중이던 열차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외에서 북한이 김위원장이 사망한지 51시간 30분이 지난 후(북한측 발표에 따르면)에야 발표하는 등 석연치 않은 사망소식을 놓고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은 없고 추측뿐이다. 지난 며칠간 우리는 북한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충격을 받았고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삼스레 다가온 사건이 아니다. 언젠가 올 것이 온 것뿐이다. 다만 시점이 문제였다.
‘정보는 국력이다.’ 북한이 김위원장 사망소식을 이틀도 훨씬 넘긴 후에 방송을 통해 발표했는데도, 우리 정보당국이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럴 수도 있을 수 있다 하겠지만 사안이 그게 아니지 않은가.
정보당국이 북한측 발표를 보고서야 알았다니 우리의 정보력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력 부재 또한 또 다른 충격의 하나로 와 닿은 사건이었다.
세 번째는 충격이랄 수는 없지만 놀라운 것은 우리 시민들의 침착한 상황대처다. 예전 같으면 흔히 있을법한 라면이다 쌀이다 하여 비상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을 시민들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별다른 소요 없이 차분히 대처했다는 점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에 따라 매뉴얼을 짜 놓고 훈련을 했으리라 믿는다. 북한의 사태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절대 권력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멸망의 길로 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권력이란 무엇일까? 권력은 나눌 수 없는 것이 속성인가보다. 북한의 김위원장의 사망 장소와 시점의 진위가 언젠가 밝혀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철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어서 암흑 상태다. 그렇다. 차분히 대응하자. 김정일 없는 북한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국제정세속에서 우왕좌왕하지 말고 차분히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침착한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시점이다.
/주필
2011년 12월 22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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