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인천경제콘서트/스승의 뮤지컬 주례사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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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1.10.25)
인천경제콘서트
스승의 뮤지컬 주례사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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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가을이 깊어만 가고 있다. 가을이란 계절이 결혼시즌이다 보니 금년에도 변함없이 수많은 청첩장이 내도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서울 시내에 소재한 결혼식장에 집사람과 함께 다녀왔다. 20여 년 전에 주안역 부근에서 아래윗집에 살며 가족같이 가까이 지내던 분의 아들이 장가를 가게 된 것이다. 그 결혼식장은 어느 대기업이 운영하는 빌딩 지하실 1층에 200석 정도의 아담한 좌석이 마련돼 있고, 18세기부터 프랑스 회화(繪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파스텔 톤으로 실내장식이 돼 아주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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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식순이 시작되면서 뜻밖에도 여성 주례가 소개되는 게 아닌가. 처음엔 우리 부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하객들은 다소 놀라워했다. 물론 지금에야 양성평등이 상당부분 이루어져 사회 각 분야에서의 여성 진출이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여성이 주례로 나선 것은 분명 드문 상황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주례께서 서두에 이를 자세히 설명하자, 우리 모두 고개를 끄떡이며 ‘아, 그렇게 되었구나’하고 이해하게 됐다.
사연인즉, 주례가 신랑의 중학교 시절엔 담임선생이었으며 고등학교, 대학교는 물론 군대 입대 및 제대 시에도 항상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를 돈독히 해 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학교를 거쳐 현재 제물포고등학교 음악선생으로 재직 중인 나에게 이제와서 본인결혼식에 주례를 서달라 하니 처음엔 놀랐지만 그래도 제자의 희망대로 따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때 제자가 얘기하기를 “이번 주례사를 평범하게 하시지 않고 독특하게 해주실 꺼죠?”라고 부탁까지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여성주례 선생께서는 국내 주례 역사상 아마도 처음이 될 ‘뮤지컬 주례사’를 하시겠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사전에 무엇을 준비하셨다는 것인가 하고 궁금증이 더해졌다. 곧 주례사가 이어졌다. 주례로서 새로운 한 쌍이 사회에 나아감에 있어 세 가지 메시지를 말씀이 아닌 노래로 전해 주겠다며 이미 옆좌석에 준비되어진 클라리넷·첼로·바이올린·피아노로 구성된 실내악단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시작하시지 않는가. 곡목은 잘 모르겠으나 ‘사랑’의 따뜻함을 주제로 한 노래였고 이어 두 번째 메시지를 전달하겠다 하시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란 노래로 목소리도 낭랑(朗朗)하게 가사를 이어 나갔다. 본인 말대로 명가수는 아니었으나 제자의 축복을 위해 자신있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정말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 세 번째 메시지는 ‘은혜와 감사’에 관한 내용으로 한 노래를 하객들에게 들려 주었다. 그리곤 인생이란 퍼즐 완성에 한조각 한조각 올려놓아 두 사람의 미래에 아름다운 그림이 나오길 기대함과 동시에, 슬픔과 기쁨을 거치며 사랑의 지혜를 깨닫기 바란다며 주례사를 마치었다.
그 스승의 그 제자인가. 신랑은 답례로 수개월간 오늘을 위해 연습했던 곡이라며 피아노를 직접 치며 젊음과 패기(覇氣)가 느껴지는 큰 목소리로 선생님의 은혜와 부모님에 대한 감사 그리고 신부에게 애뜻한 사연이 강렬히 전달되는 노래를 부르며 본인의 결혼식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나갔다. 그 순간 감동은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었고 그 같은 경이로움은 그야말로 금전이나 권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음을 분명히 느끼게 해주었다.
이 훌륭한 스승과 멋진 제자에게 ‘순자(荀子) 수신(修身)’에 있는 스승과 친구라는 말로써 답례를 드릴까 한다.
나를 올바로 꾸짖어 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며
(非我而當者, 吾師也)
나를 올바로 인정해 주는 사람은 나의 친구이고
(是我而當者, 吾友也)
나에게 아첨 아부하는 사람은 나의 원수이다
(諂諛我者, 吾賊也)
2011년 10월 24일 (월) 14: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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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0
劉載峻님의 댓글
대단하신 특별하신 주례 선생님이시군요 칭송을 보냅니다 경호군 글 잘 익었어 물론 감동적인 내용이야 건강 해라