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기다리면,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나채훈의 중국산책 /
기다리면,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바야흐로 19대 결전의 막이 올랐다. 내년 4월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 나설 ‘한가락하는 인사’들이 선관위 예비후보 접수 창구에 붐빈다는 보도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不信)을 반영하듯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신인 지망생이 많아 인천 지역 12개 선거구에서 예상되는 출마 희망자만 어림잡아 1백 명은 족히 되리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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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은 흔히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흥미만점의 적벽대전에 비유되기도 한다. 천하를 한 손에 움켜쥐려는 다수파와 이를 저지하려는 소수파의 한판 승부였다는 사실 이외에도 치밀한 전술의 소수파가 위세당당 밀어붙이는 다수파를 일거에 무찔렀기에 승부세계의 한 단면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이른바 경극에서도 인기만점인 「차동풍(借東風)」의 동남풍이다. 이후 선거전에서 동남풍이라고 하면, 승패를 결정짓는 민심의 흐름을 뜻하면서 기득권의 철옹성처럼 보이던 위세를 일거에 날려 보낼 수 있는 소수파 도전자의 한결같은 희망을 상징하게 되었다.
- 동남풍이 불어준다면……
이 기대에서 도전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전략과 전술의 차이다. 우선 전략과 전술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사고(思考)의 생산성이 최소한 10배 이상 높아진다는 정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우선 전략은 대담할수록 좋다. 아니 전략이란 원래부터 대담할 수밖에 없다. 세심한 것이 전략일 수 없다는 말이다. 전술은 세심할수록 치밀할수록 철저해야 빛난다. 요약하자면 전략은 대담하게 전술은 지극히 세심하게 하라. 적벽대전에서 보듯이 소수파는 ‘항복할 것이냐’, ‘싸울 것이냐’를 두고 고민 끝에 싸우기로 정했다. 전략은 정해진 것이다. ‘싸워 이기겠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싸워서 이길 것이냐?’가 남는다. 이것이 전술의 과제다. 적벽대전에서 소수파는 먼저 상대를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물리칠 작전을 세웠다. 다수파(조조)는 병력이 1백만이라고 했다. 겁날 정도로 많다. 그러나 속을 살펴보면 대략 10여만이 직할 병력이고 나머지는 여기저기서(원소와 유표 진영) 모은 병력이다. 따라서 각개격파가 좋겠다. 이쪽 소수파의 주력은 수군이다. 뭍에서 싸우면 쉽지 않겠으나 물에서 싸우면 얼마든지 상대해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상대 파악법에 속한다. 그래서 수전을 정했는데 다수파는 이를 깨달았는지 흩어지지 않고 적벽 근처 오림에다 엄청난 규모의 수채를 세우고 주력부대를 여기에 총집결시켰다. 그 위용은 어마어마했다. 수전으로 해도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였다. 여기서 소수파는 전술 변화를 시도한다. 일거에 다수파를 무찌르기 위해서 선택된 방식이 화공(火攻)이다. 어떻게 해야 화공을 성공시킬 것인가? 일단 불이 붙기 시작하면 배도 태우고 병력도 태우고 육지의 군영까지 모조리 태워야 한다. 그럴려면 불쏘시개를 듬뿍 가져다가 적진 한복판에 놓고 불을 질러야 한다. 여기서 고육계(苦肉計)로 접근을 시도하고 연환계(連環計)로 그들을 하나가 되게 만든다. 치밀한 계산이 짜여지고 실행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바람의 방향이다. 남쪽에서 공격하는데 바람의 방향이 서북풍으로 되면 오히려 공격한 소수파가 불세례를 받게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바람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불어줘야 한다. 때는 초겨울, 서북풍 계절이다. 여기서 제갈량은 칠성단을 쌓고 정성을 다해 간절하게 동남풍을 부르게 되었고, 마침내 기회를 얻어 다수파를 불구덩이에 빠뜨렸다. 확실히 이긴 것이다.
이 고사의 교훈은 간단하다. 모름지기 출마를 결심하고 후보 접수를 했으면 ‘싸워서 이기겠다’는 전략은 이미 정해졌을 테고, ‘어떻게 싸워서 이길 것인가?’ 하는 전술이 남았으므로 이제부터 세심하고 치밀하게 구사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상대의 분석을(다선에 대한 염증과 구태) 끝내고 싸울 방법(각개격파)을 정했는데 상대의 방식이 바뀌었다? 물량 작전에 중앙의 유력자들 지원이 쏟아져 내린다. 그렇다고 중도 사퇴할 것인가?
도전자의 아름다운 자세는 동남풍(민심)에 힘입어 철옹성 같은 그 기득권의 성채를 함몰시키는 것이리라. 끝까지 분투하라! 동남풍을 만들어라! 국민을 깔보고 헌법을 무시하는 그런 기성 정치꾼들을 모조리 몰아내기 위해 응원가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2011년 12월 20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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