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2012년에는 밝아져야 하겠다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2. 1. 3)
나채훈의 중국산책 /
2012년에는 밝아져야 하겠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지난 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했습니다. 저항과 분노의 물결이 세상을 온통 뒤덮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 큰 사건들이 많아 되돌아보는데 숨이 막히고 가슴이 먹먹해질 지경입니다. 북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튀니지에서 한 노점상 청년이 단속 경찰에 항의하여 목숨을 던지고 결국 이것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권력과 시민, 1%의 세력과 99%의 파란을 일으켰으니 그야말로 개미구멍이 거대한 댐을 무너뜨린 것과 같았습니다. 그동안 ‘형식적 민주 사회’에서 게으름을 피운 시민들의 반성이었거나,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외면한 채 ‘서구 방식의 선진화’ 타령을 늘어놓던 권력과 재벌의 행태에 대해 아무리 일해도 가난해지는 사람들의 각성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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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에 더하여 어둡고 암담했던 까닭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놓은 권력자들이 사적 이익 추구에 여념이 없었으니 정말로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이 남아 있습니다. 부패와 비리보다 더 겁나는 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득권 보호 구조를 더욱 강화하고 제도적으로 고착시키려는 움직임입니다. 국가기관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밝은 쪽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조금은 편안하고 행복한 사람들의 세상을 꿈꾼’ 시인은 지금 특수공무집행 방해,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 무려 다섯 가지 죄목으로 차디찬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선 노동운동가 김진숙을 만나러 가자는 희망버스를 구상한 일이 그렇게 큰 죄였을까요?
유럽의 길거리에서 분노한 사람들(인디그나도스)의 운동이 계속되고 있고, 뉴욕에서 금융자본의 뻔뻔한 탐욕에 저항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칠레의 등록금 반대 투쟁, 이스라엘의 생활고에 대한 불만 표출, 모스크바의 부패,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의 물결도 대략 사정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래로부터의 리더십, 새로운 민주화와 자본주의의 변혁에 대한 기대가 그 속에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지난 4년 동안의 국정 농단과 민생 파탄은 더 이상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 속히 지나가기를……, 끔직한 그 세월을 기억하지 않으려 소망할 뿐이지요. 여야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하루 속히 여야, 제 정당이 모두 새 시대의 흐름에 겸허히 머리 숙여 환골탈태해 주기를 두 손 모아 바랄 뿐입니다.
지금 우리 시민들의 꿈과 소망이 어디 한 두가지이겠습니까마는 무엇보다도 이 나라가 기득권 계층의 사유물로 남아 있지 않기를, 새로운 시민사회가 출발하기를, 정말로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미국적 가치를 떠받드는 것이 우리의 보수인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념을 진보라고 악쓰면서 우겨도 안 되겠지요. 국회의원이 개그맨을 고소하는 그런 일만큼은 절대로 없어야겠구요. ‘나는 꼼수다’는 그 언어부터 말끔히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탁월한 단어 선택이 빛을 잃어야 우리가 제대로 된 사회에 사는 것 아닐까요.
우리 민속에서 용은 나쁜 것을 막고 좋은 것을 불러오는 상서로운 존재입니다. 농사에 필요한 비를 내리게 하고, 바다를 평온하게 하며, 불길을 끄기도 하지요. 『본초강목』에 따르면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목덜미는 뱀, 배는 대합, 비늘은 잉어, 발톱은 독수리, 발바닥은 호랑이, 귀는 소와 같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용꿈을 꾸면 큰 인물이 태어난다거나 큰 경사가 있다거나 하며, 용에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최고 자리에 오르는 출세를 말하기도 합니다.
황하의 중류에 용문(龍門)이라는 물살이 아주 센 곳이 있습니다. 이 물살을 제치고 올라가기만 하면 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는 등용문 고사도 있지요. 여기서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도 생겼습니다.
2012년 올해는 두 차례에 걸쳐 국민들의 선택이 이루어집니다. 무엇보다 진정한 권리를 생각하여 지난 선거에서처럼 거짓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10년 후, 20년 후 이 나라가 ‘개천에서 용 나는’ 사람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투표하여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 빚어낸 진정한 시대정신이 꽃 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2012년 01월 03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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