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정승열(65회) 세상사/밥상머리 교육(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1.10.13)
▧ 세상사 ▧
밥상머리 교육
/정승열인천문인협회장
![]() |
||
우리나라가 오늘 이만큼 성장을 이룬 데에는 교육의 힘이 컸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 이제 막 나라를 발전시켜야 하는 저개발국가 또는 개발도상국가 중에 우리나라를 모델로 삼으려는 나라가 꽤 된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비판하는 사회여론 때문에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고 표류해 왔다. 지금도 그런 상태다. 마치 교육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원흉처럼 비판만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면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오랜 옛날부터 문제투성이의 교육을 해온 실패한 나라가 되어 있어야 할 터이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나라 교육을 발전모델로 삼아 배우고자 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니, 더구나 저개발국가, 개발도상국가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조차 우리나라 교육을 모델로 자주 언급하는 모양새를 보면 우리나라 교육이 그래도 올바른 인재를 길러 냈고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만은 인정해야 할 듯싶다. 그리고 그 주체에는 교사와 가정 즉 부모의 역할이 작용했다고 본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 가정 즉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부모가 교육에 관여하는 것을 가정교육이라고 한다. 가정교육의 핵심이 되는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방법을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예부터 말해왔다.
이 밥상머리 교육이 요즘 들어 실종되고 있다는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난 탓이라 한다. 또 컴퓨터를 통한 게임이나 인터넷에 매달리기 때문에 식사시간이 일정치가 않아 졌다는 것도 이유에 하나라 한다. 또 옛날 유교적인 훈계방식의 밥상머리 교육은 시대에 걸맞지 않아서 아버지 중심의 밥상머리교육이 기능을 잃어버렸다 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밥상머리교육 임무인 인성교육과 사회질서교육을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라"라는 말과 함께 학교교육에 일임해 버렸다.
이렇게 학교에 밥상머리 교육을 일임한 부모는 대신 그 외에 경쟁력 있는 교육에 매진한다. 각종 과목의 조기교육, 다양한 예능교육, 학원을 돌고도는 선행학습교육 등을 어려서부터 고3이 될 때까지 집중한다.
문제는 요즘아이들이 점점 부모세대와 다른 별세계를 헤매고 있으며, 부모가 기대했던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라"가 요즘들어 교실이 무너지면서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어린 학생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는 보도로 온 국민이 걱정했던 일이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일부보도에 따르면 가출학생이 20만명을 넘고 있다고 한다. 각종 청소년 관계 통계를 보면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상대가 부모와, 교사를 합쳐도 30%도 안되는 반면, 혼자서 고민을 끙끙대며 감수하거나 혼자 해결하려는 학생은 오히려 30%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모르는사이 무언가 점점 심각한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 어린 학생들의 고립상태를 해소시켜 주고 건전한 인성과 질서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 답으로 밥상머리 교육의 부활을 제시하고 싶다. 옛날의 훈계를 위주로 한 밥상머리교육은 말고, 자녀와 토론하고, 같이 규칙을 정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간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활용하자.
'밥상머리 교육'이 우리나라 전매특허인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밥상머리 교육이 있는 모양이다. 더구나 요즘 들어 가족과 식사하기가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가족과 식사하기를 실천했더니 탈선하거나 음주, 흡연, 마약을 하는 청소년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단초가 되었다. 또한 가족이 함께 식사하며 대화와 토론을 하면 어린아이의 어휘능력이 독서를 통한 것보다 10배나 향상된단다. 또 한 보고에서는 밥상머리교육을 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상위권 학생숫자에서 밥상머리교육을 받은 학생이 2배나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부모와 함께 식사하는 것이 아이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감을 심어준다는 것이 제일 큰 수확일 것이다. 이제 우리 부모들의 생활 패턴을 좀 수정해서라도 밥상머리 교육을 빨리 복원해야 할 것 같다.
2011년 10월 13일 (목)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